[세월호1주기] ① 모순에 빠진 시뮬레이션
김성훈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기사입력: 2015/04/10 [12:43]  최종편집: ⓒ 자주시보

 

오는 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년이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은 1년이 지나도록 제자리걸음입니다. 온갖 증거들이 인멸 조작되었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특별법이 발효된 지 4개월이 다 되도록 진상조사위원회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연구소는 참사 1주기를 맞아 그 동안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과 더 밝혀내야 할 의혹들, 그리고 세월호 특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공방 등을 정리해 연재함으로써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속한 진상규명을 촉구하고자 합니다.

 

▲ 침몰하고 있는 세월호 그런데 도대체 구조는 전혀 진척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자주민보

 

 

[세월호1주기] 1. 모순에 빠진 시뮬레이션

정부당국은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조타수가 5도 우회전을 시도하다 조타미숙으로 더 많이 우회전하게 되었고, 우회전하면서 배가 급격히 왼쪽으로 기울어 화물이 쏟아져 내리고, 결국 세월호가 복원성을 잃고 침수되어 침몰한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사고원인을 확정한 주요한 근거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뮬레이션(simulation)은 실제로 실행하기 어려운 실험을 간단히 행하는 모의실험입니다. 이러한 모의실험은 실제 복잡한 자연환경을 수학적으로 계산 가능하게끔 단순화해서 대입하여 진행됩니다. 정부당국에서 시행한 세월호 관련 시뮬레이션은 “해양사고의 조사 및 심판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양사고의 원인조사를 담당하는 법적인 주체이자 해양사고에 관한 한 정부 최고 권위기관인 해양안전심판원(이하 해심원) 특별보고서에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하지만 해심원의 보고서에 실린 시뮬레이션의 조건과 결과를 보면, 세월호 사고 원인에 대한 정부당국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스러운가를 알 수 있습니다.


좌회전인가 우회전인가

해심원이 시행한 시뮬레이션을 그대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해심원은 검경합동수사본부의 조사결과에 바탕을 두고 세월호의 침몰 과정을 시뮬레이션 했습니다. 해심원은 세월호가 이상징후를 보인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이후 상황을 “사고발생상황”으로 규정(보고서 40쪽)하고, 당시 조타실에 근무했던 3등항해사 박모씨와 당직조타수 조모씨의 진술에 따라 시뮬레이션 조건을 설정하였습니다.

우선 해심원 보고서에서 나타난 3등항해사와 조타수의 증언을 살펴보겠습니다.(보고서 40쪽) 3등항해사 박모씨는 사고 당일 8시 48분경 당직 조타수에게 세월호를 오른쪽으로 5도 우회전 하도록 지시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직 조타수는 우회전을 지시받은 “수 초 후”, “타가 이상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으며,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면서 뱃머리가 오른쪽으로 많이 돌아가는 것을 인지한 3등항해사는 “아저씨, 좌현(port)”, 즉 좌회전 할 것을 다급하게 지시하였습니다.

당시 조타실 근무자들의 증언을 부연하면, 3등항해사가 최초 5도만큼 세월호를 우회전하도록 지시하고 조타수가 이를 실행했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세월호가 5도 이상 우회전 되었고, 이를 인지한 3등항해사가 급히 세월호를 좌회전시킬 것을 지시한 것입니다.

하지만 해심원은 어찌된 영문인지 <그림 1>과 같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에 적용합니다. <그림 1>의 가로축은 8시 48분을 기준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나타나며, 세로축은 얼마나 조타기를 우회전 시켰는지를 나타냅니다. 일례로 –5.00은 5도 우회전을 뜻합니다. <그림 1>의 시나리오는 3등항해사의 5도 우회전 지시를 받은 조타수가 이를 실행했지만 잠시 뒤 15도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우회전이 이루어졌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그 뒤 35초 경 3등항해사가 “아저씨, 좌현(port)”라며 좌회전을 지시했지만, 조타수는 조타미숙으로 오히려 25도까지 우회전을 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림 1> 타각시나리오(1). 최초 5도 우회전 후 35초가 지난 시점에서 3등항해사가 좌회전을 지시했으나 조타기는 우회전 했다고 가정.(자료 : 해심원 특별보고서 79페이지)

해심원이 이와 같은 시나리오를 적용한 이유는, 사고발생 후 조타실에 올라온 선장이 ‘조타기가 오른쪽 15도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조타기는 고장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조타기가 정상인 상황에서, 조타수의 증언과는 달리 세월호의 조타기가 오른쪽 방향으로 돌아갔다는 진술을 받아들인 셈입니다.

세월호는 과연 좌회전을 한 것일까요, 우회전을 한 것일까요?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순간을 제대로 밝히는 것은 어쩌면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을 규명하는 핵심적인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상 매우 느린 속도로 변화한 세월호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세월호의 조타기가 조타수의 증언과는 달리 ‘더 우회전’하게 되었다는 해심원의 가정은 선원들의 진술과 시뮬레이션 결과를 볼 때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먼저 선원들의 진술을 시뮬레이션 결과(그림 2)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해심원은 세월호가 기울어도 다시 설 수 있도록 하는 평형수를 검찰의 조사결과(744톤)보다 더 적은 559.4톤으로, 화물량은 검찰 조사결과보다 530톤가량 더 많이 실렸다고 가정(보고서 74쪽, CASE 2)하여 세월호가 매우 쉽게 기울어질 수 있는 상태에서 시뮬레이션 하였습니다.

<그림 2> CASE 2에 따른 선체 횡경사. 세월호는 생존자들의 증언보다 매우 느린 속도로 변화했다.(자료 : 해심원 특별보고서 77페이지)

세월호가 쉽게 기울어질 수 있는 조건에서 이루어진 시뮬레이션에서는, 5도만 우회전 하려던 조타수의 의도와는 다르게 25도까지 우회전해버린 세월호가 매우 빨리 기울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생존자들의 증언도, 대체로 배가 “쿵” 소리가 나면서 급격히 기울었다고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2>에서는 예상과는 달리 매우 느린 변화가 벌어집니다.

<그림 2>의 가로축은 <그림1>과 같은 시간 변화를 나타내며, 세로축은 세월호의 기울어진 정도를 나타냅니다. <그림 2>의 붉은 선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세월호의 기울기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를 자세히 보면, 세월호는 20초가 지난 후부터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해 60초가 지나면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100초가 지나면서 기울기를 멈춥니다. 세월호가 기울기를 멈추고 표류하는데 걸린 시간은 100초 정도라 볼 수 있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세월호의 기울기는 조타수가 우회전을 시작한 후로부터 20초가 지날 때까지 거의 변화가 거의 없었던 셈입니다. 20초라는 시간은 글로 표현했을 때 느끼는 것보다 상당히 긴 시간입니다. 실제 20초를 세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조타수가 우회전을 지시받은 지 “수 초 후” “타가 이상하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는 진술과 다릅니다. 실제 세월호는 20초보다 더 빠른 시점에서 기울었다는 것이죠.

게다가 <그림 2>에서 푸른 선이 그어진 35초 경 지점을 보면, 세월호의 기울기는 고작 3~4도에 불과합니다. 35초라는 시간은 3등항해사가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면서 뱃머리가 오른쪽으로 많이 돌아가는 것을 인지한 후 다급하게 “아저씨, 좌현(port)”이라고 지시하는데 걸린 시간입니다. 3등항해사가 3~4도 기울어진 상태를 다급한 상황이라 인지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해심원이 만든 <그림 1>과 같은 타각시나리오와도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온 셈입니다.

또한 해심원의 가정대로 조타수가 좌회전을 하지 않고 우회전을 했다면, 100초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조타수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3등항해사와 조타수가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것이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세월호는 시뮬레이션 상에서 60초가 지난 후에야 13도 정도의 기울기를 보였고, 이 때 부터 기울기에 급격한 변화를 보입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대로라면, 3등항해사가 배가 심하게 기우는 것을 인지한 후 다급하게 좌회전을 지시하는 데 걸린 시간은 60초 내외라 보는 것이 오히려 설득력이 있습니다. 결국 시뮬레이션 결과는 마치 조타수가 우회전을 시작한 직후 급격히 기울어졌다는 세월호의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속력을 높여도 나오지 않는 결과

해심원은 세월호가 기울어지기 쉬운 조건으로 시뮬레이션을 했음에도 사고 현황을 구현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결과는 해심원이 세월호의 속력 조건을 실제 사고당시 세월호의 속력보다 더 높여서 나온 것이라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배의 속력이 빠르면 빠를수록 기울어지는 정도는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해심원은 보고서 41쪽에서 8시 48분경 세월호는 속력 약 17.5노트로 우회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정부당국이 내놓은 세월호의 항적도에서도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런데 해심원은 보고서 89쪽에서 “항해속력을 19노트로 하여 시뮬레이션”했다고 합니다.

사고 순간 세월호의 속력이 빨라지면 어떠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오게 될까요. 해심원은 보고서 81쪽에서, 배가 회전할 때 기우는 정도는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속력이 빠른 여객선이나 컨테이너선에서는 이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세월호의 경우는 우회전을 할 때 왼쪽으로 기우는 정도가 됩니다. 이러한 설명에 따라 세월호의 속력을 실제 속력이었던 17.5노트에서 19노트로 증가시킬 경우, 세월호의 기울기는 대략 17% 정도가 더 기울어지는 결과가 발생합니다.

결국 앞서 살펴본 대로, 20초가 지나도록 거의 변화가 없는 세월호의 기울기조차 해심원이 별다른 근거도 없이 속력을 17.5노트에서 19노트로 올려 기울기를 심하게 만든 결과라는 것입니다. 만약 해심원이 세월호의 본래 속력대로 시뮬레이션을 했다면, 세월호는 20초보다 더 긴 시간을 기울어지지 않은 채 움직였을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해심원의 시뮬레이션 결과 분석이 세월호의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의 사고원인 분석이 잘못되었다는 근거가 될 판입니다.


조타기는 과연 정상인가? 다른 원인은 없는가?

세월호의 복원성을 가장 나쁜 상태로 가정한 해심원의 시뮬레이션이 세월호의 사고 당시 움직임을 전혀 설명하지 못한다면, 다른 경우의 수는 없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먼저 조타기의 고장가능성 입니다. 해심원은 조타기 고장 가능성에 대해 보고서 111쪽에서, 사고 당시 조타기의 실제 방향을 나타내는 타각지시기(Rudder Angle Indicator)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었다는 당직 조타수의 진술이 있으므로 조타설비는 정상적으로 작동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단언해버립니다. 그러나 세월호가 침몰한 상태로 조타설비를 직접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타수의 진술에 의존한 결론은 성급해보입니다.

만약 해심원의 단언대로 조타기가 정상이라면, 좌회전을 시도했다는 3등항해사와 당직조타수의 증언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추가 조사가 있었는지는 의문입니다.


사고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상조사가 필요

해심원이 이례적으로 “특별보고서”까지 내놓았지만, 세월호의 침몰과정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습니다. 정부당국은 선원의 진술이 거짓일 가능성, 조타기가 파손되었을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고원인을 새롭게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사고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수 있도록 세월호 선체의 온전한 인양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김성훈 상임연구원 / 우리사회연구소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3698&table=byple_news 

광고

트위터 페이스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세월호 관련기사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