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주도한 파나마운하확장공사가 일전에 끝났다. 55억 달러를 투입하여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운하를 넓히어 더 큰 더 많은 배들이 드나들게 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한국의 네티즌들은 대뜸 “쥐박이”는 4대강에 몇 배의 돈을 퍼부었는데 한 게 뭐냐고 비꼬았다. 전임 대통령은 전날 4대강살리기사업이 장마를 근절했다면서 태국에서 한국의 경험을 배우려 한다고 자랑한 적 있으니, 4대강 사업지지자들도 글쎄 할 말은 있겠다만, 파나마운하처럼 눈에 뜨이는 실리적인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고, 4대강 사업으로 강들이 살아난 것도 아니고(사실 원래 죽지 않았거니와) “경제대통령”으로 자부했던 사람이 그 거창한 “747공약”을 실현한 것도 아니다. 그가 물러난 뒤 새 대통령이 취임하여 “경제살리기”를 슬로건으로 내건 거야말로 절묘한 풍자가 아닐 수 없다.
준공식 뒤에 중국 선박이 제일 먼저 운하를 통과했다는데 그 의식이나 그 뒤에 이렇다 할 무게 있는 정객들이 운하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그런데 중국 타이완의 집권자인 차이잉원(蔡英文)이 취임 후 첫 출장목적지로 파나마를 선택하여 최근에 운하를 구경했단다. 타이완 정객들의 전통프로인 “미국경과외교”를 또 써먹은 외에, 차이잉원은 운하 방명록에 영어로 “President of Taiwan(ROC)[타이완(중화민국) 총통]”이라고 표기하여 꼼수의 새 경지를 보여주었다.
중국 대륙에서는 차이잉원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타이완의 네티즌들이 먼저 문제점을 발견했다. 응당 “President of R.O.C(Taiwan)[중화민국(타이완)총통]”이라고 써야 한다고 말이다. 타이완 “총통부의 사이트에서도 영어로 “Office of the President Republic of China(Taiwan)”이라고 표기한다는 것이다.
한국 언론들은 흔히 “타이완 총통”이라고 표기하지만, 타이완에서는 그런 식으로 표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차이잉원 본인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녀가 참가했던 것은 이른바 “중화민국”의 “총통”선거였고 선서하여 취임한 직무도 이른바 “중화민국 총통”이다. 타이완의 22개 “수교국” 가운데 하나인 파나마 당국이 맞이한 것도 “중화민국 총통”이지 “타이완 총통”은 아니다. 차이잉원은 특별한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모종의 기성사실을 만들려 했기에 필자는 꼼수라고 평하는 바이다.
차이잉원이 “미국경과외교”와 사인꼼수로 존재감을 과시하려 애쓰던 때를 전후하여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세르비아부터 시작하여 중유럽, 동유럽, 중앙아시아 나라들을 순방하면서 2각 다각 외교를 활발히 벌였고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했다. 이처럼 강렬한 대조가 이뤄지므로, 중국 대륙에는 차이잉원의 언행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우습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차이잉원이 선거에서 이겼으나 취임하기 전인 3월에 아프리카 나라 감비아가 중국과 수교했다. 타이완의 “수교국”이었던 감비아는 2013년 11월에 단교했는데, 중국이 수교요구를 받아주지 않아 2년 반 가까이 기다리다가 뜻을 이루었다. 이 수교를 가리켜 “외교휴병(外交休兵)”이 끝났다고 평가하는데, 왜 그런 말이 생겨났을까?
해협을 사이 두고 벌어진 외교전은 오랜 시일 지속되다가 1992년의 한국과 1998년의 남아공이 타이완과 단교한 다음부터 타이완의 “수교국”들은 모두 소국들이었다. 외교관계에서의 금전과 미녀운용은 타이완의 일종 전통으로 되었는데, 돈맛을 들여서 수교, 단교, 복교를 거듭하는 소국들이 생겨났다. 타이완 독립을 꿈꾸는 첸수이벤(陈水扁)이 2000년 집권한 다음 8년 동안에 새로운 수교국을 셋 늘이는 동시에 아홉을 잃었다. 첸수이벤과 그 지지자들은 대륙이 타이완의 국제생존공간을 조인다고 아우성치면서 불상한 척 하는 카드를 내밀었으나, 약발은 별로였다. 돈에 기초한 첸수이벤식 외교를 놓고 타이완사람들은 “카이즈와이쟈오(凯子外交)”라고 불렀으니 대륙 푸잰성(福建省)남부와 타이완의 방언에서 “카이즈”는 “바보”라는 뜻이었는데, 후에는 여자에게 속아 돈을 많이 쓰고도 아무런 덕도 보지 못한 남자를 가리키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호구”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수교국늘이기에 환장한 첸수이벤의 속심을 꿰뚫어본 어떤 소국들은 심지어 대륙과 타이완 사이에서 돈벌이를 했으니 외교관계를 지렛대로 삼아 단교하겠다, 수교하겠다, 복교하겠다는 설을 흘리다가 실리를 챙기곤 했다. 2008년의 선거로 국민당의 마잉쥬(马英九)가 집권한 뒤 해협 양안이 외교전을 그만하자는 “외교휴병(外交休兵)” 암묵적 합의를 맺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실제로도 수교와 단교, 복교놀음이 별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국민당이 다시 정권을 잃고 타이완독립을 주장하는 차이잉원이 당선되니 중국은 감비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보다 앞서 국민당 집권기간에 중국이 적어도 5개 국의 수교요구를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았고, 타이완의 “외교부장”으로 일했던 인물은 사실 모든 “수교국”들이 대륙과 수교하려고 생각한다고, 타이완은 외교전을 벌일 밑천이 없다고 말한 적 있다.
오늘 왜 이런 일들을 길게 늘여놓는가? 첫째로 한국인들이 걸핏하면 “세계 유일 분단국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바로 곁의 중국이 아직도 통일을 이루지 못한 분단상태인데, 보지 못하는지 아니면 보고도 인정하기 싫은지? 1992년 한국이 중국과 수교할 때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의 유일한 합법적인 정부이고 타이완은 중화인민공화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라고 엄연히 조약서에 적었는데 지금껏 정부차원에서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나, 김영삼 대통령이 타이완에 가서 국가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여 중국언론의 신랄한 비판을 받은 바 있고, 일부 정객들을 포함하여 적잖은 한국인들이 대륙과 타이완을 갈라놓고 본다. 그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여 이루다 꼽기 어려우니 구체적으로 쓰지 않겠다. 다음으로 요즘 한국의 외교와 자연스레 비교가 되어서이다.
3월 초에 유엔이 이른바 “사상최강대북제재”를 통과한 이후, 한국의 외교는 한마디로 대북압박에 집중되었다. 대통령의 이란방문과 우간다 방문이 대표적인 경우이고, 이제 황민구 국방차관이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방문하게 되니 “호랑이굴 외교”라는 표현들까지 나도는데 조선(북한)과 친하다는 캄보디아와 라오스를 반북진영에 틀림없이 끌어들이겠다는 기세다. 한국이 외교전의 불을 지핀 셈인데, 이란방문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필자의 기억이 틀렸는지도 모르겠다만) 조선이 우간다 방문성과홍보에 대해서는 반박하면서 우간다와의 군사합작이 기한이 다 되었기에 조선사람들이 철수한다고 설명했다. “호랑이굴 외교”에 대해서는 어느 언론사가 풍자하는 방식으로 이미 반응했다.
흔히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말한다. 남의 “대북제재 압박공조”를 이끌어내려면 뭔가 주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여러 해 “경제살리기”타령을 불러온 한국이지만 우간다, 캄보디아, 라오스처럼 부유하지 못한 나라들에게 뭔가 이득을 주고 보수를 받을 밑천은 타이완보다 훨씬 많다고 볼 수 있겠다. 헌데 전날 우간다와 조선의 군사, 경찰 합작 중단을 크게 떠들면서 이제 한국군이 우간다군과 활발한 교류를 벌일 듯한 기세로 소문 낼 때와 이번 동남아 두 나라를 상대로 “호랑이굴 외교”를 과시할 때 필자는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전작권이 없고 미군이 떠나면 안된다는 사람들이 군대와 정계에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군이 그런 나라들에 주거나 배워줄 게 뭐가 있을까 말이다.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정계와 군대에서 일정한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은 한류 드라마의 미남군인모습에 반해 끼약 소리를 내는 소녀들이 아니라, 나름대로의 경륜을 쌓고 나름대로의 정보체계를 통해서 필요한 정보들을 받고 운용하는 사람들이니, 한국군의 형편을 모를 리 없다. 글쎄 한국군이 어떤 수단을 써서 그런 나라 군대들과 인민군의 교류상황을 파악하여 전날 인민군의 갱도를 참관했던 미얀마군 간부들의 설명처럼 짭짤한 재미를 보고 외교성과를 자축할 가능성은 존재한다. 미국의 고물무기들을 국제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싼 돈을 주고 사들여왔다고 “국제호구”라는 비난을 받아온 한국군이 정부의 지원 아래 이 나라 저 나라들에게 뭔가 얻기 위해 이것저것 준다면(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호구의 새로운 변종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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