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228] 스트롱맨과 챵런, 강자
중국시민
기사입력: 2017/04/15 [23:4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SBS 대선 후보 첫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되면 제일 먼저 북한부터 찾아간다고 했다며 종북좌파 후보 아니냐는 식으로 공격을 하자 문재인 후보가'북핵문제를 해결에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면 홍준표 후보는 북에 가지 않을 것입니까?'라는 역질문에 홍준표 후보는 한 동안 아무말도 못하더니 결국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화제로 말을 돌리고 말았다. 10분이면 할말 없게 하겠다더니 오히려 자신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자주시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경남 지사 시절에 주변국가들의 수뇌가 모두 “스트롱맨”이기에 한국에서도 “스트롱맨”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면서 자신이 보수우파 스트롱맨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토론하면 10분 안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장담했는데 13일 대선후보들의 첫 텔레비전 토론에서 이기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열세에 몰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트롱맨”으로서의 이미지가 구겨졌다.

 

이 “스트롱맨”이라는 말을 한국에서는 좋은 뜻으로 쓴다. 2012년 대선 때 미국의 《타임》잡지가 박근혜 후보를 스트롱맨(strongman)의 딸이라고 표현했더니 한국에서는 강한 사람의 딸이라고 해석했는데 미국에서는 독재자(dictator, 딕테이터)를 가리키는 나쁜 뜻으로 쓴다는 설명이 나와서 한동안 떠들썩했었다.

 

어떤 단어가 원산지(?)에서는 이런 뜻으로 쓰이고 타향이나 외국에서는 저런 뜻으로 쓰이는 건 언어역사에서 드물지 않은 현상이다. “스트롱맨”을 굳이 미국에서 갖는 뜻만으로 쓰겠느냐에 대해서는 토론할 여지가 많다.

 

한국에서는 스트롱맨을 강한 사람으로 이해하니까 시진핑 중국 주석, 트럼프 미국 대통령,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아베 일본 수상에다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까지 모두 “스트롱맨”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적잖다 한다.

 

어찌 보면 “스트롱맨”에 해당되는 고유어가 없기에 외래어가 이상하게 쓰일지도 모른다.
“스트롱맨”을 중국어로 직역하면 “챵런(强人)”이다. 그런데 이 단어도 한국에서의 스트롱맨과 비슷하게 논란을 일으켰었다. 1980년대부터 쟁론이 벌어졌다고 기억된다.

 

중국공산당이 1970년대 말부터 사업중점을 경제건설로 돌리면서 새 기업들이 생겨나고 기업가들도 늘어났는데 어떻게 기업을 운영해야 되느냐를 가르쳐주는 학교가 없었다. 외국프로그램들을 가져온 학교들이 생겨난 건 썩 뒤의 일이고, 그 시절 기업인들은 외국의 기업가 전기나 해외의 소설들을 보면서 나름대로 경영묘리를 터득했다. 하여 미국 크라이슬러 회사를 살려냈다고 소문난 아이커가의 자서전이 베스트셀러로 되었고 타이완과 홍콩에서 창작된 경제부류 소설들도 놀라운 발행부수를 자랑했다. 그 중에서 홍콩 여류 소설가 주슈좬(朱秀娟)이 창작한 장편소설 《뉘챵런(女强人)》이 상당히 인기를 끌었는데 여자가 역경을 딛고 기업을 운영하여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뻔한 스토리였으나 당시는 “뉘챵런”이라는 제목부터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무척 흥미로웠다.

 

그 소설 덕분에 여성기업가들에게 “女强人”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바람이 불었는데, 언어학자들이 의견을 제기했다. “强人”이란 무엇이냐? 강도다. 옛날 소설이나 극들을 보면 화적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현대에서도 나쁜 뜻으로 쓰였다. 그런데 어떻게 강한 여성을 수식할 수 있느냐? 이런 의견들이었다. 살펴보면 중국 대륙에서는 그때까지 “强人”이 좋은 뜻으로 쓰인 적이 없으니까, 20세기 중후반의 홍콩에서 좋은 뜻을 부여받지 않았나 싶다.
 
언어학자들의 의견은 너무 학술적 냄새가 짙어서인지 널리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女强人”만이 아닌 “强人”도 강한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되었다. 예컨대 “쩡쯔챵런(政治强人)“. 단 정치계의 ”챵런(强人)“은 좋은 의미로만이 아니라 중성 혹은 약간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했다. 예컨대 중동과 아프리카를 거들면서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시리아의 아사드, 리비아의 카다피 같은 인물들을 ”政治强人“이라고 표현한 식이다. 중국의 정치계를 가리킬 때는 ”챵런“이란 표현이 별로 쓰이지 않았다고 안다. 누군가가 강하다고 묘사할 때는 ”챵쓰(强势, 강세, 강경하고 고압적임을 가리키는 명사이자 형용사)“라는 말을 많이 쓰는 편이다. 강한 지도자는 ”챵쓰링다오(强势领导)“라는 식이다.

 

이렇게 보면 한국에서 이해하는 “스트롱맨”과 꼭 맞는 중국어단어는 없다. 앞에 썼다시피 우리말 고유어에도 그와 꼭 맞는 단어가 없다. 한자어의 “강자”가 비슷하지만 똑같지는 않다.

 

조선(북한)에서는 이인모 선생을 비롯한 비전향장기수들을 “신념과 의지의 강자들”이라고 평했는데, 그 경우에 “강자”를 영어로 어떻게 옮겼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전에 “세상에서 제일 강하신 분”이라고 묘사했는데 “강하신 분”을 어떻게 영어로 옮겼는지 모른다만 “스토롱맨(strongman)”을 쓴 것 같지는 않다. 그렇게 옮겼더라면 북을 씹는데 이골이 튼 남의 보수매체들과 전문가들이 놓칠 리 없을 테니까.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분명 굉장히 강한 인물인데 과학기술과 군사력 등이 받쳐주기에 강경은 현실적 의의를 갖는다.

 

말들이나 굉장히 강하게 했던 홍준표 후보의 대선참가결과에 따라 “스트롱맨”이 한국에서 갖는 의미가 변하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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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17/04/16 [12:24]
- 집권당이엇던 당이 박근혜를 탄핵하고도 탄핵한 의원들이 아직도 남아잇지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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