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시] 호랑이와 곶감

박학봉 시인 | 기사입력 2017/04/27 [22:52]

[풍자시] 호랑이와 곶감

박학봉 시인 | 입력 : 2017/04/27 [22:52]

 

        [풍자시] 호랑이와 곶감

                                        박학봉

 

1979년 10월 26일
북악산기슭 스산하게 지는 낙엽소리에
비정한 탄환의 총성은 묻혀버렸다.
인왕산 호랑이를 잡아야 할 육혈포가
불을 뿜으며 대통령의 심장을 뚫었다.
그 총알은
역사의 의지냐,
민심의 의지냐,
야망의 의지냐,
미국의 의지냐,
유신의 독재자는 비참한 운명을 고하고
친미 사대주의 정권의 비극적 재앙은
그대로 걸머지고 오늘 한반도 숙명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 때 사라진 인왕산 호랑이가
어슬렁어슬렁
북극성을 바라보고 밤길을 걷다가
북악산 줄기 따라 청와대에 내려왔다.
따듯한 봄을 기다리는데
광화문에 타오르는 불덩이가 봄기운인지 알고
찾아가는 길에 제대로 길 찾았네
가는 길에 먹이 하나 물어야 할 텐데.

 

촛불은
우리 식구가 힘 모아 불면 꺼질까.
호랑이 무서워 공포에 떨고 있어라
닭살공주는 마녀와 요술램프 기다리고 있다는데,
연설문도 잘 고쳐주는 요술램프
그뿐인가
기업에서 뺏은 돈 관리 잘 해주고
램프야 램프야 백설공주보다 누가 더 예쁘냐 하면
두꺼운 낯가죽도 대패로 밀어주고
주문만 외우면 옷과 가방이 쏟아지고
신경쓰지 않아도 일꾼 잘 관리하고
호랑이도 쫓아 낼 수 있는데 지금은
기다려도 올 수 없는 감옥소에서 나를 기다리는구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라고 했지.
거인 나라에 호랑이 잡아 달라고 부탁해볼까.
거인도 인왕산 호랑이는 무서워하는구나.
애걸복걸 매달려도 거절했으니
그동안 됫박으로 받고 말로 퍼주는 장사에
있는 정에 없는 정까지 주었는데
<너무 합니다> 노랫가락이 지친 마음 달래줄까.
정성이 지극하면 돌부처도 자식을 낳는다고
전설에 죽지 않는 뱀이 호랑이를 잡아먹는다는데
한울타리에서 한솥밥 먹은 식구를 불러
부탁하였더니 으슥한 건강원에서
한 마리 잡아와 뒤뜰에 풀어 놨더라
구불구불 기어가는 모습에 침을 질질 흘리네
고산병과 시차적응력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비빌 대 라곤
용돈만 잘 챙겨주면 죽는 시늉도 한다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얼간망둥이
인간의 탈을 쓰고 꼭두각시 춤에 빠진 선무당
인왕산 호랑이 소식에 식은 땀 흘리는구나
서둘러 종북 악귀를 쫓는다고 성조기 부적을 찾고
하나님 같은 털북숭이 산적을 찾는다고 홍두께 뚝딱
놀부의 박 깨지는 소리에 탄핵도깨비 나왔다
콧물 눈물 닦으며 흔드는 손수건이 만장(輓章)이렸다
평화의 광장 시청 앞 마당에 지뢰밭을 만들고
앵무새를 키워 동족대결에
귀는 나팔이되 못된 소리만 듣고
주둥이는 피노키오마냥 툭 튀어나와
입에서 구렁이 나가는지 뱀이 나가는지 악담 질에  
능지처참이 무언지 알고 있느냐.

 

 

▲ 2016년 12월 31일 천만 촛불시위를 돌파한 광화문 현장     ©자주시보, 이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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