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407] 탈북자 유태준 씨가 받은 이중처벌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18/02/02 [02:54]

[정문일침407] 탈북자 유태준 씨가 받은 이중처벌

중국시민 | 입력 : 2018/02/02 [02:54]

 

 심사를 기다리는 탈북자들  ©자주시보

 

1981년 미국 대통령 레이건의 피격은 사건 자체만이 아니라 사후의 처리들도 중국인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주었다.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자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정신병원에 들어가는데 그친 것, 대통령 철통보호에 실패한 경호원들이 상을 받은 것, 상금이 지불될 때 미리 세금이 덜어진 것.... 모두 좋게 말하면 신선한 충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황당한 짓거리들이었다. 레간 피격은 미국의 정신질환개념이 중국과 전혀 다르고 미국에서는 엔간한 비정상도 정신질환에 속함을 중국인들이 알게 해주는 계기로 되었다. 

 

그 후 미국의 사건, 사례들이 점점 많이 알려지고 미국산 영화와 드라마들도 대량 중국에 들어오면서 정신병자행세로 처벌을 피하는 우스깡스러운 미국인들과 멀쩡한 사람들을 정신병자로 만드는 섬뜩한 권력기관들의 존재를 중국인들이 알게 해주었다. 

 

미국의 연방법과 지방법이 서로 다르고 사형을 허용하는 주들에서도 전기의자 따위 특별한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하며 징역계산방식도 특이하여 100년, 수백년 징역형들도 나오는 등 이야깃거리, 뉴스감은 영원히 부족하지 않다. 하여 미국의 판례들을 놓고 중국의 법조인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거론, 평론하니, 지난 1월 전 미국 국가체조팀 주치의사가 근 30년 성추행으로 175년 징역형에 언도된 사건이 중국에서 어떤 반향을 이끌어냈느냐에 대해서는 필자가 정문일침의 한 편(www.jajusibo.com/sub_read.html?uid=37717)에서 소개한 바이다. 

미국에는 기상천외한 판례들이 많지만 일사부재리 원칙과 하나의 잘못을 두 번 처벌하지 않는 원칙은 대체로 지켜졌기에 그나마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판례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지난 해 8월 전남 나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한 탈북자가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달아났다는 보도가 나온 초기에, 필자는 그 사람이 혹시 여러 해 전 남과 북을 들락날락했던 유 모 씨가 아니겠느냐는 취지로 정문일침을 1편 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그 유태준 씨임이 확인되었고 필자가 글을 둬 편 더 썼는데 북으로 가겠다는 탈북자는 정신병원 아니면 감옥에 들어가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고 기억된다. 

 

경찰들이 대량 동원되었는데도 잡히지 않아 많은 의혹을 낳던 유 씨는 탈출 78일 만인 10월 중순에 인천에서 잡혔다. 또 여러 달 지나 2월 1일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태준(48)씨에게 징역 8개월이 선고되었다. 

원래 유 씨는 2004년에 동생과 다투다가 죽이려 했다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3년과 치료감호 10년을 선고받았다. 미국 같으면 정신질환이 있으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데, 한국에서는 징역에 언도하여 복역을 마친 뒤에도 치료감호라는 제도를 활용하니 참으로 특이하다. 게다가 과거 아내를 데려오겠다면서 입북과 재탈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망상 장애에 시달렸다”는 이유로 치료감호가 종료된 뒤에도 3년간 전자발찌 부착하라는 명령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는 것도 괴이하다. 

 

이번에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재범을 방지하려는 우리나라 법률에 반하는 행위로, 응분의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었고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를 비관해 범행에 이른 점, 성실하게 치료감호에 임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몇 개월에 그친다는 모양이다. 

유 씨는 "북에 있는 아내도 보고 싶고 병원에서 약을 많이 주고 답답해 우발적으로 탈출했다"면서도 실제 재입북을 계획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고, 검·경은 유씨가 도주 기간 일용직 노동을 하며 휴대전화로 입북 정보를 수차례 검색했으나 실제 탈북을 준비했다고 보긴 어려워 국가보안법 위반(탈출예비) 혐의는 적용하지 않고 기소했기에 결국 전자발찌 훼손과 보호관찰시설에서의 탈출을 죄로 지목하여 처벌한 것 같다. 

 

상식적으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형사, 민사 책임능력이 없으므로 형법처벌을 받지 않고, 형사, 민사 책임을 질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신질환이 인정되지 않는데, 유 씨의 경우에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인정되는 한편 형사책임도 지고 처벌받아야 한다고 판결되었다. 유 씨는 탈출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리있게 이야기했고 탈출기간에 누구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판결기사를 보면 법정에서도 나름 주장을 폈다. 그런 사람이 징역에 처해져 슬기롭거나 슬기롭지 못한 감빵살이를 하는 것까지는 이해되더라도 굳이 정신병원에 들어가야 된다는 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더욱이 검사들의 성추행이 폭로되어 유 씨 같은 “정신병자”들보다 훨씬 위험한 인간들이 멀쩡하게 돌아다니면서 남들에게 해를 끼쳤음이 드러나 한국 법조계가 발칵 뒤집힌 요즘, 유 씨에 대한 판결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혹시 남북 화해분위기가 이뤄지는 기회를 빌어 남북이 각자 억류한 상대방 사람들을 교환하는데 대비하기 위해 다시 말해 북에서 간첩 혐의로 감빵살이를 하는 한국인들을 1대 1 방식 교환으로 되찾아오기 위해 유 씨를 징역에 언도하지나 않았을까? 이런 추측이 사법독립을 자부하는 한국 법조계에는 모욕이 될 지도 모른다만, 판결자체가 하도 이상하니 별 생각이 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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