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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파고의 방파제, 남북경협

백남주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18/08/17 [14:26]

미·중 무역전쟁 파고의 방파제, 남북경협

백남주 객원기자 | 입력 : 2018/08/17 [14:26]

 

* 이 글은 <민족과 통일> 8월 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자주시보에도 함께 올립니다.  

 

▲ 무역전을 하겠으면 해보자, 누가 누굴 두려워하나.     ©자주시보, 중국시민

 

1930년대 세계 대공황 이후 최대 규모의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7601(현지시각) 818개 품목 340억 달러(38120억 원)어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25% 관세를 징수한다고 발표했다. 중국도 5분 뒤 상무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보복 조처를 취했음을 밝혔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2차로 부과키로 한 160억 달러(애당초 미국은 500억 달러 관세부과 방침이었고, 761차로 34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실행) 규모 관세를 8월 초부터 부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710(현지시간) 2000억 달러(223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을 추가로 발표했다.

나아가 트럼프 미 대통령은 “3000억 달러 규모가 더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2017년 미국에 수입된 중국산 제품 규모가 약 5000억 달러(568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모든 중국산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화학·의료설비·에너지 등 114개 품목의 관세 부과 대상을 공개한 상태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갈등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존의 수입구조를 바꿔 미국 외 국가에서 농산물과 수산물, 자동차 수입을 늘리는 것을 장려하고 나섰다. 장기전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페이스북이 자회사 페이스북 테크놀로지를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설립하려는 계획이 중국 정부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세계 최대 모바일폰 칩 메이커인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반도체를 440억 달러(50조 원)에 인수하는 계획이 중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철회 되는 등 중국 정부는 미국 기업을 직접적으로 옥죄고 있다. 72일 중국의 푸젠성 중급 인민 법원은 미국 업체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 26개의 중국 내 판매를 잠정적으로 금지했다.

 

패권교체기의 구조적 무역전쟁

 

더군다나 최근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심각한 것은 단기간에, 적절한 협상으로 해결될 소지의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첫째, 이번 무역전쟁은 미국의 패권이 저물고 중국의 경제력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세계적인 반대에도 이렇게 무역전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돈을 몇 푼 더 벌어보자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세계적 패권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이 존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부과는 중국의 첨단제조업 육성 정책인 중국 제조 2025’관련 품목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은 자신들에 대한 중국의 패권 위협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결코 이 전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 역시 미래를 선도할 분야들에 대한 발전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지금의 상황은 미국이 일본 등의 경제력이 커지자 1985플라자 합의로 엔고를 유도(일본의 수출 경쟁력 저하)해 일본의 성장세를 꺾었던 1980년대와는 차원이 다르다.

둘째, 이번 무역전쟁은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로 신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한 대안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8년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경제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세계 경제는 큰 폭의 성장하락세에서 벗어났을지 몰라도 만성적 위기에 허덕이고 있다. 이제 경제성장을 한다고 해도 이전과 같은 고성장은 힘든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잘 보이지 않는다. 세계 대공황 이후 재정확대를 기반으로 한 케인즈주의 정책이 등장하고, 자동차, 가전제품 등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지난 위기와는 상황이 다르다.

새로운 대안이 부재한 속에서의 세력 다툼은 힘의 논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등과 같이 전쟁이라는 카드가 아니라면(물론 전쟁 카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주변국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 유력한 방도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 물건을 더 많이 팔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국가들이 수출에 더 집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어느 시점에서 미중 간에 일정한 협상이 이뤄진다 하더라도 미봉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추후 또 다른 갈등이 고개를 들 것이다.

 

가늠조차 어려운 한국경제 피해

 

이렇게 구조적인 원인에 근거해 진행되는 전 세계적 무역전쟁에 수출의존도가 큰 한국경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24.8%. 홍콩 포함 시 31.6%)이 가장 높은 나라다. 미국은 12%2위다.

이번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서로의 수입 제품에 관세를 매기는 것이어서 한국의 완제품 수출이 직접적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중간재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78.9%(1,121억 달러·1252200억 원)에 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번 1단계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수출이 23,700만 달러(2,6473,000만 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물론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가 모두 대미 수출용 제품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해 정부는 단기적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수입 제한 대상을 추가하는 등 향후 무역전쟁 규모는 더 확대 될 예정이다. 무역전쟁이 확대될수록 한국경제의 피해는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커질 수 있다.

지난 4월 한국무역협회는 미·중 통상전쟁으로 수입 관세가 10%포인트 오르고, 유럽연합(EU)도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교역량이 6% 줄어 최대 367억 달러(409,572억 원)의 한국 수출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국내 총수출의 6.4%에 달하는 수치다.

나아가 미국은 수입되는 철강제품에 일제히 관세를 부과했듯이 중국제품 만이 아니라 전 세계 제품들을 상대로 무역장벽을 높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철강 관세 부과 역시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수입차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662억 달러(737000억 원)에 달하는 수출 손실이 발생한다. 이로 인한 간접 피해액까지 고려하면 손실액은 189조원에 달한다. 이런 조치는 철강,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 석유화학, 섬유 등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으로 확대될 수 있다.

 

▲ 지난 개성공단이 가동될 당시 의류제조공장 모습. <사진출처-인터넷>     

 

방파제가 되어 줄 남북경제협력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는 무역전쟁의 파고를 한국만 비껴가기란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각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13일 싱가포르 국빈 방문 당시 남북 경제협력에 대해 한국에는 싱가포르에는 없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또 하나의 기회가 있다. 바로 남북 경제협력이라고 언급했다. 맞는 말이다. 남북 간 경제협력은 우리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있어, 무역전쟁의 파고를 넘는 데 있어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장기간의 전 세계적 무역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과도한 수출의존도를 낮춰야만 한다. 남북경제협력은 내수확대를 위한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히 한국의 자본이 북한 내수시장에 진출한다는 식의 발상(이런 식의 경협은 사회주의 경제를 추구하는 북한의 현황상 실현되기 어렵다)이 아니라 남북협력을 위한 철도 및 도로 연결, 백두산 관광을 포함한 관광교류 사업 등은 내수관련 산업에 활력을 제공할 것이다. 남북협력이 강화되어 통일경제가 실현된다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구 감소 문제도 일정 정도 해소될 수 있다.

또한 개성공단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생산을 이전하는 것보다 개성공단에 진출하는 것이 더 큰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남북 간의 경협은 어쩔 수 없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려는 기업들의 발걸음을 돌리게 할 것이다. 이는 내수활성화에 기여하는 요인이 된다.

남북경제협력은 무역전쟁으로 인한 대외적 충격을 완화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무역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정 자원이 무역전쟁의 직접적인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의 경우 2017년 기준 광물 수입의존도는 93%가 넘고, 금속광물의 경우 수입의존도가 99%에 달한다. 불안정한 광물자원의 수급은 한국경제에 부정적 요인이다. 북한의 광물 매장량의 잠재적 가치가 크다는 것은 이미 공인된 사실이다. 남북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광물수급이 가능하다면 대외의 충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경제협력은 새로운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남북경협이 확대되면 남측의 자본과 북측의 노동력이 결합한 개성공단과 같은 모델뿐만 아니라 북측의 기초과학 기술,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활용한 경제협력이 가능해진다. 이는 저성장의 늪에서 뚜렷한 대안 없이 무역전쟁으로 빠져드는 세계 경제 현황 하에서, 한국경제에 큰 숨통이 되어 줄 것이다.

남북경제협력을 통해 세계적 무역전쟁에 대비하며, 평화 번영의 시대를 준비해 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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