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쉬임 없어, 우리가 유명을 달리한 지 어언 49일, 애틋한 정을 안고 불원천리 달려와, 그대의 영전에 향을 피우고 잔을 올리니, 새삼 사무치는 그리움에 가슴이 메입니다.
지금, "이 기자" 하고 부르면, 금방이라도 달려올 것 같은데, 정말 그대는 불귀의 객이 되어, 이 차디찬 흙무덤 속에 묻혀, 대답마저 없단 말인가.
그 서글서글한 눈매, 따뜻한 미소, 이제 영영 다시 볼 수 없고, 그 씩씩하고 다정한 목소리, 더는 들을 수 없으니, 아, 이 참혹한 현실이 너무나 야속합니다.
일생일거, 냉엄한 이 법칙을 그 누가 어길 수 있을까만, 사랑하는 아내와 비둘기 같은 딸을 남겨두고, 함께 손잡고 일하던 동지들과 뒤따르던 후배들을 뒤에 두고, 이렇게 유명을 달리 하니, 새록새록 단장의 아픔이 가슴을 칩니다.
짧다는 사람의 한생, 그것도 다 누리지 못하고, 애석하게 이승을 떠났지만, 그대 생애, 대의와 신념 위해 불같이 뜨겁게 살았고, 이룬 업적 산과 같이 크나니, 이창기, 그대 진정 떳떳하고 장하여라.
그대는, 남도 기슭에서 생을 얻어 자라면서, 총명이 밝아 일찍이 세상에 눈을 떴고, 풍운의 큰 뜻을 품고, 광란하는 야수에게, 정의의 투사로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이 과정에, 그의 불같은 열정은 애국으로 승화되고, 통일의 필봉은 더욱 예리해졌나니, 앞을 가로막는 온갖 시련도, 결코 그의 투지를 꺾지 못하였으며, 팟쇼의 탄압과 박해는 오히려 그의 애국의 신념에 고무로 되었습니다.
분단 비극의 통한을 언제나 뜨거운 가슴에 안고, 이 겨레의 아들로서, 민족과 시대 앞에 지닌 자기의 임무에 충실하였으니, 비록 생애 짧았으나 그대는 한생을 빛나게 살았고, 그 삶은 만인의 본이 되었습니다.
통일을 민족 지상의 과제로 삼고, 모든 것을 다 바친 그 애국충정, 한 점 사심이 없고 수정같이 맑은 그 양심, 가히 남은 사람들의 훌륭한 귀감입니다.
그대가 심어 놓은 무수한 통일의 씨앗들, 모두 겨레의 역군으로 자라, 이 엄동설한 이기고 양춘에 화사한 꽃으로 피어, 그대 뒤를 이어 이 강산을 수놓을 것이며, 그대가 심혈을 기울여 이루어 놓은 자주시보, 만난을 무릅쓰고 무럭무럭 자라, 진보와 통일을 밝히는 등불이 될 것이며, 꿈에도 그리던 통일조국, 그 아침이 이 강산에 찬란히 밝았으니, 이창기 동지여, 만 시름 다 놓고 이제 편히 안식하시라.
남해의 동백처럼 다시 피고, 지리의 청송처럼 항상 푸르러, 오매에도 그리던 통일조국의 품속에, 그대를 못 잊는 우리들의 가슴속에, 다시 부활하시라.
사랑하는 이창기! 다정한 그 이름 다시 한번 불러보며,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2019년 1월 5일 자주시보 대표 김병길 곡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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