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노이 회담 무산에서 얻은 교훈을 실천해야
이흥노 재미동포
기사입력: 2019/05/24 [10:29]  최종편집: ⓒ 자주시보

 

싱가포르 <1차 북미 공동선언>은 비핵화와 평화체제로 가기 위한 매우 합당하고 적절한 총체적 그림이라고 평가된다. 7개월 만에 하노이 <2차 북미 정상선언>이 발표되기로 돼 있었다. 이를 위한 만반의 준비가 완료됐다. 이것은 1차 합의를 실제로 이행키 위한 지침서다. 바꿔 말하면, ‘로드멥’ (Road Map)이라고 봐도 된다.

 

사실상, ‘하노이 북미 공동합의서’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이행의 70-80%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놀라운 성과임을 부정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서명 직전 미국의 변절로 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어떤 경우에도 이 공동합의서에 준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는 전진이란 있을 수 없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이 대화의 기본자세라는 것이다.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장은 “단계적 접근법”이 아주 이치에 맞다고 했다. ‘레온 시걸’ 사회과학 교수를 비롯해 부시 정부의 북 핵 총괄 책임자였던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관리는 미국이 “황금 같은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고 통탄한다. 영변 핵 단지를 여러 번 시찰한 세계적 핵과학자 ‘헤커’ 박사는 처음부터 핵 목록 요구는 무리며 영변 핵시설 폐기는 북측 핵 자산의 70%~80% 제거라고 한다.

 

하노이 북미 공동합의서는 북유럽의 한 별장에서 남북미 실무진이 합숙까지 하면서 도출해낸 번듯한 비핵화 이행 합의서다. 북측의 비핵화 이행과 동시에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는 아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합의다. 북은 연변 핵시설을 완전 폐기하고 미국은 상응조치로 제재의 일부를 해제한다.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와 남북 간에는 교류 협력도 열리게 된다.

 

트럼프가 <2차 북미정상회담>에 커다란 기대를 했었다는 증거는 수없이 많다. 백악관은 1차에 이어 2차 회담을 앞두고 ‘기념주화’를 발행했다. 또 허드슨 연구소의 린드버그 연구원이 <WSJ 신문>에 기고한 트럼프 비핵화 예찬 글을 발췌해서 기자들에게 배포하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트럼프는 자신을 위해 아베에게 노벨 평화상 신청을 해달라는 암시까지 했다.

 

올해 초, 일본 정부산하 연구소가 주최하는 한 발표회에 참석차 도쿄에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비건 대표 전임자)가 기자들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미국이 드디어 선비핵화 주장이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계적 비핵화’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은 그가 미국의 분위기를 잘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 신뢰가 간다.

 

트럼프는 2차 회담 직전, 텍사스의 한 정치집회에서 “북과 전쟁 전야에서 평화를 향해 김 위원장과 같이 나가고 있다”고 했다. 2차도 1차 회담 같이 아주 잘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북미 대화 반대 세력들이 언젠가는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비핵화에 성과를 내서 반대세력의 코를 아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복수심이 깔린 발언이다.

 

하노이 회담 마지막 날 북미 정상이 공동선언에 서명하는 자리에 불청객인 볼턴 보좌관이 나타났다. 무슨 불길한 징조라고 많이 우려했다. 웬걸, 결국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만찬을 겸한 회담장을 빠져나간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는 조건으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요구해 회담이 무산됐다고 발표했다.

 

회담이 불발된 이후 폼페이오 국무와 볼턴 안보보좌관도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북측에 돌리곤 했다. ‘빅 딜’과 ‘단계적’ 충돌이 회담을 결렬시켰다고 변명한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팍스> 뉴스 인터뷰 (5/19)에서 이란 문제 거론 중에 하노이 회담 결렬 책임을 북측에 떠넘기는 발언을 했다. 핵시설 5개 중 한두 개만 폐기하고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해서 합의가 불발됐다고 했다.

 

북측은 원래 미국 측 기자회견을 그냥 지나치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왜곡이 너무 엄중해, 밤늦게 기자회견을 열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리용호 외무상이 최선희 부상을 대동하고 나와 전면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게 아니라 민수용 유엔제재 5개 항 해제를 요구했다고 했다. 그는 회담 결렬 책임이 전적으로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측의 요구가 전면 제재 해제냐, 부분적 해제냐를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졌다. 그런데 <AP통신>이 ”이번에는 북측 주장이 맞다”는 기사를 썼다. 미국 측 코가 납작하게 됐다. 이건 더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잠잠했었다. 그런데 최근 트럼프가 또 이걸 들먹였다. 원래 미국은 오리발 내밀기와 철판 깔기로 명성을 날리니 이상할 건 하나도 없다.

 

‘시몬 천’ 노스 이스던대 교수가 인용한 자료에 의하면 하노이 북미 합의문이 발표될 것이라고 진보든 보수이든 간에 미 국민의 60%~80%가 믿었다고 한다. 청와대도 철석같이 믿었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 미리 계획된 무산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 하노이 현장에서 트럼프가 변절했다는 증거다. 수용 불가한 ‘빅 딜’을 졸지에 내밀고 서명을 거부한 처사는 미국의 오만함 그 자체다.

 

회담장을 빠져나간 트럼프는 기자회견을 열고 “실제, 준비된 합의문에 서명 할 수도 있었고 내가 원하면 100% 서명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합의문에 서명하기로 돼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걷어찼다는 고백이다. 한반도 전문가인 조엘 위트 (38노스)는 최근 한 안보 매체에 “하노이 회담 결렬은 트럼프가 볼턴 등 매파의 조언 수용 때문”이라고 썼다. 정기열 교수 (21세기 연구원장)는 트럼프가 “납치됐다”고 주장한다.

 

많은 전문가가 볼턴과 같은 매파들을 트럼프가 끼고돌다간 큰코다친다는 조언을 하고 있다. 북측도 폼페이오와 볼턴이 훼방꾼이라며 교체를 요구한 지가 오래다. 서명이 거부됐던 ‘하노이 공동합의문’이 나무랄 데 없는 진짜 ‘모범답안’이다. 이걸 개선 확대하면 ‘새로운 계산법’이 되고 남는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늦어도 7월까지는 성과를 내야 한다.

 

8월에 노벨 평화상 발표가 나오고 대선전이 본궤도에 들어선다. 세기에 한 번이나 있을 ‘천재일우’의 기회가 이번이 마지막이다. 당면한 온갖 악재를 단칼에 제압할 수 있는 결정적 수단은 전쟁이 아니고 ‘새로운 계산서’다. 이를 지참하고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적지라도 마다하지 않고 평양으로 달려가는 멋진 용기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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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육사 19/05/24 [12:55]
▶ 2차 조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건 조선 입장에서 천재일우의 순간이었다. 그때 뭔 합의에 서명했으면 임의의 순간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거나 골로 보내는 일에 차질을 빚었을 것이다. 미국과는 순조로운 대화로 뭔 합의를 하면 안 되고 반드시 핵 전쟁급의 전쟁을 치르고 난 뒤에 해야 그 협정 이행에 별 탈이 없게 된다. 달리 말하면, 순조로운 협정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하나 마나 한 협정이다. 그러나 핵전쟁을 하고 난 뒤 협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또 핵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니 벌벌 떨며 준수해야 한다. ▶ 세상은 트럼프가 없어도 잘 돌아갔는데 이 씨벌넘이 어느 날 나타나 장작불을 이리저리 헝클면서 잘 타던 불이 꺼지고 있고, 조선의 미사일도 못 막는 넘들이 뭔 핵심기술을 보유한 양 부품공급을 중단하네, 마네 지랄들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별로 걱정하지 않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미국은 모든 방면에서 주눅이 들어 있다.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해서는 햇빛이나 달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미국 본토 상공 전역 또는 도시 상공에 핵탄두가 통과하지 못할 돔을 설치하든가 해야지 엉뚱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 미국이 국가안보를 내세우며 주눅 든 것처럼 난리굿을 치는 이유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도둑질한 일, 그 조사를 막기 위해 사법 방해를 한 일, 별의별 건수를 잡아 삥쳐 먹는 일 등에 국민이 관심을 갖지 말고 목숨 보전이나 신경 쓰라는 술수다. 이런다고 탄핵을 당하지 않거나, 퇴임 후 기소되어 교도소 가는 걸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트럼프는 하늘이 두쪽나도 재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 ▶ 그간 트럼프 탄핵 발언에 말조심하던 민주당 펠로시 하원의장이 어제 인프라 회동에 지각하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트럼프를 향해 "만인이 보고 있는 백주대로에서 온갖 범죄행위를 숨기려는 그 자체가 탄핵감이다"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런 꼬라지를 당하지 않는 일왕, 영국 여왕과 조선 지도자를 동경하고 자식들을 인사시키기 위해 나들이에 나선다. 미국은 탄핵과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트럼프를 바로 치울 방안을 모색하면 되고, 조선은 이런 자와 어떤 협정도 맺어서는 안 된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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