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원의 그려주는 인터뷰 ]4. 서지연 주권방송 편집국장
신혜원
기사입력: 2019/09/15 [11:11]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주권방송 편집국장 서지연     © 신혜원

 

원 : 자기소개해 주세요.

연 : 저는 주권방송 편집국장 서지연입니다.

 

원 : 주권방송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요?

연 : 2010년 10월 1일에 창립됐어요. 준비사업은 2009년부터 했고 2008년에는 ‘615TV’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습니다.

 

원 : ‘615TV’ 때부터 같이 하신 건가요?

연 : 네.

 

원 : 어떻게 방송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연 : 2007년에 아이를 낳고 쉬고 있다가 방송국을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고 복귀하면서 같이 준비하게 됐어요. 

 

원 : 그 전에 관련된 일을 한 적이 있나요?

연 : ‘깨우는 동화’라는 애니메이션 동화를 만든 적이 있어요. 지금 생각하면 꽤 큰 프로젝트였는데요. 

 

원 : ‘깨우는 동화’에 대해 어떻게 기획해서 하게 됐는지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연 : 벌써 십몇 년 전 일이네요. 60년 동안 깨지 않는 악몽이라는 주제로 분단과 미국, 제국주의의 한반도 전략에 의한 피해와 아픔, 상처들에 관한 내용을 이야기 형식으로 편하게 풀어보자는 목적으로 만들게 됐어요. 생활 곳곳에 있는 이야기들을 하려다 보니 범죄 얘기를 많이 다루게 되었죠. 기지촌으로 가게 된 지 며칠 만에 살해당한 여성, 주한미군 기지로 확정되며 땅을 빼앗긴 평택 대추리 이야기, 폭격 훈련장으로 이용되던 매향리 투쟁, 이태원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조중필 학생 등 변하지 않는 미군 범죄에 대해 다루며,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미군이 있는 한 우리는 피해를 받는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했어요. ‘TV동화 행복한 세상’같은 형식으로 ‘깨우는 동화’로 만들었고요, 그림 그리고 극하는 동지들과 같이 진행했었어요. 

 

원 : 영상을 만들었던 경험만으로 방송국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결심이었을 것 같은데요, 당시 방송국을 만들었던 목표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연 : 당시는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기던 때였어요. 그 이전에는 다음 아고라가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였다면 미디어몽구를 비롯해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하고 대중적으로 영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때였죠. 유튜브 이전에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 등이 사용될 때였어요. 진보진영에서도 이런 경향에 맞는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는 고민에서 시작되었죠.

 

원 : 동영상 콘텐츠 제작뿐 아니라 방송국이라는 형태를 시작할 때는 다른 고민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연 ; 2007년부터 국민주권시대라는 고민을 하며 국민의 목소리는 높아지는데 기성 언론이 이 목소리를 다 대변하지 못한다는 생각했어요. 그런데서 개인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보다 공신력을 가진 언론으로 국민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원 : 그렇군요. 그렇게 시작한 주권방송이 10년이 되었네요.

연 : 내년에 10주년이 돼요.

 

원 : 10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연 : 많은 일이 있었지요. 이름인 ‘주권’처럼 주인다운 힘을 느꼈던 10년이었어요. 이명박근혜 시기가 이 안에 다 있어요. 주권방송의 시작이 광우병 촛불 때부터였거든요. 천안함이나 세월호, 부정선거 등 큰 사건들과 큰 집회의 현장도 많았고, 통일정세 상에서도 극한점까지 갔다가 다시 정상회담까지 오는 과정도 보게 됐지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우는 우리 민족, 국민의 힘을 느꼈던 10년이었어요. 우리가 막 일구어왔다기보다 계속 노력하시는 분들,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가 고민했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다 보니 10년이 간 것 같아요.

 

원 : 참 다사다난했던 10년이었네요. 그 안에서 편집국장님의 역할이나 마음가짐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아요.

연 : 많이 배우고 알게 됐죠. 예전에는 기획방송에 대한 고민보다는 정규방송과 현장방송을 중심으로 고민했는데 지금 이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전해야 할 목소리는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게 되는 과정이었어요. 저도 주인으로 서는 과정이었던 거죠.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해졌어요.

 

원 : 몸은 어떻게 건강해진 거예요?

연 : 이전에는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았어요. 안 아프고 일주일을 다 출근하기 힘든 시절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일도 많고 챙겨야 할 사람들도 많아졌는데 나를 몰아세우면서 했던 걸 그렇지 않게 됐어요. 예전 같으면 상황이 나를 몰아가는 것 같았다면 지금은 그런 상황에서도 내가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랄까요. 마음이 건강해졌어요. 아이들이 커서인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옛날부터 저를 알던 사람들이 지금 제가 더 편해 보인다고 이야기해요.

 

원 : 편집국장은 어떤 역할을 하는 거예요?

연 : 다 같이 하는 것이긴 한데, 방향을 잡고 기획을 하고요. 어떤 내용의 방송과 기사를 어떤 형식으로 낼지를 정해요. 혼자 정하는 것은 아니고 조금 더 먼저 고민하는 사람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것은 기사 검토예요. 처음의 목적대로 제작되었는지 확인하고 기자들과 토론을 많이 하면서 방향을 잡아나가기도 하고요.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인 거죠. 콘텐츠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지는 사람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원 :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검토를 잘하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실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는지요?

연 : 10년 동안 느낀 것은 개개인이 실력을 쌓는 건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전체적으로 고양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놓고 싶어요. 그리고 기술 실무능력을 키우는 것에 빠지기 쉬운데 정세분석이나 우리의 몫에 대한 고민 등 정치적 판단능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저희는 회의 시간 외에 정세분석 관련해서 토론을 많이 하려고 노력해요. 세계, 국내, 한반도 정세 등 분야별로 나누어서 토론하는데요, 이런 내용이 ‘박둥지의 세계의 눈’ 같은 콘텐츠로 제작돼요.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토론을 일상적으로 많이 해요. 기술 실무적인 능력은 계속 배우는 중이에요. 같이 배우기도 하고 개별로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하고요. 책을 정해서 같이 읽기도 하는데요, 따로 보면 다 읽지 않는 사람도 있어서 매일 독서이어달리기라는 것을 해요. 가장 감명 깊은 구절과 단상을 남기는 것인데요, 매일 당번이 있어서 안 읽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요. 이런 방식을 통해서 개인이 아니라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요. 주권방송 구성원들은 매일 저녁 9:30에 출근, 업무, 독서 등에 대해 하루 보고를 해요. 무엇을 보고할지, 몇 시에 보고할지 그런 내용도 다 토론해서 결정한 거예요.

 

원 : 하루 보고라.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요?

연 : 처음 시작은 평창 동계올림픽 즈음이었어요. 제가 독감에 걸려서 출근을 못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거든요. 그런데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기운이 높아지는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마음을 모으며 집중 기간을 정했어요. 개인별로도 목표를 정하고, 전체적으로 100 콘텐츠를 만들고 10만 조회 수를 달성하자는 목표를 세웠어요. 그러면서 집중 기간답게 매일 보고를 하자고 하여 시작된 것인데, 당시의 성과를 계속 이어나가자고 하며 꼽은 것들 중의 하나예요. 하루를 돌아보게 되어 좋았다는 평이 많았어요. 

 

원 : 정말 좋은 방도인 것 같네요. 주권방송 10년의 역사 동안 중요하고 기억에 남은 콘텐츠는 무엇이 있나요?

연 : 최근 것이긴 하지만 정상회담 보도 영상이 떠오르네요. 하루에 12개 정도씩 만들어서 올렸어요. 다들 똑같은 마음으로 영상들을 쏟아냈죠. 이 귀한 순간들을 잘 전달하자는 마음으로 녹취를 다 해서 자막을 정확하게 올리자고 했어요. 잘 알아듣기 힘든 발음을 몇 번씩 들어가면서 녹취를 했죠. 실수 없이 정확하게 전문을 다 따자고 결심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수없이 터지는 중에도 말 한마디 한마디를 잘 들으려고 노력했어요. 노력보다는 그렇게 하고자 했던 마음들이, 그 순간 그런 걸 제작하는 것 자체가 신나고 벅찼죠. 또 하나는 탄핵촛불 때요. 박근혜가 탄핵되던 순간, 천안함이나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것들도 있고요. 천안함은 10년 동안 놓치지 않고 있고, 세월호도 구원파 사무실까지 찾아가며 진실을 찾으려 했지요. 노래 영상들도 많이 만들려고 했어요. ‘이름을 불러주세요’같은 영상은 조회 수가 180만이 넘었어요. 그 외에도 통일콘서트, 채널 615등 통일과 한반도 정세전망 전문 방송을 1주일에 1개는 꼭 하면서 이어왔죠.

 

원 : 참 많은 일을 해 왔네요. 지금 주권방송이 하는 방송들 소개를 해주세요.

연 : 정규방송으로는 매일 나가는 ‘황당한 뉴스’가 있고요, 주 2회 나가는 시사이슈 ‘단상’과 세계정세를 보는 ‘박둥지의 세계의 눈’이 있어요. 정세를 해설해주는 ‘시사돋보기’, 심리학자 김태형의 미국심리학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미심쩍다’, 장경욱 변호사의 ‘조작’이 있고요. 월 1회 일본어로 읽어주는 ‘칼럼 읽는 남자’가 있어요. 그리고 현장 보도영상과 카드뉴스, 진보강좌(진보적 의제나 한미관계에 대한 것을 강연 형식으로 만든 것)들이 있고 때때로 기획영상과 노래 영상들도 만들어요. 지금은 끝났지만 ‘천안함의 진실 2019’라는 방송도 했네요.

 

원 : 와,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하죠?

연 : 저희는 개편을 수시로 해요. 인터넷 방송의 장점이죠. 긴 흐름을 갖고 가는 것도 있긴 한데 쉽게 쉽게 하려고요. 우리가 1주에 한 번씩 하는 정세토론의 내용을 방송으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만들다가 2주에 한 번으로 바꾸기도 하고 그래요. 사안을 쫓아다니는 게 아니라 기본 틀을 잡고 꾸준히 하면서 그 안에서 이러저러한 궁리를 하죠. 예를 들면 강연 영상을 찍을 때 강연만 올리면 집중이 안 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 하면서 ppt도 화면에 같이 보여주자는 방도가 나오고요. 지금 필요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맞는 방식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내는 것을 연습 중이에요. 그래서 갖가지 방법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원 : 그렇다면 주권방송의 목표? 방향은 어떻게 되나요?

연 : 몇만, 몇십만이 보는 콘텐츠들 속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콘텐츠, 젊은 사람들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자는 게 목표예요. 뭔가 배워야겠다고 생각하면 EBS를 보는 것처럼 정세를 어떻게 봐야 할지 고민되면 주권방송을 보도록 하는 것이 첫째 목표, 둘째 목표는 더 많은 사람이 보도록 하는 거예요. 작년보다 조회 수가 2배로 늘었지만 만대의 시청률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나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아직 젊은 층이 보기 힘들어하는데 더 젊은 세대들에 맞춰서 만드는 게 목표예요.

 

원 : 주권방송과 함께 한 10년 세월 속에 서지연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보람과 어려웠던 점들에 관해 얘기해주실 수 있나요?

연 : 보람이라. 좋았던 거라면 좋은 사람들과 함께 많이 배웠던 과정이었어요. 세월호 가족들, 신상철 대표, 평생 통일운동 해 오신 분들,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 가장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순간들에 많이 배웠어요. 콘텐츠 제작은 혼자가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 서로 빛내어주는 과정이 행복했어요. ‘이름을 불러주세요’ 만들 때 아이들 책상을 꼭 찍고 싶었는데, 두 동지가 가서 1반부터 10반까지 모든 반을 돌며 모든 책상을 하나씩 찍어왔어요. 무얼 해야겠다고 하면 다 같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며 든든한 곳에서 일한다는 느낌이 들었고 같이 있으니까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는 과정 동안 주권방송에 계속 있었는데 동지들 덕에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활동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랑과 믿음을 많이 느끼는 과정이었죠. 어려웠던 건 부족함을 느낄 때예요.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떠나가는 경우들도 있는데 그럴 때 내가 부족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말하는 내용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는데 잘 안 될 때도 부족함을 느끼죠. 안 보는 콘텐츠는 안 보는 이유가 있거든요. 조회 수만으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조회 수가 바로 보이니까요. 결국 우리의 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느낄 때 어렵죠.

 

원 : 그렇다면 올해까지 서지연 편집국장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연 : 제가 일을 제때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해야 할 일들이 갑자기 많아져서 헉헉대면서 하는 상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중요한 일을 제시간에 많이 하지 못하고 짧은 시간 안에 할 수 있는 것들만 쳐내다가 해야 할 일을 폐기하게 되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생겨요. 지금 꼭 해야 되는 일이 무엇인가 생각해야 하는데. 이창기 선배처럼 다른 사람들이 신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신심 높게, 해야 할 일이라면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것을 배워야겠어요.

 

원 : 높은 책임감으로 많은 일을 하고 계시는 편집장님, 앞으로도 좋은 방송 부탁드립니다.

 

‘깨우는 동화’ 참고자료

https://youtu.be/klUNCqsUi6w

https://youtu.be/QtmEZST5I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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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혜원 작가가 서진연 편집국장과 대담하면서 느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 신혜원

 

 

무척 바쁜 주권방송 편집국장님을 8.15가 끝난 주 일요일에 겨우 만났어요.

그날도 집수리를 하는 도중에 겨우 빠져나와 급하게 인터뷰만 하고 가셨는데요.

어떤 질문을 해도 개인의 이야기보다 주권방송, 우리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것을 보며 집단과 동지들을 귀히 여기는 그런 마음이 주권방송을 튼튼하게 만드는 하나의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어요.

계속 전진할 서지연 편집국장과 주권방송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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