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정해랑
기사입력: 2019/11/03 [18:2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시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중 일부     ©김영란 기자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위하여

 

정해랑

 

 

 

현자들은 말한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고

사라져 버린다고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렸을 때의 슬픔

억울하게 짓밟혔을 때의 분노

마침내 떨쳐 일어나 하나가 되고

승리를 맛보았을 때의 그 기쁨까지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 지고

풀잎에 맺힌 이슬이 사라지듯이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만다고

그래 기미년 31일 정오부터

이 땅을 불사르던 그 분노 그 함성 그 기쁨도

사라져 버렸지 기억 저편으로 말이야

어라 근데 그게 아니었어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났지

우리 여학생들을 희롱하던 저 쪽바리 새끼들

열 받아 있는 차에 지들 왕 생일이라나 뭐라나

우리더러 머리 조아리고 신사참배하라고 했지

우리는 들불처럼 일어났어 전국방방곡곡을 활활 태웠지

광주학생독립운동! 3.1혁명의 그 분노 그 함성 그 기쁨이 되살아난 듯했어.

비록 두 동강이 났지만 되찾은 조국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은 학생의 날로 기념되었지.

친일파를 옹호하고 부정부패 부정선거를 획책하는 이승만 정권

청년 학생의 함성으로 무너뜨렸지

이후 전개되던 4월의 혁명 정세

온갖 적폐 청산하고 민중의 기본권을 쟁취하자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 가도 못하느냐

외치고 또 외치며 통일운동을 시작했었지

아아 그러나 만주군 출신 일본제국주의의 앞잡이 다까끼 마사오

통일을 막으려 하고 자주독립을 싹부터 자르려는

저 무지막지한 자 마침내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적 한일협정을 체결하려 했지

결사반대하는 청년 학생들의 우렁찬 외침

삼선 개헌하고 유신이란 걸 하면서 장기집권 야욕을 드러내더니

학생의 날을 없애버린 거야

광주학생독립운동을 부정하는 짓을 한 거지

친일본색을 드러냈어 다까끼 마사오

긴급조치를 선포하고 사법살인도 자행하고

유신철폐 독재타도 긴급조치 철폐하라

제 아무리 짓눌러도 싸워 나가는 청년 학생들

마침내 유신 발표 7년 만에 부마민주항쟁으로

다까끼 마사오는 제 부하에게 총 맞아 죽고

그 새끼 살인마 전두환 광주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이에 맞서 광주민중항쟁으로 맞선 시민의 중심은 청년 학생이었다

전두환을 궁지에 몰아붙이며

비록 군사독재치하라도 이른바 자율화조치로 되찾은 학생의 날

드디어 19876월 항쟁, 호헌 철폐 독재 타도 종철이를 살려내라

전두환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쉽지 않은 민주화

다까끼 마사오를 흉내내는 쥐박이와

다까끼 마사오의 딸 공주가 대통령이 되는 비극

하지만 끝나지 않았다 1700만 촛불이 다시 일어섰다

분노 외침 투쟁 행진은 멈추지 않았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현자들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불의에 저항하는 분노

떨쳐 일어나는 행동과 함성

마침내 승리를 통해 얻는 기쁨

이 모든 것들을 후대에 넘겨주고 선대로부터 배우는

그것들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으면서 내 운명의 주인은 나이고

우리 운명의 주인은 바로 나라는 것을 깨우치고 있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을 기억하자 기념하자

사라지지 않는 것들이 이 땅에서 살아지게 하기 위하여

민주주의 완성 만세!!!

완전한 자주독립 만만세!!!

조국 통일 만세, 만세 만만세!!!

 

 

 

* 112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 기념대회에서 낭송된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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