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일침 625] 번역이 늘 문제로다

중국시민 | 기사입력 2020/02/03 [12:24]

[정문일침 625] 번역이 늘 문제로다

중국시민 | 입력 : 2020/02/03 [12:24]

 

 

조선(북한) 매체들이 무슨 기사를 발표하면, 한국 언론들은 재빨리 전한다. 남북 관계가 좋을 때는 전재 비용을 지불하다가 나빠지면 지불이 중지되었다는 보도를 본 적 있다. 일부 단어를 한국 용어로 바꾸는 경우가 많고 가끔 마사지도 하지만 조선 매체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는 대목도 적잖다. 

 

중국 조선어(한글) 매체들은 조선의 보도를 그대로 갖다 쓰지 않는다. 조선 사이트들을 통해 보고 들을 걸 다 접하면서도 중조 양국 관련 보도들은 신화통신이 중국어 판본을 제공하기를 기다렸다가 조선어로 번역하여 게재한다. 그 내용이 조선중앙통신의 원본(?)과 약간 차이 나더라도 신화통신 기사와의 일치함을 원칙으로 삼는 모양이다. 하기에 가끔 같은 내용의 두 가지 언어, 네 가지 판본을 보면 미묘한 웃음을 짓게 된다. 

 

한국 언론들이 전했다시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과 관련하여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서한을 보냈다. 조선중앙통신의 2월 1일발 보도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우리 당과 인민은 중국에서 발생한 이번 전염병발병사태를 자기 일처럼 생각하며 한집안 식구, 친혈육이 당한 피해로 여기고 있다고 하시며 형제적 중국 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 싶은 진정을 전하시였다.” 

 

조선중앙통신 사이트는 조선어 원문 기사 외에 중국어, 영어, 러시아어, 일본어, 스페인어 역문을 제공하는데, 위 대목을 조선중앙통신 사이트의 중국어 판본에서는 이렇게 옮겼다. 

 

“金正恩同志在信中说,朝鲜党和人民把发生在中国的这次疫情发病事态当做自己的事感到痛心,像一家人、亲骨肉遭遇一样感同身受,真心愿意分享并帮助兄弟的中国人民经受的痛苦和考验。”

 

“경애하는 최고령도자”가 빠지고 “우리 당과 인민”이 “조선당과 인민(朝鲜党和人民)”으로 조절된 것 등은 조선중앙통신 기사 외국어판본들의 관례다. 대체로 직역하여 뜻을 전달했는데, “형제적 중국 인민들이 겪는 아픔과 시련을 조금이나마 함께 나누고 돕고 싶은 진정”이 “真心愿意分享并帮助兄弟的中国人民经受的痛苦和考验”으로 옮겨진 데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문장구조가 어색한 건 둘째 치고(구체적으로 따지려면 언어학과 문법을 풀어야 하므로 줄인다) “나누고”라는 뜻으로 “펀샹(分享)”을 골라 쓴 게 두드러진 오류라고 해야겠다. 이 단어는 “기쁨(欢乐、喜悦)”、 “성과(成果)” 등과 결합하면서 좋은 일에 쓰이기 때문이다. “아픔”을 나누는 경우에는 “펀단(分担)”이 쓰인다. 굳이 풀이하면 “나눠서 떠멘다”라고 할 수 있는 이 단어는 “근심(忧愁)”,“고통(痛苦)” 등과 결합하면서 나쁜 일에 쓰인다. “分享...痛苦”라고 하면 중국인들이 불쾌해하기 쉽다. 

그런데 묘한 일이 일어났다. 신화통신이 2월 1일 밤에 발표한 “조선 김정은 최고령도자가 시진핑에게 친서를 보내 위문을 표시(朝鲜最高领导人金正恩向习近平致亲署信表示慰问)”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는 서한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간추려 전했다. 

 

“金正恩在信中表示,我本人及朝鲜党和人民将中国发生的此次疫情看作自己的事情,我们坚信,在习近平总书记的英明领导下,中国党、政府、人民一定能够打赢疫情防控阻击战。借此机会,我向奋战在疫情防控一线的全体中共党员和医护人员致以问候,向被疫病夺去亲人的家庭表示深切慰问,并向中方提供支持。请尊敬的习近平总书记保重身体,祝中国人民平安幸福。” 

 

“우리 당과 인민” 앞에 “나 본인 및(我本人及)”이 더 있을 뿐 거의 다 조선중앙통신 기사가 전한 바인데, 중국어를 모르는 이들이라도 “펀샹(分享)” 두 글자가 없음은 알아내기 어렵지 않다. 

 

국가 사이의 서한 원본을 본 적 없는 필자로서는 조선이 서한을 보내면서 조선어 판본만 보냈는지 중국어 역본도 보냈는지 알지 못하고 역본이 존재하는 경우 어떻게 썼는지도 알 리 없다. 물론 조선이 제공한 서한 중국어 역본에서 “펀샹(分享)”이 등장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만 단 신화통신이 조선중앙통신 기사 중국어 판본의 역문을 접할 기회가 분명 있으면서도 “펀샹(分享)”을 쓰지 않은 건 중국인들의 감수를 배려해서가 아니겠나 짐작해볼 따름이다. 

 

아무튼 신화통신의 기사가 사이트들에서 퍼지면서 고맙다, 어려울 때 진정이 알린다 등등 댓글들이 달렸다. 중국에서 반도 남북에 대해 다 칭찬하는 현상을 보기가 참 드문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에서는 남과 북의 처사가 상당수 중국 네티즌들의 찬양과 감사를 받았다. 중국 조선족으로서 기분이 좋아진다. 

 

 

  • 에이구~ 20/02/11 [06:26] 수정 | 삭제
  • 중국시민이라는, 한국말 할 줄 아는 중국인. 자네가 예전에 우섭지도 않은 중국국뽕 영화 찬양하면서 감히 한국영화에 훈수랍시고 한 거 기억하나? 한국의 봉준호가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한 4개의 상을 거머쥐고 아카데미의 벽을 허물어버린 최초의 아시안으로써 또한 진심어린 서양인들의 축하를 받았다. 자네의 어리석은, 그 좁아터진 머리속의 사상이란 거, 이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 좀 하게나. 자네야말로 일제시대에 태어났다면 바로 이완용 그 자체였을 거다.
  • 고양이 20/02/23 [10:23] 수정 | 삭제
  • 에이구~ 씨에게 중국시민이라는 분은 한국어를 할줄 아는게 아닙니다. 조선어를 하는 것이지요 한국어라는 개념이 한국인의 언어라는 개념을 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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