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의미하는 것은

이세춘 | 기사입력 2020/03/12 [09:20]

이세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의미하는 것은

이세춘 | 입력 : 2020/03/12 [09:20]

민족재단에서 월간 '민족과 통일' 3월호가 발간됐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의미하는 것은

 

지난 3월 2일 북이 초대형 다연장로켓(방사포) 발사를 포함한 화력전투훈련을 실시했다. 처음에 국방부는 단거리미사일로 추정되는 미상의 발사체 2기를 확인했다고만 발사해 북의 훈련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불렀다. 아무튼 북의 로켓포 발사를 두고 청와대가 즉각 유감의 뜻을 밝혔다. 

 

미사일도 아니고 포사격 훈련에 굳이 유감을 표명해야 했을까? 물론 초대형 다연장로켓은 웬만한 단거리미사일을 능가하는 제원을 자랑한다. 하지만 그래도 로켓포와 미사일은 다르다. 청와대가 이를 제대로 알고 대응했는지 의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인 3월 3일 북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직접 담화를 발표했다.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는 제목의 담화는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규탄하고 있었다. 특히 “자기들은 군사적으로 준비되어야 하고 우리는 군사훈련을 하지 말라는 소리인데 이런 강도적인 억지주장을 펴는 사람들을 누가 정상상대라고 대해주겠는가”, “우리와 맞서려면 억지를 떠나 좀 더 용감하고 정정당당하게 맞설 수는 없을까”라고 하여 현 상태의 문재인 정부와 대화할 수 없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음날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가 날아왔다. 코로나19로 인해 곤욕을 치르는 문재인 대통령을 위로하는 편지였다. 청와대는 이를 즉각 공개했다. 전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담화는 잊어라, 남북관계는 나쁘지 않다, 친서가 북의 진심이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오늘(9일) 북은 또 미상의 발사체를 쏘아 올렸다. 훈련의 일환인지 신형 무기 실험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북의 의도가 뭘까? 북의 화력전투훈련은 아마도 동계훈련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이 동계훈련은 2~3월에 예정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응하는 성격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한미 군 당국은 코로나19 때문에 훈련을 연기했다. 반면 북은 훈련을 계속했다. 코로나19가 침범하지 않았다는 이유도 있지만 북은 동계훈련이 통상훈련이지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맞대응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친서는 어떤 의미일까? 많은 이들이 전날 김여정 제1부부장의 뼈아픈 담화를 달래는 의도로 분석한다.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사용해 상대를 휘어잡는 외교술은 국제사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는 말처럼 우리 외교술을 기준으로 북의 언행을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식의 자기중심적 해석이 지금껏 엉터리 대북정책을 낳았고 남북관계 발전의 발목을 잡았던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의 언행을 볼 때는 북의 외교노선, 북의 정책, 북의 철학을 기준으로 파악해야 한다. 흔히 북의 의도를 분석할 때 ‘행간을 읽어라’고 하는데 그런 엉터리 분석법으로는 더 이상 북의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행간을 읽기 전에 행부터 읽어라’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남북 사이에 정치, 군사적인 갈등을 겪는 일이야 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인도적인 문제다. 북은 인도적 문제로 고통을 겪는 한국 국민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글자 그대로 위로의 편지를 보낸 것이다. 이게 전부다. 

 

자칫 친서의 의미를 확대해석해 ‘북이 대화를 하고 싶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보면 아마 낭패를 볼 것이다. 북과 대화를 하고 싶다면 미국의 ‘승인’이나 기다리는 대북정책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 자기는 연합훈련을 계획하면서 북의 통상 훈련에는 규탄의 목소리를 날리는 ‘제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식’의 대북정책을 중단하지 않는 한 남북 사이에 대화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북의 다연장로켓 발사와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김정은 위원장 친서 등 최근 급증한 남북 이슈에 대한 여론이 흥미롭다. 

 

일단 예전 같으면 대서특필하며 반북여론몰이를 했을 언론들이 조용하다. 최대한 차분히 넘어가려는 분위기다. 정부여당과 반북야당도 크게 이슈화하지 않고 있다. 모두 쉬쉬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워낙 커서 남북 이슈가 묻힌 건 아니다.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하고 있다. 왜일까?

 

정부여당이나 반북야당이나 둘 다 총선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이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부여당 입장에서는 남북대화가 잘 되고 관계발전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로켓포가 날아가고 ‘단죄’의 담화가 나오는 양상은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 그렇다고 친서를 강조하자니 ‘로켓포도 못 막으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받았다고 좋아하나’라는 비난을 받을 것 같다. 그러니 조용히 넘어가려는 것이다. 

 

반북야당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선거에서 북풍이 반북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남북관계 이슈를 키워봐야 표만 떨어질 뿐이다. 특히 지금 남북관계가 나쁘더라도 작년 지방선거 전날 북미정상회담을 한 것처럼 총선 직전에 남북관계에서 극적인 전환이 일어날 경우 반북야당이 또 참패할 거라는 두려움이 있다. 그러니 최대한 쉬쉬하는 것이다. 반북야당과 한편인 언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민의 반응은 다르다. 김정은 위원장 친서 뉴스를 보며 ‘어찌됐든 대화는 좋은 것’이라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심지어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를 놓고도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지 않은 것은 좋은 신호’, ‘총선에서 정부여당이 종북공세를 당하지 않도록 신경쓴 것’이라며 긍정적인 해석을 하려고 노력한다. 남북 이슈를 반기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진보정당들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 어떨까? 남북관계에서 가장 원칙적인 목소리를 내는 정치세력이 누구인지,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가장 적극적으로 바라는 정당이 누구인지 알릴 좋은 기회 아닐까? 

  • 참조아 20/03/12 [09:57] 수정 | 삭제
  • 정곡을 짚은 정확한 분석이라고 판단됩니다 고맙습니다
  • ㅋㅋㅋ 20/03/12 [13:31] 수정 | 삭제
  • 항문국에 진짜 언론은 자주시보 밖에 없다. 조중동은 엉터리 창작소설이나 쓰고 있고 나머지 기레기들도 조중동과 도토리 키재기다.
  • 미친미국 20/03/12 [14:24] 수정 | 삭제
  • 통일부는 '통일부는 뭐하는가?'(김광수3.4)를 읽고 분발해야..유신때부터 써먹은 판박이업무(관료주의)를 '새로운 사고,새로운업무'라 밝힌다면.. 조롱당하는 기분... 코로나와 더불어 한반도상황이 위중한 시기에 지금대로라면.. 정부 '기생충'소리 나올만.. 캠퍼스로 돌아가거나, 일을 바꾸거나 아니면 없...
  • ㅉㅉ 20/03/14 [16:11] 수정 | 삭제
  • 적확한 지적이심. 코로나는 인도적인 문제, 북은 인도적 문제로 고통을 겪는 남한인민과 남한대통령 문재인에게 글자 그대로 위로의 편지를 보낸 것임. 이게 전부임. 이걸 가지고 그래도 북이 문재인만큼은 개인적으로 엄청 생각해주고 있는 것처럼 호들갑떠는 사람들은 좀 자중해야 할 것임. 문재인과 청와대에 대한 북의 기본입장은 김여정 담화에서 백일하에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임. 그래도 문재인을 콕 찝어 직접적으로 까지는 않지 않았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얼굴 맞대고 밥이라도 한두끼 같이 먹은 의리를 생각해서 대놓고 욕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임. 아니 청와대 주인이 문재인인데, 청와대를 욕한 것이 문재인이를 욕한 거지 그럼 누구를 욕한 거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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