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주체를 이길 수 없다"

박금란 | 기사입력 2020/03/13 [10:24]

시 "주체를 이길 수 없다"

박금란 | 입력 : 2020/03/13 [10:24]

주체를 이길 수 없다

                   

  - 박금란

 

 

우리는 살집이 없이

이방 저방 이집 저집

비오는 날 처마의 

잠시 비 피하는 새이지만

 

해와 달 별을 품고 있다

너른한 해와 달 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공평의 무기다

 

무너져 내리는 집 어린아이가

한 뼘 마당에서

봄볕 맞아 익은 얼굴에

슬픈 꿈이 냉이처럼 돋고

 

가난이 안개처럼 번진 산동네에도

해와 달과 별은 안스러이

힘내라고 

고달픈 상처에 약 발라주는

우리 편이다

 

외딴집 낡은 지붕에도

만삭의 여인처럼

생명이 부푸는데

 

녹슨 아메리카 무기가

이 같으랴

 

우리는 

해와 달 별을 끼고 

영원을 지향하는 주체다

 

가로놓인 벽이 겹겹이지만

지푸라기 같은 절망에 단련되어

헛된 꿈은 믿지 않는

힘겹지만

가로등같이 외로 서서

어둠을 밝히는

우리 하나 하나는

해와 달과 별이 되었다

 

아메리카전쟁은

해와 달과 별을

결코 이기지 못하는

패배의 필연적 헛꿈은

조약돌 하나도 

이기지 못하여

참수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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