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정당...무엇이 도덕인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03/19 [07:27]

비례연합정당...무엇이 도덕인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03/19 [07:27]

똑같아지기 싫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절차이다. 국민의 대표를 공정하게 선출하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동등한 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규칙을 어긴다면 선거 결과는 공정할 수 없다.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을 통해 규칙을 대놓고 허물어뜨리고 있다. 공정한 선거를 담보해야 할 ‘심판’인 선거관리위원회는 미래한국당을 제지하지 않고 허용해버렸다. 규칙이 훼손되고 심판도 유명무실한 것이다.

 

스포츠와 비교하면 우리는 축구 규칙에 따라 발로만 공을 차는데 상대방은 미식축구 규칙대로 하겠다며 공을 손으로도 들고 발로도 차고 있는 꼴이다. 다르게 비유하면 농구 경기에서 똑같은 슛을 넣어도 한 쪽은 1골당 1점씩 득점하는데, 상대방은 2점씩 득점하는 꼴이다.

 

진보개혁진영에서는 미래통합당의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서 비례연합정당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례연합정당이 비도덕적, 비원칙적이기 때문에 미래통합당과 똑같이 할 수는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미래통합당 부류와 똑같아질 수 없다며 우리만이라도 페어플레이를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가 규칙을 어기는 데도 페어플레이만을 끝까지 고집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상대방의 규칙 위반을 받아들이고 우리에게 주어지는 손해를 감수하자는 것과 같다. 한낱 스포츠 경기라면 사후에 바로잡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선거는 국민의 삶을 좌우하기 때문에 한 번의 스포츠 경기처럼 가볍지 않다.

 

정치에서 상대의 불의와 비도덕을 외면하고 허용하는 것은 페어플레이가 아니라 무능과 무책임이다.

 

2014년 지방선거 사례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규칙’과 관련한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과 박근혜, 안철수 후보가 기초선거 무공천을 공약하였다. 시장 및 시의원, 구청장 및 구의원에 대해서 공천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 뒤 2014년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국회는 기초선거 무공천법을 만들지 못했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은 무공천 약속을 어기고 공천을 진행했다.

 

그런데도 안철수와 김한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재의 민주당. 이하 민주당으로 표기함) 공동대표는 무공천을 강행하려 했다. 안철수의 말을 빌리자면 “우리가 먼저 약속을 지킬 때 정부·여당의 잘못된 국정운영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서 “지금은 손해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국민은 약속을 어기는 세력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파장은 컸다. 각 기초단체에서는 초보적인 검증도 되지 않은 후보가 난립했다. 민주당이 선거에 개입하지 않으니 난립하는 후보들을 조율할 수단이 없었다.

 

본 선거에 돌입하면 민주당 후보들은 민주당이라는 소속을 밝힐 수도 없었다. 새누리당은 기호 1번이었고 나머지 민주당 후보들은 정당 표시 없이 가나다순으로 나열될 예정이었다. 이대로라면 새누리당이 기초선거에서 압승할 것임은 뻔했다.

 

결국, 논란 끝에 민주당은 전당원투표를 통해 무공천을 철회하게 되었다.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기초선거 결과는 새누리당은 1,206명이, 민주당은 989명이 당선되었는데, 만약 민주당이 무공천을 밀어붙였으면 새누리당이 기초선거를 싹쓸이했을 것이다.

 

무엇이 원칙과 도덕인가

 

지금 상황도 2014년과 비슷하다. 연동형 비례제는 물론 국민과 한 약속이고 심지어 선거법까지 개정해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은 꼼수를 써서 비례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선관위가 나서서 미래한국당을 저지했다면 좋았겠지만, 미래한국당은 정당으로 인정받은 상황이다.

 

미래한국당에 맞서 대응하지 않으면 민주당과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똑같이 정당 득표에서 30%를 받더라도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가져가게 된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의 반칙을 허용하면 선거에서 민의를 왜곡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도덕과 원칙은 민심이 왜곡되든 말든 모른 체하고 제 갈 길만 가는 것이 아니다. 민심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정당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심을 왜곡하는 불의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방관해놓고서 ‘나는 도덕을 지켰다’라며 자위할 수는 없다.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행위이다.

 

특히, 올해 4.15 총선은 촛불로 정권을 교체한 이후 치러지는 첫 총선이다. 정권은 교체했지만 국회의원은 그대로였던 탓에 지난 3년간 국회는 동물국회와 식물국회를 오가며 촛불민심을 대변하지 못했다. 진보개혁세력은 4.15 총선을 통해 적폐청산을 바라는 민심을 온전히 반영한 국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정치에서의 도덕과 원칙은 적폐의 불법무도한 행위를 합법적인 방식으로 제압함으로써 실현할 수 있다. 미래한국당이 민심을 왜곡시키는 비도덕과 비원칙을 시도할 때 진보개혁세력은 적극적으로 맞서 다시 민심에 맞는 결과가 나오도록 적폐와 맞서 제압해야 도덕과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다.

 

민주당이 연합정당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잘한 것이다. 사실, 보다 더 일찌감치 참여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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