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후기]『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03/20 [09:29]

[책후기]『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03/20 [09:29]

민족재단이 월간 '민족과 통일' 3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이달의 서재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

  

 

북한에 불량국가 딱지 남발하는 미국

 

“북한과 이란은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불량 국가들(rogue states)’”이다.

 

2020년 2월 15일(현지시간)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한 말이다. 이 표현은 미국의 단골메뉴다. 돌아보면 2002년 1월에도 아들 부시는 북한, 이라크, 이란을 지목해 “악의 축”이라고 했다. 위 3국 가운데 이라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후세인 정권이 교체된 뒤 혼란을 겪고 있고, 북한과 이란은 오만방자한 미국에 맞서 결전 의지를 다지는 중이다.

 

미국은 무슨 근거로 북한과 이란에 ‘불량 국가’라는 딱지를 남발할까? 초강국인데다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니까 그럴 권리가 있다? 바로 ‘땡’이다. UN헌장 제2조 1항은 “기구는 모든 회원국의 주권평등 원칙에 기초한다”라며 각 UN 회원국이 서열 없는 주권국가임을 강조한다. 애초 미국에 불량 국가(나쁜 나라)를 선정할 수 있는 특권은 없다. 미국이 불량 국가라고 하면 불량 국가, 좋은 국가라고 하면 좋은 국가(?) 이런 공식은 성립될 수 없단 얘기다.

 

깽판 치는 미국을 당당히 거역하고 자주 설 수 있는 권리, 이야말로 주권국가의 특권(특별하지 않은 당연한 권리)이 아닐까. 우리는 미국이 제멋대로 세운 위 기준과 정 반대로 생각해봐야 한다. 전 세계에서 전쟁판을 벌인 미국에 거역해온 반미국가들의 궤적을 따라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지금부터 소개드릴 책이 여러분의 길라잡이가 될 수 있겠다.

 

자, 여기 “21세기 트렌드는 반미라고, 미국”이야말로 “악의 뿌리”라고 소리 높이는 저작이 있다. 2008년 출간된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이다. 반미 영역에서 내로라하는 이채로운 경력을 쌓은 집필자들이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베트남, 조선(북한), 이란. 리비아를 맡아 쓴 7개의 글을 묶었다. 책 제목처럼 미국을 거역, 나쁜 나라로 낙인찍힌 국가들의 진실·민중들의 투쟁을 담아낸 서술방식이 강점이다.

 

저자들은 머리말에서 적었다.

 

 “아직도 남의 나라 군대 ‘주한미군’이 버젓이 눌러앉아 주인 행세 하고 있는 이 답답한 현실에서 ‘반미’라는 전 세계적 대세와 흐름을 깨닫고 자주적인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길에 조그만 보탬이라도 된다면 우리 필자들은 더 이상 기쁠 수 없을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6조원 인상과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자들의 무급 휴직을 겁박하는 미국의 횡포를 우리 국민 누구나 알고 있다. 반미의식은 역대 최고치에 올라있고 “미국 방 빼”라는 댓글 여론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제 어떻게 자주적 나라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질 때다. 반미국가들이 미국과 벌인 맞짱 사례를 살펴보면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아무런 권리도 없으면서 여러 나라에 나쁜 국가 딱지를 붙여댄 미국이야말로 나쁜 국가가 아닐까.

 

책에서는 미국에 맞선 반미국가들의 대미 전략이 나온다. 권역별로 구분하자면 중남미에서 쿠바는 “진짜 민주주의로 미국에게 큰 손해를 입혔”고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코밑에서 미국을 조롱”, 니카라과는 “미국이 사주한 테러로 고달팠”다. 아시아에서 베트남은 “계란으로 바위를 부숴버렸”으며 조선(북한)은 “현란한 외교술로 미국의 콧대를 꺾었”다. 아랍에선 이란이 “수렁에 빠진 미국을 제치고 중동을 틀어쥐었”고 리비아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통일아랍을 꿈꿨”다.

 

각 주권국가들이 미국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는 게 어떻게 나쁠 수 있겠나. 자, 준비운동이 끝났으니 책의 내용을 현실과 엮어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자.

 

 

리비아는 왜 무너졌을까?

 

책이 나온 시점에서 7년이 지났고 각국의 상황이 꽤 달라졌다. 결정적으로 “통일아랍을 꿈꿨”던 리비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012년, 미국이 ‘리비아가 핵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은 경제 지원 및 체제를 보장한다’고 한 약속을 깨고 리비아를 침공했다. 카다피 정권 붕괴 뒤 리비아는 미국을 등에 업은 친미 군벌이 득세해 온 나라가 내전에 휘말린 상태다. 미국이 들어오자 그야말로 민중이 살기 힘든 극심한 혼란의 도가니가 됐다.

 

카다피 정권은 왜 붕괴됐을까? 이 물음이 굉장히 중요하다. 역사를 돌아보면 카다피 등 혁명의식이 높던 군인들은 1969년, 민중의 고혈을 쥐어짜던 친이탈리아-친미파 왕정을 무너뜨렸다. 이후 국가지도자가 된 카다피는 적극적 중립, 비동맹, 경제적 사회주의, 서구식 대의민주주의가 아닌 인민위원회를 중심에 둔 대중민주주의를 표방했다.

 

실제로 카다피 정권은 외세의 개입 없는 자주정책, 자립경제에 뿌리를 둔 민중의 생활향상을 실행했다. 그러자 1970~1980년대를 거치며 의식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식량자급률이 껑충 뛰어올랐고 판자촌에서 살던 빈민들은 비어 있는 건물에 집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이 정책들은 카다피 정권이 시혜적으로 ‘퍼주기’한 것이 아니라, 각 지역에 촘촘히 퍼진 인민위원회-협동조합을 통해 일궈냈단 점에서 의의가 컸다.

 

반면 리비아의 혁명을 위협하는 불안요소도 꾸준히 있었다. 1980년대에 군대 내 기득권 세력이 카다피의 강경한 대이스라엘-대미정책에 반발했고 쿠데타도 있었다. 카다피 정권의 전복을 바라는 프랑스, 미국 등 정보당국이 리비아 내부에 잠입해 테러와 폭동을 획책했다. 게다가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까지 있었다. 이런 상황 속 카다피 정권은 1990년대를 지나며 미국, 영국 정보당국과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제 재재 해제와 국교수립을 받는 뒷거래를 시도했다. 

 

2000년대 들어 카다피 정권의 핵무장은 해제됐지만 미국은 리비아와 국교수립 및 평화를 보장하겠단 약속을 무시했다. 이후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카다피 정권은 미국에 의해 붕괴됐고 리비아 민중은 전쟁의 복판에서 살고 있다. 카다피가 쳐냈던 반혁명주의 군벌 하프타르는 미국으로 도망갔다가 돌아오더니 친미 정권 수립을 목 놓아 외치고 있다. 국가의 대원칙 ‘반미’를 포기하고 미국과 타협한 대가는 국가 붕괴와 전쟁이라는 끔찍한 재앙이었다.

 

그렇다면 오늘까지 반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베트남, 북한, 이란은 어떨까. 이들 국가들도 카다피 정권과 마찬가지로 민중을 우선한 의식주 해결(자립경제)과 강경한 대미정책을 펼쳐왔다. 위 국가들이 리비아와 다른 게 있다면 미국의 강력한 제재와 전쟁 협박 속에서도 미국과 타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가운데 특히 북한이 역사상 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 속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성사, 식량상황과 경제력을 개선한 동력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가와 온 국민이 힘을 하나로 모으는 ‘일심단결’, ‘자력갱생’의 가치가 반미 정신을 밑돌삼아 똘똘 뭉쳐있다는 얘기다.

 

 

민중의 힘 오판한 미국은 실패했다

 

결론을 내려 하는데 책에서는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조금 더 덧붙이고 싶다.

 

그동안 반미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 전략은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 정권 교체·체제 교체)였다. 시기적으로 보자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부터 최근까지 미국은 반미 진영을 겨눈 레짐 체인지 전략을 고수해왔다. 풀이하자면 미국 말 잘 듣는 친미 끄나풀을 반미국가 내에 강제로 이식해 국가와 해당국 민중의 정신을 친미화하겠다는 것이다.

 

정확히 이 전략으로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베트남, 북한, 이란, 리비아가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그런데 미국의 승률은 고작 1승이다. 비록 리비아는 안타깝게 무너졌지만 다른 국가들은 모두 반미의 길을 뚝심 있게 걷고 있다. 반미를 노래하는 만만찮은 적수들 앞에서 미국은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잔치와 경제 제재를 쪼아대는 종이호랑이로 전락했다.

 

국내 언론에선 반미국가를 민중들이 신음하는 나쁜 국가라고 헐뜯고 미국식 민주주의가 무조건 답이라며 찬양하곤 한다. 극소수 매체를 제외하고는 반미국가들의 실상을 제대로 알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 중심주의를 걷어내면 반미 체제를 스스로 선택한 ‘나쁜 나라들’의 민중과 지도자들이 제대로 맞짱을 뜨는 진실이 훤히 보일 텐데 말이다. 

 

미국이 남베트남에 제공했던 엄청난 무기들이 해방전선의 손에 쥐어졌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 남베트남의 고위관리들과 군 장성들이 베트남 사회의 변화와 인민의 행복에 무관심했다는 사실 역시 정확한 지적이다.”

 

“결국 남베트남의 패배는 예견되어 있었던 것이다. 베트남 인민들의 공통된 열망은 베트남 사회의 전반적인 변혁이었고 이와 배치되는 정책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49쪽

 

일단 책을 집어 아무 쪽이나 펼쳐들면 위와 같은 진실들이 왕창 쏟아진다. 미국의 횡포에 맞서 민중과 참된 지도자들이 어깨 걸고 산에서 들에서 게릴라 투쟁하는 장면을 보다보면 그때 그 시절이 생생히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밖에도 좋은 장면들이 많은데 지면 분량 상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고백하건데 글쓴이는 이 책을 읽기 전 ‘몇 년이나 지났으니 별 내용은 없겠지?’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읽다보니 빠져들었고 앞으로도 두고두고 찾아 읽고 싶어졌다. 책에서는 미국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겪으며 미국의 경제 패권이 현저히 약화됐다고 분석하는데, 2020년 미국은 ‘미군 주둔하는 대신 돈 왕창 내놓으라’며 삥 뜯으려 애쓰는 양아치임을 전 세계 앞에서 ‘셀프 인증’했다.

 

시대가 달라졌고 나쁜 나라로 여겨지던 반미국가의 체급은 커졌다. ‘제재 아무리 해봐라 우리가 항복할 것 같냐? 미국이 쓰러질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 이거다. 

 

미국과 맞짱뜬 나쁜 나라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세계사적 반환점에서 이 책을 꼭 들어보시라. 강력히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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