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에 기억해야 할 4일

이세춘 | 기사입력 2020/04/07 [12:30]

4월에 기억해야 할 4일

이세춘 | 입력 : 2020/04/07 [12:30]

민족재단에서 월간 '민족과 통일' 4월호가 발간됐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4월 15일은 총선이 있다. 하지만 4월에는 총선 외에도 꼭 기억해야 할 날들이 있다. 그리고 그 날들은 모두 이번 총선과 관련이 깊다. 

 

첫째는 4월 3일이다. 이승만 세력의 분단정부 수립을 막기 위해 들고 일어난 제주도민과 이들을 잔인하게 진압한 미군정의 군대와 경찰, 그리고 서북청년단. 제주도민 10명 가운데 1명을 학살하고 끝내 분단정부를 수립한 이승만을 국부로 추앙하는 자들은 아직도 이 사회에 기득권층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도 1당을 차지하기 위해 온갖 편법,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얼마 전 제주 4.3 관련 단체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정경희 미래한국당 비례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 후보는 영산대 교수에 전 국사편찬위원인데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4.3을 ‘좌익폭동’, ‘공산주의세력의 무장반란’이라고 주장했다. 정 후보는 이 밖에도 유신독재를 ‘정치개혁’으로, 5.16 쿠데타를 ‘조국 근대화를 위한 국가프로젝트’로 표현하는 등 위헌적 역사관을 지닌 인물이다. 이런 인물을 당선권인 7번에 공천한 미래한국당은 역사왜곡당, 독재후예당이 분명하다. 

 

4.3은 미군정 치하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미국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까지 자신들의 책임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으며 당연히 사죄와 배상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친일파를 등용해 친일청산을 가로막아 한국 사회의 온갖 모순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최근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미 방위비 협상 타결에 대해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망언을 하였다. 언제든 판을 엎을 수 있다는 위협으로 들린다. 미국은 아직도 미군정 시절의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을 지배하려 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친일파를 통해 한반도를 지배했듯 지금 미국은 친미파를 통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에 국익을 팔아먹으며 이 땅에서 기득권을 누리려는 친미적폐세력을 청산하지 않고서는 한국 사회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둘째는 4월 16일이다. 2014년 4월 16일 침몰한 세월호는 다수의 청소년을 포함한 30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참사면서 동시에 침몰 원인도, 구조를 하지 않은 이유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안타까운 사건이다. 사건 초기부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지금의 미래통합당)은 진실 숨기기에 급급했고 피해자, 유가족을 회유, 협박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을 탄압했다. 이들은 지난 6년 동안 유가족에게 온갖 모욕을 가하고 망언을 퍼부었다. 그리고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는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보여주었는데 그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반인륜적인 태도를 보인 짐승같은 자들이다. 예를 들어 민경욱 당시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시작하기 직전에 “난리 났다”고 말하고는 크게 웃었다. 이 장면이 방송에 나가고 많은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수백 명의 국민이 죽어가는데 농담을 하면서 웃는 게 정상인으로 절대 할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민경욱의 모습은 흡사 악마와 같았다. 그 외에도 청와대와 정부, 여당 내에서 온갖 막말과 망언이 쏟아졌고 지금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세월호 유족을 향해 “징하게 해 먹는다”라는 믿기 힘든 말을 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부모에게 인간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을 한 것이다. 이런 자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들은 어쩌다 이런 짐승 아니 악마가 되었을까? 광화문 광장에서 주말마다 열렸던 태극기집회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구호가 있다. ‘빨갱이는 죽여도 돼.’ 섬뜩한 이 구호는 이들이 어떻게 짐승이 됐는지를 잘 보여준다. 해방 후 친일흔적을 지우기 위해 ‘반공투사’로 변신한 친일파들은 미국에게 자신들의 충성심을 보여주기 위해 최대한 잔인하게 ‘빨갱이 사냥’을 진행하였다. 제주 4.3도 그 일환이었다. 제주 4.3에서 악마와 같은 악행을 저지른 서북청년단은 처벌이 아닌 영웅대접을 받았다. 이들은 그 후로도 민주화운동, 학생운동, 노동운동을 탄압하면서 똑같은 짓을 하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처벌은 없었다. 

 

고문 수사의 대명사였던 이근안은 7년 복역 후 목사가 되어 “고문은 예술이다”, “나는 애국자다”는 망언을 지껄이며 살고 있다. 심지어 자신이 자행한 고문을 소재로 한 영화 「남영동1985」를 관람하고는 기자에게 영화가 고문 장면을 정확히 재현하지 못했다며 고문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는 등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런 형편이니 자기 반대파를 ‘빨갱이’로 몰고 짐승 사냥하듯 대하는 이들의 악마같은 태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얼마 전 4.16 유가족들은 이번 총선에서 꼭 떨어뜨려야 할 낙선대상자 17명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들은 모두 세월호 망언을 일삼고 진상규명을 방해한 인물들이다. 17명 명단을 보면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기독자유통일당의 비례대표로 출마한 주옥순 후보, 미래통합당 김용남, 김진태, 김태흠, 민경욱, 배준영, 심재철, 안상수, 정유섭, 정진석, 주호영, 차명진, 하태경, 황교안 후보,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 홍문종 친박신당 비례후보, 이정현 무소속 후보 등이다. 과연 이들이 당선되지는 않는지 지켜봐야 하겠다. 

 

셋째는 4.19 혁명이다. 이승만 독재정권에 반대해 온 국민이 궐기한 이 혁명은 그러나 5.16 쿠데타로 인해 미완의 혁명이 되었다. 우리 역사에서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게 두 번 있었는데 하나가 4.19 혁명이고 다른 하나가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혁명이었다. 그러나 두 혁명 모두 공통점이 있다. 대통령 한 명 끌어내리는 것으로 끝나면서 기득권 세력의 근본적 교체라는 혁명의 본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점이다. 박근혜는 끌어내렸지만 박근혜 부역자들과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은 그대로 살아남아 권력탈환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이들의 후신인 미래통합당, 미래한국당이 1당으로 올라선다면 박근혜 세력의 재집권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의 재집권은 5.16 쿠데타나 마찬가지의 사건이다. 

 

한편 왜 촛불혁명이 오늘의 난관에 부딪혔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등장한 민주당 정권은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이라는 촛불의 요구를 온전히 실현하지 못했다.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일차로 정부여당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부당한 간섭에 순응하고, 적폐세력에게 유약한 모습을 보이며, 할 수 있는 개혁조차 지지부진한 모습은 민주당 정권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이 비례후보용 정당으로 만든 더불어시민당이 있음에도 열린민주당이라는 정당에 의외로 많은 지지층이 결집하는 현상을 잘 봐야 한다. 엄밀히 말해 더불어시민당을 두고 열린민주당을 또 만든 건 분명한 분열행위다. 마치 노무현 정부 때 민주당을 놔두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이 적지 않은 지지를 얻는 것은 유약하고 불철저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민심의 반영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열린우리당은 주요 인물이나 정책이 관심을 끌긴 하지만 여전히 민주당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적폐청산과 사회대개혁의 과제는 진보의 힘으로 풀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진보정당이 바뀐 선거법을 얼마나 잘 활용해 의회에 진출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끝으로 4월 27일을 기억해야 한다. 김정은 시대 첫 남북정상회담으로 열어낸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상징이 바로 4.27 판문점 선언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 산적한 모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중요한 출구 중의 하나가 바로 통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4.27 판문점 선언을 이행할 수 있는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것은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4.27 선언이 왜 이행되지 못했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물론 미국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틀어막은 게 일차적 요인이다. 하지만 미국의 내정간섭에 순순히 응한 문재인 정부의 한계도 꼽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정부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으로 남북관계가 저절로 좋아지리라 기대할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세력이 압승한다고 해서 남북관계가 좋아질 이유는 없는 것이다. 물론 미래통합당 세력이 압승한다면 지금보다 더 참혹한 상황으로 빠질 것이다. 

 

4.27 선언 이행과 남북관계 발전은 미국의 내정간섭을 이겨낼 수 있는 민족자주세력이 얼마나 힘을 갖느냐에 달려있다. 이번 총선 후보 가운데 주목되는 이는 지난해 미국의 내정간섭에 분노해 주한미대사관저를 넘어 항의시위를 하다 구속된 김유진 후보다. 옥중 출마를 했다가 얼마 전 보석으로 석방된 김 후보는 민족자주를 이야기하는 몇 안 되는 총선 후보다. 김 후보는 민중당 비례후보인데 결과가 주목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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