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에서 후보들이 저마다 자신을 찍어달라며 지지를 호소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올 한 표라도 미래통합당 심판을 위한 곳에 행사해 달라며 후보 사퇴를 결정한 후보자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미래통합당 저격수’로 지역 언론에 소개되며 ‘찍지 말자 김도읍’이라는 이색적인 구호로 선거 활동을 펼친 이대진(전 민중당 부산 북구 강서구 국회의원 후보)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예비후보 기간을 포함한 전 선거운동 기간에도 자신을 지지해달라는 말 대신, n번방 사건관련 국민청원을 무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김도읍을 찍지 말자', 특히 '도로박근혜당 미래통합당에 한 표도 주지 말자’고 호소했다고 한다.
투표용지가 인쇄되기 직전인 4월 6일 후보사퇴를 선언한 그를 만나 보았다.
기자 : 이번 21대 총선 목표는 무엇이었고, 선거운동 과정은 어땠나요?
이대진 :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목표는 ‘미래통합당을 심판하자’ 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박근혜 탄핵 후 첫 총선을 맞이하는 촛불 민중들의 명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래통합당 심판’이라는 목표는 주민들 속에서 미래통합당 심판의 여론을 형성하는 것도 있지만 선거 결과에서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 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다 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김도흡 미래통합당 후보는 검사출신, 황교안 대표 비서실장을 지내며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에 적극적으로 반대해왔고, 공수처법이 통과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n번방 범죄자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게 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듭니까’라는 막말을 내뱉기도 한 딱 미래통합당 수준의 인물입니다. 하지만 지난 여러 번의 선거 결과에서는 2위 후보와 10% 정도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안정적으로 당선되어왔던 만만치 않은 상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거운동 기간에 진보정당, 민중당을 잘 알려내고, 비례정당 득표를 최대한으로 모아내자는 목표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짧았던 선거운동 기간에 민중당의 정책과 내용을 충분하게 알려내기 보다는 ‘정당투표는 8번 민중당’이라는 구호밖에 들지 못했지만 ‘미래통합당 심판’이라는 국민의 요구에 모든 것을 집중시킨 우리의 선거 활동을 보시는 국민들께서, 민중당을 눈여겨 봐주시고 우리들의 진심에 마음을 열어 주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기자 : 선거운동에서 자신을 찍어달라는 말씀 한 번도 안하셨다는데? 사실인가요?
이대진 : (웃음) 네, 오히려 저를 찍지 마시라고 말씀드릴 정도로,,. 제가 명함을 나눠주면서 저를 찍겠다는 분을 만나도, ‘저를 찍지 마시고, 김도읍을 떨어뜨리는 곳으로 찍어 달라. 소중한 지지의 마음 정당투표 민중당으로 모아 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말씀드리는 저도 이상하고 들으시는 분도 이상했던 적도 있었지만, 총선에 출마한 이유, 미래통합당을 꼭 심판하자. 김도읍을 반드시 떨어뜨리자. 말씀드리면 다들 수긍하고 동의해 주셨습니다. 후보자가 되면 합법적이고 공식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데요. 바로 집집마다 배달되는 공보물, 동마다 부착되는 현수막, 벽보, 피켓 등을 자유롭게 게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런 홍보물에도 후보의 이름이나 사진 대신 “미래통합당만 빼고, 정당투표는 민중당”이라는 구호, “n번방 청원 무시한 김도읍 찍지 말자”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기자 : 현수막도 많이 논란이 되었죠? 김도읍 후보 측에서 현수막 내려달라고 소송도 했을 정도로?
이대진 : 네 보통 선거 현수막은 나를 찍어주면 이것저것 해주겠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요. 저희 현수막은 아주 달랐습니다.
검찰개혁 반대한 김도읍 찍지 말고 윤석열 탄핵! 검찰개혁 완수! ‘(n번방)청원한다고 다 법 만드냐’는 김도읍을 찍지 맙시다! 코로나 대책으로 최저임금 삭감하자는 미래통합당을 찍지 맙시다! 반일이 촌스럽다는 미래통합당 해체! 국회에서 토착왜구 쫓아냅시다!
이런 내용의 현수막이다 보니, 선거운동 시작하자마자 김도읍 후보 측에서 ‘검찰개혁 반대한 김도읍’이라는 내용이 허위사실이라며 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선관위에 제소했고, 곧바로 n번방 관련 현수막, 최저임금 관련 현수막과 피켓도 허위사실로 자신의 피선거권과 인격권을 침해한다며 현수막을 내리게 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검찰개혁 관련한 선관위 제소는 선거법 위반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는 선관위 결론이 났고, 가처분 신청도 법원 판단이 나오기 전에 김도읍 후보 측에서 취하 하였습니다.
김도읍 측에서 저의 후보 사퇴로 인해 가처분의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고 취하한 것이겠지만, 아마 끝까지 법원의 판단을 구했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제작과정에서 몇 번이나 선관위의 검토를 거친 구호들이고, 허위사실이 없으니까요.
오히려, 김도읍 후보 측에서 무리수를 두며 고소고발을 남발한 것은 당장 선거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을 이야기하는 상대 후보를 소송으로 겁주고 입막아보려는 의도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우리의 현수막 내용과 구호가 김도읍 후보 측에 큰 타격이 되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기자 : 몇몇 지역 언론에서 ‘미래통합당 저격수’ 라는 별칭을 붙여줬던데 마음에 드셨나요?
이대진 : 우리 지향과 꼭 맞는 수식어를 붙여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웃음) 아마 저와 우리 운동원들의 선거운동(찍지말자는 전면적인 낙선운동)이 새로운 것이기도 하고, 또 이것이 주민들 속에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에 언론에서도 주목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가장 언론에 많이 나온 사진이 우리 운동원들께서 ‘찍지말자김도읍’ 이 적힌 한글자 피켓을 들고 있는 사진일 텐데요. 저는 이 한글자 피켓의 선명한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도 김도읍을 찍지맙시다 라는 내용으로 장미공원으로 생태공원으로, 명지 곳곳을 누비고 다닌 우리 운동원들의 열정이 이런 주민들의 반향을 만들어 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 선거운동원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이대진 : 저희 선거운동원들은 사실 전문 선거운동원들이 아닙니다. 선거법 상 정해진 금액을 받으면서 선거때마다 활동하는 그런 운동원들이 아니라는 뜻인데요. 저희 선거운동원들 중에는 유급 선거운동원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학때부터 같이 활동해 온 친구, 선후배들도 있고, 사회 단체 활동을 같이 했던 회원들, 대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이 둘, 셋 엄마 아빠들이 대부분이라 선거사무실에 아이들 발길이 끊기지 않았고, 수유를 위한 텐트와 유모차, 놀이방 매트가 항상 준비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출퇴근 전, 후 잠시 활동을 위해 멀리서 달려와 주신 분들, 연차 반차를 쓰고 함께 뛰어주신 분들, 아이를 안고 피켓을 들고, 차량 방송을 하고, 열정적으로 주민들을 만났던 엄마 아빠들, 실무책임자로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으면서도 더 잘 하지 못해 아쉽다며 눈물 흘리는 사람. 자료집 공보물 위해 몇 날 밤을 새웠던 사람들, 한편의 영상을 위해 열여덟 시간씩, 스무 시간씩 영상편집을 했던 영상팀 까지. 우리 운동원들 모두가 후보보다 더 후보 같은, 이대진보다 더 이대진 같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고생했을 우리 아이들과, 아이들을 맡기고, 아이들과 함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나서주신 우리 선거운동원들께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자 : 대단한 운동원들이었네요. 이런 선거운동원들도, 후보님도 사퇴를 고민하면서 아쉬움이나 고민은 없었나요?
이대진 : 너무 아쉬웠습니다. 우리의 활동으로 장및빛 공약만 난무하던 선거판에 명확한 반 김도읍 기류가 형성되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 당황한 김도읍이 고소고발을 남발하면서 허둥대고 있는데, 우리가 사퇴하고, 우리 현수막들이 내려지면 김도읍이, 미래통합당이 가장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적폐청산, 미래통합당 심판’이라는 총선에서의 촛불 민중의 요구 실현에 어떤 것이 더 가까운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자 했습니다.
초접전 양상의 선거구도에서, 어찌됐던 득표수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심판하자고 열심히 활동한 결과가, 미래통합당의 당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안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후보로서 끝까지 완주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사퇴 시기도 문제였습니다.
투표용지 인쇄 시점은 7일 새벽. 6일 저녁까지 사퇴처리가 되지 않으면 투표용지에 이름과 기표란이 그대로 남게 되는 상황, 어떤 것이 한 표라도 더 ‘김도읍 낙선’에 도움이 될까 하는 실질적 고민이었습니다.
만에 하나 저에게 올 수 있는 단 한 표라도, 무효표가 되는 것이 아니라 미래 통합당 심판으로 가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투표용지 인쇄 전 사퇴를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사퇴를 결정하면서, 저를 민중당의 후보로 선출해 주신 당원들에 대한 송구함이 가장 컸습니다. 선거는 짧게 지나가겠지만, 지역에서 우리 당, 당원들의 활동은 계속 이어져야 하는데... 민중당으로 후보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누구보다 기뻐했을 우리 당원들이 실망하고 힘들어하시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습니다.
소중한 우리 당원 한분 한분 찾아뵙고 말씀드리고 의견 구하지 못한 점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당원분들의 실망과 질책, 그 마음을 무겁게 받아 더 꾸준하게 함께 하려합니다.
기자 : 4일간의 공식 선거운동, 짧은 기간이었지만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그리고 사퇴 후에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대진 : 김도읍이 낙선하는 것이 제일 큰 성과고 보람이겠지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도로박근혜당 미래통합당에 한표도 주지 말자’, ‘n번방 청원한다고 다 법 만드냐는 김도읍을 찍지말자’ 명확한 구호를 들고 반 김도읍 기류를 형성했던 것이 하나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들도 엔번방 청원 무시한 김도읍 찍지말자는 이야기를 지금도 하고 있으니까요.
실제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3/31 부산일보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김도읍 후보가 2위 후보를 10% 차이로 따돌리는 것으로 나왔었는데, 4/8 국제신문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김도읍 후보가 근소한 차이지만 2위로 내려앉은 걸로 나왔습니다. 여론조사의 여러 한계 때문에 100% 신뢰하긴 힘들지만, 어쨌든 저희 활동으로 약간의 여론 변화라도 생겼다는 의미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후보로서의 활동은 사퇴로 끝이 났지만, 미래통합당을 심판하는 장인 4.15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후보자는 아니지만, 유권자의 한사람으로서 미래통합당과 김도읍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공직선거법은 국민 누구나가 당선이나 낙선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고 보장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지인들에게 민중당으로 비례투표를 호소하는 전화연락도 계속해 나갈 예정입니다.
아직 선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잔당 미래통합당에 한표도 주지맙시다! n번방 ‘청원한다고 다 법만드냐’던 김도읍을 찍지 맙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중당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