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머니"

황선 | 기사입력 2020/07/01 [17:41]

시 "어머니"

황선 | 입력 : 2020/07/01 [17:41]

어머니

 

-황선

 

어머니 저는,

당신을 닮은 어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음습한 접견실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장하다, 우리 딸.

힘 내라, 청춘.

그 소리에 감옥의 캄캄한 독방에도

하늘이 열리고

별이 떴어요. 

 

철 없다

함부로 조롱 당할 때,

삶이 통째로 

거리에 걸리고 

가족에게 조차 

손가락질 당할 때,

 

투덕투덕 등 두드려 맞아주던

도타운 손,

그런 손의 어머니를 닮은 

어머니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직도 

어머니 슬하,

아스팔트 노천을 벗어나지 못 하는 삶.

늘 우리 뒤에는 

눈물의 보랏빛을 

희망의 보랏빛으로 전환하던

당신이 계시다 믿는,

언제고 뛰어가 탑골 공원 앞

어버이들 품에 기대고 싶은,

어린 새. 

 

아직 어머니 닮은 어머니가 되지 못 해 

여전히 종종거리는 우리를 두고,

보안법과 분단의 무게, 첩첩의 차별에 

신음하는 산하를 두고,

 

어깨 걸고 가라고,

동무하며 가라고,

밀어주고 끌어주며 가라고,

끌어주고 내세워주며 가라고,

남겨주고픈 가장 값진 것은 

그것이라고, 

그렇게 천리길을 가는 거라고,

 

지금도 웃으며

우렁우렁 말씀하고 계시잖아요. 

그렇게 

당신을 닮고픈 당신의 자녀들과 

천리도 만리도 같이 

가실 거 맞잖아요, 어머니.

우리 어머니.

 

* 황선 평화이음 이사가 임기란 민가협 전 상임의장을 추모하며 쓴 시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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