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의 군사훈련, 무엇이 판문점선언 위반인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07/16 [16:58]

남과 북의 군사훈련, 무엇이 판문점선언 위반인가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07/16 [16:58]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7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남과 북의 군사훈련, 무엇이 판문점선언 위반인가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에서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 공동으로 노력”하자며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군사훈련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지속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작전계획 5015에 따라 진행된다. 작전계획 5015는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전에 있던 작전계획 5026, 5027, 5029, 5030 등을 모두 포괄하는 통합적인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작전계획 5026은 증원군이 아직 한반도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군과 동북아 주둔 미군이 자체 전력만으로 북한의 핵시설 등을 정밀 폭격하는 계획이다. 작전계획 5027은 미국이 한국과 상의 없이도 북한을 폭격할 수 있다는 계획이며, 북한의 최고지도부 암살작전이 포함되어 있다. 작전계획 5029는 북한이 선제공격을 하지 않더라도 소요사태가 일어나거나 치안이 악화하는 등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북핵 시설 집중폭격 등 선제공격을 한다는 내용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은 그 목적과 성격에서 북한을 상대로 하는 적대행위임이 명백하다.

 

국군은 어차피 전시가 되면 주한미군이 통솔하기 때문에 국군과 미군을 떨어뜨려 따져보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국군의 자체 작전구상도 오로지 북한을 대상으로 한다. 국방부가 2018년에 발표한 국방개혁 2.0을 살펴보자. 국방개혁 2.0에 있는 ‘유사시 한국군 단독으로 북 지휘부 점령 계획’은 한국군 단독으로 2주 안에 평양 등 북한 지휘부를 점령하며 2개 여단 규모의 공수부대가 평양으로 신속히 이동하는 작전이다. 육군과 공군의 헬기와 수송기가 총동원되며 해병대가 북한 내부 깊숙한 곳에 상륙한 뒤 진격하고 기계화 부대가 쾌속 전진으로 공수부대와 합류하기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국방개혁 2.0은 한국형 3축 체계를 구축하기로 되어 있다. 그중 하나인 킬체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도발 원점을 30분 안에 선제타격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인 대량응징보복은 전담 특수작전부대 등을 운용하여 북한 지휘부를 공격하겠다는 작전이다. 국방부는 2017년 12월에는 참수부대를 창설했으며, 이 참수부대는 2019년 11월 주한미군과 함께 북한 요인을 생포하는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주한미군이나 국군의 군사훈련은 북한을 선제타격하거나 점령해 지도부를 제거하는 내용으로 명백한 판문점선언 위반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렇게 명백히 판문점선언을 위반해왔으면서도 오리발을 내민다. 일례로 2020년 5월, 국방부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9.19 남북군사합의를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남과 북은 9.19 군사분야합의서에서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지상에서는 5km 이내에서 상공에서 가깝게는 10km, 멀게는 40km 이내에서 군사훈련을 하지 말자는 조항이 있다. 해상에서도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그리고 동해에서는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하기로 했다. 그러니 국방부는 9.19 군사합의서에서 훈련을 금지한 영역을 벗어나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했으므로 남북합의를 준수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문점선언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판문점선언이 규정한 것은 행동의 ‘성격’이다. 한국이 설사 미 본토에 가서 훈련을 했대도 북침훈련을 했으면 남북합의 위반이다. 혹자는 그러면 군사훈련 자체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고 질문할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 국군은 2019년 8월과 12월에 독도수호훈련을 했다. 2020년 6월에도 독도수호훈련을 다시 진행했다. 이에 대해서 북한은 그 어떤 문제제기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강하게 항의했을 뿐이다. 군사훈련의 ‘성격’이란 이런 것이다. 일본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국군의 북침훈련에 대해서는 항의한 적이 없다. 군사훈련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목적으로 하느냐에 따라 반응하는 상대방도 뚜렷이 갈리는 것이다. 

 

일체의 적대행위를 애초에 금지한다면 9.19 군사합의서에서 훈련을 금지하는 구역을 따로 지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모든 공간에서 무력 충돌 자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다. 예컨대, 아무리 독도수호훈련이라고 해도 남측 속초에서 북측 통천까지의 동해 해역에서는 진행해선 안 되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북한의 군사훈련에 대해 판문점선언 위반이라고 지적한 바가 없다. 북한의 군사훈련이 한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북은 미국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하지만 남은 북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한다. 북이 남의 군사훈련을 문제 삼는 이유가 여기 있다. 물론, 북이 군사력을 증강한다면 우리로서도 위협감을 느낄 수 있다. 북한도 남북대결, 북미대결이 종식되면 구태여 군사력을 부담스러울 정도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 때문에 남과 북은 판문점선언 3항에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그래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판문점선언을 이행해야 하는데, 애초에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행위를 멈추지 않음으로써 판문점선언 이행의 길을 막아왔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일방적인 비핵화만 주문했다. 사실상 정부가 북한에 남북합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한 것이 아니라 굴복하라고 종용한 셈이다.

 

오늘날 남북관계가 경색된 시발점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다. 그러나 대북전단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살포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국면은 단지 2020년 5월 31일에 한 바로 그 대북전단 살포 행위 하나가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와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대북전단 살포 및 한미합동군사훈련 등 적대행위를 지속한 총합인 것이다. 판문점선언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앞으로 북한과 대화를 하고 평화통일을 실현하려면 적대행위부터 중단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명박, 박근혜의 대북적대행위, 남북대결 고조행위를 규탄한 바 있다. 평화를 실현하려면 나부터 군사대결 고조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게 요구하는 건 다름 아닌 ‘상식’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 누굴위해 종을 울리나 2020/07/16 [20:51] 수정 | 삭제
  • 왜 이렇게 군사훈련을 해야만 하는가요?
    통일후에도 게속 군사훈련을 할것인가요?
    아니면 병영문화로 가기 위함인가요?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