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학습열풍’이 불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담화를 발표하자 미국과 한국의 정부 당국자, 언론,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습열풍’이 불었다. 담화의 자자구구를 따져가며 분석을 하고 자기들끼리 갑론을박을 벌였다. 주요 언론들은 장문의 담화 전문을 싣기도 했다.
청와대는 담화에서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라며 북미정상회담 여지를 열어둔 것에 반색했다. 노컷뉴스는 담화에서 여유와 여지를 남긴 표현, 유머와 반전이 있는 내용, 파격적인 내용 등으로 분류해 인용해가며 주목할 지점들을 분석했다. 미디어펜은 김여정 제1부부장이 “냉정한 정세 분석가로 변모”했다며 담화를 구절구절 분석했다. 주간현대는 이번 담화가 ‘알쏭달쏭 담화’라며 자세히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담화를 분석하면서 북한이 ‘현 시점에서 비핵화가 불가능하다’고 한 부분을 주목하며 북한이 어느 정도 자제하면서 외교적으로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담화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친절한 표현을 썼다면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했다. 켄 고스 미 해군분석센터 적성국 분석국장은 김여정 제1부부장의 억양을 분석하면서 평소와 달리 굉장히 부드러워졌다며 의미를 부여했고 담화에서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도 추정했다.
이처럼 너도나도 담화의 문구를 자자구구 분석하자 네티즌 속에서는 “북한이 뭐만 발표했다 하면 달라붙어서 글자 한자씩 따져가며 분석하는데 너무 과도한 거 아닌가”라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하지만 그만큼 북한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미국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북한 변수를 매우 크게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고 업적 중 하나로 북한 문제를 꼽고 있는 만큼 북한이 핵실험을 재개하거나 장거리미사일이라도 발사하면 큰 타격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직전인 10월에 깜짝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예측이 돌고 있다. 그러니 북한이 담화에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뭐라고 언급하는지가 미국 정가의 매우 민감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한국도 북한 문제에 매우 민감하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직후 문재인 정부는 외교안보진영을 전면 교체했는데 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이다, 역대급 최강인사를 전진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만큼 남북관계에 비상이 걸렸고 이 문제가 문재인 정부에게는 ‘국사 중의 제일 국사’였던 것이다.
정부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에게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전 북미정상회담을 피해달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제1야당 입장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총선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봤기에 외교적 논란을 감수하면서 저런 주장을 한 것이다.
이처럼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니 그 반영으로 이번 담화에 대한 ‘학습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사실 북한의 행보가 일반적이고 평범하다면 굳이 ‘학습열풍’까지는 일지 않을 수 있다. 쉽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의 모습은 미국과 한국 사람들이 그동안 알아왔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기에 관심을 갖고 궁금해 하며 깊이 분석하려고 하는 것 같다. 원래 사람들은 자신이 잘 모르는 존재나 현상에 대해서는 호기심을 갖고 주목하며 이리저리 관찰하고 해석하는 등 ‘학습열풍’을 나타낸다. UFO가 오랜 기간 사람들의 연구 대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담화에도 그런 지점들이 있다.
이번 담화는 “나는 최근 며칠어간 미국사람들이 연일 발신하고 있는 우리와 관련한 괴이한 신호들을 보도를 통하여 듣고 있다. 나중에는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시사하게 된 미국사람들의 심리변화를 TV보도를 통해 흥미롭게 시청하는 것은 아침식사시간의 심심풀이로서는 그저 그만이었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이 표현을 보면 북한이 미국을 대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여유가 있으며 뱃심이 든든하다는 느낌을 준다. ‘미국 너네가 무슨 심리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고, 여기에 우리는 다 계획이 있다’는 식이다.
2017년 11월 13일 미국의 폴리티코는 북미 반관반민 회담에 참여한 수잔 디매지오 뉴아메리카재단 연구원 인터뷰를 실었다. 그는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진짜 미쳤나, 아니면 미친 척 하는 것인가”라고 물었다고 했다. 아무리 반관반민 회담이라지만 미국 정부 관계자가 있는 자리에게 ‘당신 나라 대통령 미친 게 사실인가’라고 물어볼 나라가 과연 있을까?
어떤 해외동포(이 동포는 북한에 대한 정보에 정통한 인물로 미국에서도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이라고 평가할 정도임)가 쓴 글에는 1993년 6월 2일 뉴욕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에서 열린 1차 북미고위급회담의 일화가 나온다. 당시 미국 측 대표인 갈루치 국무부 북핵특사가 “3일 이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취소하지 않으면 무력행사 카드를 배제하지 않겠다”라고 경고하고 퇴장하려 하자 북한 측 참가자 중 한 명이 갈루치에게 볼펜을 집어던졌다. 이어 북한 측 강석주 대표는 “볼펜을 던진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시오. 오늘은 여기서 회의를 마친다고 발표하고 3일 후에 양국이 서로 선전포고를 하고 전쟁을 한 판 벌여봅시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당황한 갈루치는 “아닙니다. 이 회의는 평화를 위한 회의입니다. 절대 깨지면 안 됩니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당시에는 북한에 핵무기가 없을 때였지만 고위급회담에서 볼펜을 집어던지며 전쟁을 한 판 해보자고 미국을 압박했으니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싶다.
이번 담화를 보면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 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라고 하였다.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너 때릴 생각 없어’라고 얘기한 것이다. 혹자는 이 문장만 떼어놓고 마치 북한이 미국에게 저자세를 보인 것처럼 분석하던데 담화의 다른 문장에서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잠자는 범을 건드리는 격이 될 것이며 결과가 재미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한 것을 보면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자명하다. 모두가 미국에게 ‘우리를 공격하지 마라’고 이야기할 때 북한은 미국에게 ‘우리는 공격할 생각 없다’고 이야기한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세상 모든 나라의 관심사가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느냐 마느냐’인데 북한만은 유일하게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느냐 마느냐’인 것이다.
지금 전 세계에 미국을 이런 식으로 대하는 나라는 없다. 미국의 적대적 경쟁국가라는 중국이나 러시아도 미국과 대등한 눈높이에서 밀고 밀리는 모습이지 북한처럼 아예 한 차원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듯 미국을 취급하지는 않는다.
혹자는 북한의 이런 모습을 ‘허풍’ 아니냐, 저러다 미국이 강력하게 응징하지 않겠냐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도 미국이 북한을 응징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미국이 북한을 존중하고 눈치 보는 모습까지 나타난다. 참으로 상상하기 힘든 기이한 현상이다.
또 이번 담화에서는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 표현도 굉장히 낯선, 일반적 상식을 벗어난 태도다. 저런 표현은 약자가 강자에게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미국과 협상하는 나라들은 미국에게 이런저런 것을 해달라고 요구하게 마련인데 북한은 반대로 ‘그냥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건드리지만 마라, 만약 건드리면 재수 없다’는 식이다.
1994년 6월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해 김일성 주석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김일성 주석이 갑자기 카터 대통령에게 다가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당황한 카터 대통령에게 김일성 주석은 기분이 나쁜가 물었고 카터 대통령이 그렇다고 하자 ‘가만히 앉아있는데 건드리니 불쾌하지 않는가, 우리도 가만히 있는데 미국이 자꾸 건드리니 불쾌하다, 미국에 돌아가면 우리를 간섭하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하였다고 한다. 다른 나라라면 미국의 전직 대통령 옆구리를 직접 건드리며 미국에게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게 가능할까?
특히 북한의 요구는 무슨 경제 지원을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식대로 살아갈 테니 간섭만 안 하면 된다는 것으로 미국에게 전혀 무리하지 않은 타당한 주장이다.
어쨌든 이번 담화를 보면 북한은 미국에게 상당히 고압적 태도를 취했고 미국이 어떻게 나오든 자기들은 모든 것이 다 준비돼있다는 식의 여유와 배짱을 보인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어떻게 가능한지도 담화에 나온다.
담화는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우리 위원장 동지는 북조선경제의 밝은 전망과 경제적 지원을 설교하며 전제조건으로 추가적인 비핵화조치를 요구하는 미국대통령에게 화려한 변신과 급속한 경제번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도 없는 제재해제 따위와 결코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서와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해온 고통이 미국을 반대하는 증오로 변했으며 우리는 그 증오를 가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집요한 제재봉쇄를 뚫고 우리 식대로, 우리 힘으로 살아나갈 것임을 분명히 천명”하였다고 하였다.
즉,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번영을 이룰 생각이 없으며 “우리 식대로, 우리 힘으로”, 즉 자력갱생으로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원래 뭘 해도 자기 힘으로 하겠다는 사람은 남들 앞에서 당당할 수 있다. 반면 남의 힘을 빌려 뭔가를 하려는 사람은 남들 앞에서 기가 죽고 고개를 숙이게 마련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북한이 미국 앞에서 상당히 고압적이고 배짱 있는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자력갱생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세계에서 유일한 모습을 보여주는 북한이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신기하고 난생 처음 보는 존재라서 ‘학습열풍’을 부르지 않았나 싶다.
2. 전쟁에 대한 대비를 준비해야 한다
(1) 전쟁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지난 6월 11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미국이 남북관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두고 “남의 집 일에 쓸데없이 끼어들며 함부로 말을 내뱉다가는 감당하기 어려운 좋지 못한 일에 부닥칠 수 있다”, “미국은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거든 입을 다물고 제 집안 정돈부터 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담화에서도 “미국은 대선 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종합해보면 작년에 북한이 미국에 보낼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보내지 않았고, 미국이 북한을 계속 자극하면 대선 전에 보낼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크리스마스 선물’은 아마도 미국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끔찍한 일’일 것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을 살펴보면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한국에 날아와 “나는 북한과의 협상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에 있다. 북한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 이제 우리가 일할 시간이다. 일을 끝내자. 우리는 여기에 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에게 연락할 방법을 알고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 우리와 북한 사람들은 더 나은 길을 선택할 능력이 있다”라며 ‘간청’에 가까운 대화 요청을 하면서 ‘크리스마스’를 평화롭게 보내자고 호소했다.
그리고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 즉 군사행동을 하지 않았다. 당시 크리스마스 선물의 실체가 과연 있는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는데 이번 담화를 보면 뭔가 준비를 했고 그것이 아직도 유효한 것 같다. 독립기념일에도 ‘선물’을 준비했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자제한 느낌이다.
그런데 재선에 도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은 그 때에 비해 썩 좋지 않다. 아니,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담화는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었다”라고 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북한과 좋은 방향으로 타협하는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 ‘크리스마스 선물’, ‘독립기념일 DVD’ 같은 게 암시하는 것도 이런 내용이다.
그런데 북한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는 경고를 보냈다. 이는 미국이 대북적대행위를 계속하면 지도부의 결단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하겠다는 말이다. 그 대응은 지금까지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 ‘끔찍한 일’, ‘충격적인 실제 행동’ 등일 것이다.
이것의 구체적 실체는 무엇일까? 2017년에는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해 미국 본토를 핵공격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이제는 국가 핵무력을 완성한 상태에서 3년 전보다 더 강도 높게 나오는 게 상식이다. 전략무기의 실험 혹은 시험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듯 실제 행동으로 넘어간다고 예측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다양한 행동이 있고 또 강도도 여러 단계가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단계는 쌍방의 군사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가는 것이다. 북한은 국가 핵무력을 완성했기에 한반도의 판을 완전히 새롭게 짜려고 할 것이고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새로운 판이 자기들의 전략적 후퇴를 의미하기에 결코 용인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직접적이고 전면적인 충돌, 전쟁으로 갈 가능성이 있으며 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국민의 힘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
물론 최악의 경우를 전제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전쟁 가능성에 대한 첫째가는 대비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즉, 대한민국 국민은 반전평화투쟁을 벌여야 한다. 여기서는 전쟁위기의 원인이 어디 있는지를 잘 보고 그것을 제거하는 데로 투쟁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 전쟁위기의 원인은 한미 당국이 한미연합훈련을 하고 미국에서 첨단무기를 들여오는 등 남북, 북미 정상 합의를 파기한 것에 있다. 이것을 막아야 한다.
잠시 지난해 하노이 회담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북미 당국은 이미 사전합의를 했음에도 볼턴이 등장해 리비아식 해법을 꺼내들고 북한의 일방적 굴복을 요구하는 바람에 합의가 파탄 나고 말았다. 합의 파탄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미국에 있다.
만약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하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대로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무기반입 중단, 영변 핵시설 폐기 대 대북제재 일부해제를 지금쯤 한창 실현하고 있다면 어땠을까? 이미 북한이 핵과 미사일 동결, 유예 선언을 실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합의들이 이행된다면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평화와 번영, 통일에 대한 희망이 가득할 것이다. 그리고 민족의 통일 번영을 위해 달려가는 역동적 상황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을 것이다.
또 이것을 축으로 동북아에 평화와 화해, 협력이라는 새로운 기운이 솟아나고, 이것은 위기에 빠진 전 세계 경제를 불러일으키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다. 온갖 대립과 싸움, 전쟁과 수난으로 점철된 세계사에서 공존과 화해, 협력과 번영이라는 새로운 모습이 탄생하는 그런 아주 가슴 벅찬 새 세계를 창조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한미연합훈련과 미국의 전략무기반입,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합의 파기가 얼마나 엄중한 범죄행위인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을 짓밟은 야만적 행위인지 분명해진다.
우리 국민은 총의를 모아 한미연합훈련을 중지시키고 무기도입을 중단시켜야 한다. 미국이 태도를 바꿔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진행되고 남북 간에도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실질적으로 이행해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으로 가도록 싸워야 한다. 이것이 가장 확실한 평화고, 가장 확실한 번영이고, 가장 확실한 민족의 통일 융성이다. 이걸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렇게 해서 전쟁을 막아야 한다.
(3)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그런데도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전쟁에는 승자가 있다. 미국과 한국이 이길 수도 있고 북한이 이길 수도 있다. 만약 미국과 한국이 이긴다면 미국과 한국 정부가 세워놓은 대책이 있을 것이고 대한민국 국민은 자기 정부의 대책을 따라갈 것이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이기면 어떻게 하겠는가. 북한도 이미 세워놓은 대책이 있을 것이다. 북한 정부는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경우 대한민국 국민은 자기 입장을 북한 정부에 강력히 요구해서 관철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요구는 무엇이겠는가.
첫째, 대한민국 영토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주인 되는 국민주권을 실현한다. 대외적으로 자주, 대내적으로 민주를 실현하는 국민주권을 실현할 것이며 북한은 간섭하지 말 것을 요구해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에는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한다. 북한은 대한민국의 자본주의 체제를 인정해야 하며 대한민국 국민도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에는 자본주의, 북한에는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그런 한반도를 만들자. 아무리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졌다 하더라도 정당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재산은 안전하게 보장받아야 한다.
셋째,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건에서 우리 국민은 6.15 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연합연방제 방식으로 남북이 통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해야 한다. 그러면서 민족 전체적인 민족주권을 철저히 실현하도록 강력히 주장해서 관철해야 한다. 통일된 국가는 중국, 러시아에 의존해서도 안 되고 미국, 일본의 속국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남북의 공동협력에 의한 번영을 추구하면서 남과 북은 서로의 내정에 대해서는 일체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4) 전면전이 있을 뿐 국지전은 없다
언론에 공개된 한국과 미국의 연합작전계획 내용을 보면 북한 전 지역을 점령하여 지배하는 것이 목표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떨까? 2010년 1월 5일 북한이 공개한 북한군 훈련 장면을 보면 부산, 전라남도, 김해, 창원 등의 지명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 전 지역에 진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2012년 8월 20일 외무성 담화, 2015년 3월 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에서 ‘조국통일대전’을 직접 거론하는 등 평화적 방법이 아닌 전쟁의 방법을 통한 통일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1950년 6.25전쟁 당시 북한군은 38선에서 서울까지 단 3일 만에 진격하여 28일 서울(한강 이북)을 점령했다. 그런데 당시 최용건 민족보위상이 한강을 바로 도하하라는 최고사령관의 지시를 집행하지 않고 3일간 서울에 머물렀다. 북한은 이를 현대사의 가장 큰 실책으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 당시 그 문제 때문에 최용건 보위상은 평양으로 소환되고 김책 민족보위성 부상이 전선사령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런 과거의 교훈이 있기에 북한은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부산과 제주도까지 단숨에 진격할 대책을 철저히 세웠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렇게 보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국지전은 없다. 오로지 전면전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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