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신뢰할 수 있나?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09/01 [14:05]

러시아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신뢰할 수 있나?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0/09/01 [14:05]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8월 11일 러시아가 자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식 등록했다고 발표했다. 백신 이름은 1957년 옛 소련이 인류 최초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 이름 '스푸트니크'를 본떴다. 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와 러시아 국방부 산하 제48중앙과학연구소가 러시아 국부펀드인 '직접투자펀드'(RDIF)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백신으로, 2차 임상 시험을 마친 상태에서 국가 승인을 받았다.

 

모스크바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가 개발한 이 백신은 러시아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젤레노그라드의 제약사 빈노팜에서 생산한다. 가말레야 연구소가 스푸트니크 백신 웹사이트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이 백신은 8월 1일로 임상 1상과 2상 시험을 마쳤다. 강력한 항체와 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했으며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할 때는 임상 시험을 3단계에 걸쳐서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권고하는 국제적인 백신 개발 프로세스에 따르면 안전성과 효과 등을 최종적으로 검증하기 위해서는 3단계 임상 시험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가 통상 수만 명을 대상으로 몇 개월간 진행하는 3차 임상 시험도 거치지 않은 백신을 서둘러 승인하면서 백신 접종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은 물론 모든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신뢰를 떨어트릴 수 있다며 강한 비판을 제기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는 무엇인가?

 

러시아 정부는 백신 ‘스푸트니크 V’를 8월 말이나 9월 초에 의료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한 후 내년부터 외국에까지 시판하는 양산체제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백신 개발에 투자한 RDIF 대표 키릴 드미트리예프도 지난 12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향후 백신 개발 일정에 대해 “백신이 공식 등록된 만큼 본격 생산을 시작할 것이다. 올해 말까지 러시아에서 3천만 회 분량의 백신이 생산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드미트리예프는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우려에 대해 “해당 백신은 그동안 다른 백신에 여러 차례 적용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운반체)’를 기반으로 한 것으로 안정성과 효능이 충분히 입증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백신에서 이미 효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기법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3차 임상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접종에 별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운반체)는 이미 에볼라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 개발에서 깊이 연구되었다. 서방 국가들을 포함한 많은 곳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아데노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다. 미국의 제약 회사 중 매출액과 자산 규모에서 1~2위에 오르내리는 미국 제약회사 존스앤드존슨(Johnson&Johnson)도 ‘아데노바이러스 26형’으로 알려진 감기 바이러스를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중국 회사 칸시노(CanSino)도 ‘아데노바이러스 5형’을 기반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아데노바이러스 기반 백신은 1980년대부터 성공적으로 개발되었고 이미 여러 차례 시험되면서 단점들도 해소되고 있다.

 

▲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의 연구원 [사진출처-코로나19 백신 웹사이트 ‘스푸트니크 V’홈페이지]     ©이인선 통신원

 

이번에 백신 ‘스푸트니크 V’을 개발한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는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 바이러스에 대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한 경험이 있다. 

 

2016년 2월 15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 주재 러시아 대표부의 유럽 유엔본부에서의 기자회견을 통해 15개월의 연구 끝에 가말레야 연구소가 ‘감에박(GamEvac)’과 ‘감에박 콤비(GamEvac-Combi)’라는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2종을 개발하고 초기 실험의 효과를 확인했음이 알려졌다. 러시아 대표부에 따르면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도 참가자의 90% 이상에서 항체가 형성됐으며 ‘감에박 콤비’ 백신 역시 ‘감에박’과 유사한 효능을 나타냈다고 한다. 두 백신의 안전성은 검증된 상태였고 두통과 약간의 체온 상승 등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는 예도 있었다. 당시까지 에볼라 백신이나 치료 약은 개발된 적이 없었기에 이 두 가지 백신은 에볼라에 대한 임상용 백신으로 세계 최초로 공식 등록 및 승인되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개발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은 2014년 말 기니 공화국 알파 콘데 대통령이 러시아에 부탁하면서 개발되어 이후 기니에서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되었다. 2016년에 이 백신은 WHO 사무총장이었던 마거릿 챈(2006~2017)이 참여하여 세계 보건 총회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는 에볼라 발병 위험이 있는 지역으로 여행하는 러시아 의사와 기타 전문가들의 예방 접종에 사용되고 있다. 또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2019년 12월 에볼라 예방 백신을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는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와 유사한 코로나바이러스다. RDIF 대표 드미트리예프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경제전문매체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기존에 개발해온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백신을 약간 변형해 이번 코로나19 백신(스푸트니크 V)을 만들었다”며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시사했다. 러시아 정부가 앞서 발표했듯 에볼라와 메르스 백신 개발의 연장 선상에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기 때문에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드미트리예프는 “코로나19가 메르스와 매우 비슷한 게 우리로서는 그저 운이 좋았다”라며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연구한 메르스 백신을 배포할 준비가 된 상태였고, 여기서 약간 변형해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다”라고 부연했다. 이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성명을 통해 현재 이용 가능한 메르스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고 밝히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개발 중인 백신은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소는 백신의 효능을 높이고 장기적인 면역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2가지 벡터(아데노바이러스 26형과 5형)를 함께 사용했다. 그렇다 보니 심각한 부작용을 낳지 않는다는 것이 오랜 시간 시험 결과 증명되었다. RDIF 대표 드미트리예프는 단지 에볼라 백신의 유전자를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의 돌기 단백질(spike protein) 유전자로 대체하기만 하면 되었다고 이번 러시아 백신에 관해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은 다음과 같다. 1차 접종 때 첫 번째 주입량을 주입한 후 체액 면역이 형성돼 항체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항체 면역은 그다지 안정적이지 않다. 그래서 3주 후에 2차 접종을 통해 더욱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T 세포 면역인 "기억 면역"이 형성된다. 이렇게 형성된 면역 체계는 2년간 갖춰져 있게 된다.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에 대한 반응

 

RDIF 대표 드미트리예프는 일부 국가만이 자국민에게 접종하고 다른 국가들은 접종을 위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러시아 백신의 대량 생산으로 감염병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의 2차 확산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러시아 정부는 이미 20개국으로부터 10억 회분 이상의 백신을 공급해달라는 ‘사전 요청’을 받았으며, 5개국과는 연간 5억 회분의 백신 생산 계약을 맺었다고 밝힌 바 있다.

 

베트남, 몰도바공화국,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키르기스스탄, 중국, 멕시코, 캄차카반도, 페루, 세르비아, 스릅스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브라질, 필리핀, 벨로루시,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이스라엘 등 27개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 V’를 구매하겠다고 의사를 표했고 공급이 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러시아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앞장서서 맞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의) 중요성에 대한 의구심을 없앨 수 있도록 내가 제일 먼저 맞겠다”며 “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잘 지켜보고 효과가 있는지, 모두가 맞을 수 있는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맞겠다고 자청하고 나섰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의약품 수입을 막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베네수엘라 국영 VTV방송과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관련 대국민 방송 연설에서 러시아는 과거 전 국민에게 처음으로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한 국가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우리가 모두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때가 올 것이다. 가장 먼저 백신을 맞는 사람은 내가 될 것이다. 내가 모범을 보일 것이다”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정부는 27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을 통해 앞으로 45일 안에 지원자 1만 명을 대상으로 3상 임상시험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스푸트니크 V’를 시험·생산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주 정부 대변인은 “곧바로 양측이 참여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해 파라나주에서 ‘스푸트니크 V’의 임상 시험과 기술이전, 생산을 위한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관한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13일(현지 시각)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의 3상 임상 시험을 필리핀에서 오는 10월부터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3상 시험은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이르면 내년 5월부터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 10일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가 백신을 개발한다면 자신이 접종할 것이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백신을 제공하려 하고, 어떤 대가도 언급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푸틴 대통령은 무료로 우리를 돕고자 하는 것 같다”라며 푸틴 대통령을 ‘우상’이라고 치켜세웠다.

 

북한 보도에서도 스푸트니크 V에 대한 반응을 알 수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8월 31일 “27개의 연방주체에서 7만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결과에 의하면 증상을 보이지 않고 <COVID-19>를 경과한 사람들에게서 면역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라며 “특히 감염증을 앓은 18세 미만의 환자들 중 40%, 60살 이상의 환자들 중 30%에게서 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판명되었다”라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 ‘스푸트니크 V’는 신뢰할 만하다

 

<워싱턴 포스트>는 “‘스푸트니크 V’라는 명칭에서 보듯, 푸틴은 백신 개발을 미국, 유럽, 중국 등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국가 위상을 높이려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라며 러시아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임상 시험을 통과하지 않아 충분히 테스트 되지 않은 약물로 예방 접종을 받는다고 보도했다.

 

물론 러시아가 다른 나라보다, 특히 미국보다 먼저 백신을 만들어내는 것에 의의를 두기도 했지만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RDIF 대표 드미트리예프가 밝힌 바와 같이 백신 개발에 있어서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 백신 ‘스푸트니크 V’ 개발에 대해 바라볼 때 러시아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러시아는 지난 4월 3상 시험이 없어도 백신을 승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했다. RDIF 대표 드미트리예프의 말에 따르면 아직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백신 후보들은 보건부에 조건부로 등록된다고 한다. 향후 진행되는 최종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경우 리콜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현지 언론 러시아 가제타에 따르면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센터' 소장 알렉산더 긴즈버그는 해당 백신의 초기 임상시험에서 감기 증상이나 백신 접종 부위에 홍반이 생기는 것 외에는 부작용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긴즈버그 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타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향후 접종 시기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소장은 "법률에 따르면 (백신) 시판(대중 접종)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서 "다만 현재 백신 보유량이 ‘등록 후 시험(3상 임상시험)’과 대중 접종 모두에 사용하는데 부족하기 때문에 먼저 등록 후 시험에 백신을 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코로나19 백신 웹사이트 ‘스푸트니크 V’에서 7개 언어로 설명하고 있다. (https://sputnikvaccine.com) 미국 버지니아 코먼 웰스대학교의 정치학 교수 주디 트위그는 웹사이트 싱크글로벌헬스(Think Global Health)에 쓴 기고에서 “미국이 백신을 두고 ‘자국 우선주의’를 고수하는 동안 러시아는 저소득 국가들에 백신을 무료 또는 저렴하게 생산 계약을 맺음으로써 막대한 선전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스푸트니크 V’가 무엇인지, 국제적 반응은 어떠한지, 어떤 이유에서 신뢰할 만한지 이야기했다. 향후 3상 임상 시험의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련 연구, 개발을 이어온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스푸트니크 V’이기에 효과적인 측면, 면역체계 형성 측면 등에 있어 신빙성이 있다고 본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