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갑차 추돌사고 진실은 무엇인가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0/10/15 [12:05]

미군장갑차 추돌사고 진실은 무엇인가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0/10/15 [12:05]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0월호를 발간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미군장갑차 추돌사고 진실은 무엇인가

 

 

▲ 사건 개요

 

지난 8월 30일 오후 9시 25분경 포천 창수면 영로대교 650m 부근에서 관인면 방향으로 향하던 50대 남성의 SUV가 미군 장갑차를 뒤에서 들이받았다. SUV 차량은 사고 후 반대편 차로로 튕겨 나갔고, 미군 장갑차도 교량 옆 난간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SUV에 타고 있던 50대 부부 등 4명이 머리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장갑차에 타고 있던 미군 2명 중 운전자인 상병은 가벼운 상처를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 당시 충격으로 SUV의 엔진 부분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파손됐다. 장갑차도 오른쪽 무한궤도가 이탈했다. 

 

사고가 발생한 도로는 가로등도 거의 없었으며 왕복 2차선이었다.

 

사고 당시에 SUV 운전자가 음주 운전했을 것이라는 보도부터 나왔다. 포천 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의 부검 결과 “운전자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운전면허 취소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나왔다는 내용의 결과를 통보받았다”라고 지난 17일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SUV 운전자의 구체적인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 주한미군의 책임은 없는가

 

얼핏 이 결과만 놓고 보면 SUV 운전자의 과실로만 보인다.

 

하지만 SUV 운전자의 과실과 별개로 주한미군의 문제도 짚어야 할 것이 있다.

 

사고 발생 하루 뒤인 31일 주한미군 사령부는 사고 애도 성명을 내고 훈련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사령부가 빠르게 애도 성명을 낸 것은 이 사건이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처럼 반미투쟁으로 번질까 우려해서이다. 

 

주한미군이 이 사건을 우려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주한미군은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건 이후 한미 당국이 체결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는 ▲궤도 차량은 이동할 때 선두와 후미에 호송 차량(콘보이)을 동반하고 ▲궤도 차량 이동 72시간 전에 한국군에 통보하고, 이를 지자체와 마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기로 되어 있다. 

 

하지만 사건 발생 당시 호송 차량은 전혀 없었으며 포천시와 주민들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주한미군은 한미 당국이 합의한 기본 안전조치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사건 발생 후 주한미군에게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졌다. 

 

진보당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의 안전규정 위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며, 미군장갑차 추돌사고 대책 마련하라며 요구안을 16일 주한미군 사령부에 전달했다. 

 

‘포천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의 안전규정 위반에 대한 사과와 책임자를 규명하라”며 “‘효순·미선 사건’ 후속대책을 위반한 미군 관계자를 처벌하라”라고 요구했다.

 

서울대학생겨레하나, 서울청년진보당 대학생위원회, 진보대학생넷, 청년하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은 8일 오후 2시 광화문 미 대사관 앞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에 발생한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명확히 하여 우리 국민을 지켜내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9월 8일부터 대진연 학생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동두천 미군기지 캠프 케이시 앞에서 농성 중이다. 

 

국민주권연대도 9월 23일 논평을 통해 이번 사건의 책임이 주한미군에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단체들은 왜 장갑차의 안전한 운행을 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지, 이번에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늘 그랬던 것인지, 미군 당국의 지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등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이에 대한 어떤 입장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한국 경찰, 동두천시 미군 보호하고 있어

 

사건에 대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미온적이다.

 

특히 사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포천 경찰서는 미군에 대해서는 장갑차 운전병을 조사하는 것에서 그치고 있다. 또, ‘장갑차 운행과 관련한 한미 당국의 합의가 있다는데 내용이 무엇이냐’며 당사자인 미군에게 묻는 어이없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또한 포천 경찰서 사고 발생 이후 20일이 넘도록 국과수 부검 결과를 가져다 발표한 것 외에 어떤 수사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 포천 경찰서는 ‘▲SUV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의 구체적 수치는 얼마인지 ▲SUV의 블랙박스 복원을 시도했는지 ▲현장 주변 CCTV 영상을 왜 공개하지 않는지 ▲국과수 부검 결과가 늦어진 이유’ 등에 관해서 물어도 답변이 없다. 그래서 포천 경찰서가 부실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캠프 케이시가 있는 동두천시는 대학생들이 농성을 시작하자마자 행정명령을 내려 진상규명의 목소리를 막고 있다. 동두천시는 9일 오후 3시 갑자기 코로나19 긴급 행정명령을 내려 실외 집회 100명 이내에서 5인 이내(4명 이하)로 제한을 바꿨다. 동두천시의 행정명령은 전국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강도 높은 행정명령이다. 

 

포천 경찰서와 동두천시의 이런 모습은 주한미군의 눈치를 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만약 한국군이 사고 일으켰다면…

 

2003년 한미 당국이 합의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의 내용은 한국군이 통상 취하는 조치라고 한다. 한국의 장갑차 조종수 출신 ㄱ 씨는 “국군에서도 부대에 있던 장갑차는 훈련장으로 가기 위해 국도를 이용할 땐 72시간 전에 알리고 가야 한다. 또한 헌병 차가 인솔한다”라고 말했다. 즉 한미 안전조치 합의는 주한미군에게만 특별히 적용하는 규칙이 아니라 군부대가 지켜야 할 통상적인 조치인 것이다.   

 

그런데 만약 한국군이 훈련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군부대가 훈련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아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며 부대장은 처벌을 받고 당연히 그 장갑차 운정병은 구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군부대에 대해 여러 가지 조사와 조치를 할 것이다. 

 

그런데 왜 주한미군이 명백히 훈련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언론 대다수는 침묵하고 정부는 책임을 묻기는커녕 제대로 된 수사조차 안 하고 있는 것일까. 또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왜 공권력과 행정명령을 동원해 가로막고 있는가. 

 

주한미군이 있어야만 한국의 국방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서 주한미군의 범죄나 잘못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기에, 이번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자주국방을 실현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자주국방의 첫걸음은 우리의 국방을 지키는 것이 주한미군이 아니라 우리의 힘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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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0/15 [16:47] 수정 | 삭제
  • 정말 통탄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미국 측 실정으로 우리 국민 넷이 개죽음을 당했는데 세상이 이렇게 조용한가. 선택적으로 분노하는 우리나라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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