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발생 50일, 유야무야 수사 종결되나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10/21 [18:57]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발생 50일, 유야무야 수사 종결되나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0/10/21 [18:57]

▲ 진상규명단이 포천경찰서의 제대로 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인선 통신원

 

▲ 진상규명단원이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아인선 통신원

 

지난 8월 30일 오후 9시 30분경 포천시 영로대교에서 미군장갑차와 SUV 차량이 추돌하면서 50대 부부 4명(여성 2명, 남성 2명)이 사망했다. 국민 4명이 사망한 지 한 달하고도 20여 일이 지났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한 수사는 명확한 진상이 밝혀진 것 없이 흐지부지 마무리될 상황이다.

 

한미 당국이 2003년 체결한 '안전조치 합의서'에 따르면 궤도차량이 도로를 운행할 시 앞뒤로 호송 차량을 두어야 하고, 운행 72시간 전 군과 지자체를 통해 차량 이동 사실을 마을 주민에게 알리기로 되어있다. 하지만 이번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 3~4년간 주한미군이 국방부와 지자체에 어떠한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라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편 국민의 생명을 다시 한 번 위협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포천경찰서는 여태껏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왔다. 특히 한미 양국이 합의한 합의서가 존재함이 이미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졌지만, 포천경찰서는 주한미군 측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이 아니라 엉뚱하게 합의서 존재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냈다. 주한미군측은 어떠한 답신을 하지 않았고 포천경찰서 역시 답신을 하지 않는 미군에게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단지 사건 당사자인 장갑차 운전병을 출석하게 해 신원조사만 했을 뿐이었다.

 

포천경찰서는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은 채 SUV 운전자와 동승자들이 모두 사망했기에 '공소권 없음'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연이어 이문수 경기북부지방경찰청장은 19일 경기남부·북부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사건 수사가 마무리돼 송치를 앞두고 있다"라고 답했다. 또한 "(미군 규정을 알아보기 위해 보낸) 안전규정 질의 공문은 아직 회신이 없는 상태"라며 "호송 차량의 동행은 의무규정이지만 국내 형벌법(도로교통법 등)으로는 처벌이 어려울 것 같다"라고 주한미군에 대한 수사 의지와 처벌 의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통상적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은 피의자가 사망한 경우에 이뤄진다. 다시 말해 포천경찰서는 사망한 국민 4명을 피의자, 즉 '범죄의 혐의는 받고 있으나, 아직 공소 제기가 되지 않은 사람'으로 단정했다. 안전규정을 어김으로써 사고를 초래한 주한미군에게 책임이 있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안 할 셈인 것이다.

 

유야무야 사건을 넘기려는 경찰의 태도와는 달리 경기도는 지난 6일 주한미군사령관·외교부·국방부 등 세 기관에 '포천 미군 장갑차 추돌사고 관련 SOFA 합의서 이행 요청'공문을 발송했다. 도는 공문을 통해 "2003년 한미 SOFA 합동위원회 특별회의에서 양측이 서명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 의하면 '모든 전술 차량에 대해 운전자의 시야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 경우'선두 및 후미에 호송 차량 동반을 실시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번 사고 시 미군 장갑차 이동(2대)의 경우, 호송 차량 동반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또한 합의서에는 '1대 이상 궤도차량 이동 시 72시간 전 한국군에 사전 통보하고 한국군과 지자체를 통해 해당 지역주민에게 전달'되도록 규정되어 있으나, 이번 사고 시 지자체 및 지역주민들은 관련 통보를 받은 바가 없었다"며 "이에 경기도는 도민과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서 외교부, 국방부와 주한미군사령부 측에 SOFA 훈련안전조치 합의서 이행을 촉구한다"라며 합의서 준수의 적극 협조를 촉구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 '포천 사격장 등 군 관련 시설 범시민 대책위' 등 미군의 책임을 묻는 지역 주민의 목소리도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 국방부 측에 사건 관련 안전대책 마련을 위한 한미연합사령부와의 면담을 요청하는 등 "철원·포천 지역 사격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한미군 측과 국방부는 별다른 답은 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내용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주민 반발로 필요한 훈련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 이후 체결된 '안전조치 합의서'를 주한미군이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제2의 여중생 장갑차 압사 사건이라고 본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안 되면 비극의 악순환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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