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는 왜 '안전조치 합의서'를 숨기나?

이인선 통신원 | 기사입력 2020/10/21 [19:09]

외교부는 왜 '안전조치 합의서'를 숨기나?

이인선 통신원 | 입력 : 2020/10/21 [19:09]

 

▲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이 미2사단 앞에서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이인선 통신원

 

▲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이 간이 분향소를 차려 추모를 하고 있다.     ©이인선 통신원

 

▲ 훈련조치 합의서 내용 일부     ©이인선 통신원

 

21일 민중의소리 기사에 따르면, 외교부가 지난 8월 말 경기도 포천시 영로대교에서 발생한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과 관련해 수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한 '한미 훈련안전조치 합의서' 원본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30일, SUV 차량이 미2사단 210포병여단 소속 미군장갑차와 추돌해 50대 부부 4명(여성 2명, 남성 2명)이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한국과 미군이 2003년 SOFA 합동위원회를 열어 공식적으로 체결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와 주한 미8군의 한국 내 차량 운용을 규율하는 385-11호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훈련안전조치 합의서'란 지난 2002년 6월 미군장갑차에 압사당한 '효순이, 미순이 여중생 사망 사건' 1년 뒤인 2003년 한미 양국이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 특별회의를 열고 합의한 문서다. 이 문서에는 사건 가해자가 소속된 미8군 미2사단에 대한 추가안전조치 사항이 포함되었다.

 

해당 합의서에 따르면 모든 전술 차량 이동 시 운전자의 시야를 저해하는 요소가 있는 경우, 선두 및 후미에 호송 차량을 동반해야 한다. 또 궤도차량 1대 이상 이동 시 72시간 전에 한국군에 통보해야 하고, 통보된 사항은 한국군과 해당 지자체를 통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미군 장갑차 이동 당시 앞뒤로 호송 차량은 존재하지 않았고, 포천시와 주민들에게도 사전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서 내용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미2사단의 이러한 합의 위반 사실을 판단할 근거 자료인 안전조치 합의서 원문을 현재 외교부는 공개하길 거부하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포천경찰서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외부에 공문을 내줄 수 없고 보는 것밖에 안 된다고 해서 경찰 3명이 외교부에 직접 가서 보고 왔다"라며 "사진 촬영도 안 된다고 해서 눈으로 확인만 하고 왔다. 영어 원문으로 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한글로 돼 있어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경찰은 영어로 된 원문을 보고 온 기억에 의존해 수사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며 "외교부가 국회 요구에도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지역인 경기도 역시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외교부에서 '전에 줬으니까 그걸 보라'고 한다. 2003년 합의 당시 외교부가 경기도에 줬다고 한다. 그런데 부서도 여러 번 바뀌고 너무 예전 문서라 못 찾고 있다. 그래서 다시 달라고 했는데 안보 문제 등을 이유로 안 줬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한미 간 SOFA 관련 문서는 양측이 합의가 있어야 공개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그런 합의가 아직 없어서 공개 안 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 측 반대로 합의가 안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상세히 말씀드릴 수 없다"라고 답했다.

 

합의서의 구체적인 내용 확인은 이번 미군장갑차 추돌사망사건의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을 위해 안전조치를 지키지 않은 미군의 과실을 확인하고 입증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김종귀 변호사(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장)는 "합의서가 있든 없든 저속 차량이 약한 후미등으로 이동해 (다른 운전자가) 근거리에서 발견하게 되면 추돌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사망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예견 가능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본다"라며 "그런데 주의 의무 규정을 명확히 한 합의서가 있다면 과실이 더 확실한 과실이 된다. 범죄 성립을 더 용이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미군 과실 입증에 필요한 문건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경찰은 수사 마무리 단계로 송치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군 측이 합의서 원문 공개를 반대하고 있다면, 사건 직후 주한미군이 "한국 경찰 수사에 전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한 것과 배치된다.

 

한편, 국방부는 필요한 경우 주한미군에 호송 차량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미군은 지난 3~4년간 한 차례도 호송 차량을 요청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을 하지 않는다면, 미군은 계속해서 호송 차량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고 이러한 사건은 다시 되풀이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교부는 국민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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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민지 2020/10/21 [21:03] 수정 | 삭제
  • 영어로 하고 미국법원에가서 재판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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