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은 이창기 기자 2주기입니다. 이창기 기자를 늘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창기와 함께 사는 사람들 마지막은 나윤경 ‘여대생 연합 노래동아리 늘해랑’ 회장이다.
나윤경 회장은 지난 9월 8일부터 10월 말까지 미군장갑차추돌사망사건 진상규명단(이하 진상규명단) 활동을 했다.
나윤경 회장은 진상규명단 활동에 대해 “솔직히 진상규명단을 쉽게 결의하지 못했어요. 우리 민족을 위해 통일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투쟁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집안 사정도 있었고 학업과 병행해야 한다는 점, 알바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체력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실천과 학업,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에 더 부담됐던 것 같아요. 그러나 결코 혼자 하는 투쟁이 아니었기에 동지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고, 도움을 받으며 긍정과 낙관으로 어려움을 뚫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동지들과 함께였기에 어려울 거 같았던 투쟁들도 큰 두려움 없이 잘해나갈 수 있었어요. 함께 하는 힘, 동지의 소중함을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나윤경 회장은 “진상규명단 실천을 하면서 저희뿐만 아니라 반미의 촛불을 가슴 속에 품고 있는 국민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저희의 활동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해주시는 시민분들을 보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민들이 불평등한 한미관계로 고통받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끔찍한 주한미군의 범죄들에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죠. 그런 시민 분들의 따뜻한 응원에 힘을 많이 받았고 반드시 반미투쟁을 승리로 만들어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긴 시간이었지만 기쁜 마음으로 즐겁게 투쟁했어요. 다른 진보단체들과 만나며 미2사단에 면담 요청 투쟁을 하며 기자회견과 행진 그리고 1인 시위 등을 하면서 저의 한계를 많이 뛰어넘고, 우리가 왜 반미를 외치고, 통일을 외쳐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라며 진상규명단 활동을 돌아봤다.
나윤경 회장은 이창기 동지에 대해 “직접 이창기 선배님을 만나 뵌 적은 없지만 주변 선배님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투병 생활을 하시며 몸이 아주 편찮으신데도 언제나 동지들에게 후배들에게 밝은 모습을 보이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창기 선배님은 마지막까지 동지들에게 헌신적이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창기 선배님의 유고시집 ‘님을 따라’를 읽으며 이창기 선배님의 모습을 상상해보곤 했어요. 운동의 길을 함께 걷는 동지들에게 참 든든한 사람, 고민 많은 후배에게 따뜻한 손 내밀며 늘 힘이 되어주는 사람, 누구보다 우리의 조국에 헌신적인 사람, 동지들에게 이창기 선배님은 그런 존재이지 않았을까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서 “늘 후배들에게 무명전사가 될 것을 이야기하고, 동지들에겐 항상 바보처럼 헌신하는 선배님이었기에 동지들이 정말 많은 힘을 얻고, 현재까지도 그 정신을 따라 배우고 있는 것 같아요. 비록 제가 선배님을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선배님께서 걸어오신 길을 뒤따라 걷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참 든든해요. 눈을 감으신 이후에도 동지들의 마음속에 자리하며 믿음직스러운 동반자가 되어주시는 이창기 선배님. 저에게 이창기 선배님은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나윤경 회장은 이창기 동지에게 배우고 싶은 점을 “헌신적인 사랑”을 꼽았다.
나윤경 회장은 그 이유를 “저는 아직 동지들에게 헌신적으로 대하지 못하고 있어요. 동지들을 대할 때 자꾸 이기적인 마음이 나타나 동지들보다는 저 자신을 우선순위에 두고 행동한 때가 많았어요. '누군가를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어요. 내가 상대에게 헌신한 만큼 상대방도 나에게 그만큼 헌신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자꾸 실망하게 되고, 관계에 있어서 재고 따지는 것들이 많았죠. 그동안 동지들에 대한 제 마음은 참 부끄러울 만큼 진실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이창기 선배님의 시를 보며 느꼈던 동지들에 대한 선배님의 헌신적인 사랑은 너무나도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동지들과의 관계에서도 어쩔 수 없이 재고 따지는 것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합리화했던 저 자신이 창피할 정도로 선배님의 사랑은 정말 순수하고, 조건 없는 사랑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계속해 나윤경 회장은 “선배님의 시 중에서도 가장 깊게 남았던 시는 '바보과대표'였어요. 더 많은 동지와 통일의 길 함께 걷기 위해 민중들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었던 이창기 선배님의 정신이 꽤 이기적이었던 저에게는 충격이었죠. 그리고 선배님은 어떠한 마음으로 민중들에게 헌신할 수 있었는지 계속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선배님께서도 다른 이들을 위해 나의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이 처음엔 쉽지 않았겠지만, 그 일이 조국을 위한 것이고, 우리의 밝은 앞날을 위한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사랑을 베푸는 데 두려움이 없지 않았을까.’ 오랜 생각 끝에 그런 결론에 도달하였을 때는 이창기 선배님의 이러한 헌신적인 모습을 본받고 싶어졌습니다. 혼자의 힘보다 함께 하는 힘이 더 크다는 것을 알기에 제 안에 있는 이기적인 마음을 버리고, 이창기 선배님처럼 누군가를 조건 없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투병하는 내내 자신보다 동지들의 건강을 더욱 생각하고, 병실에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한번이라도 더 챙겨주려는 마음.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보다는 동지들을 먼저 위했던 이창기 선배님의 절절한 사랑을 따라 동지들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건네고 나 자신보다 먼저 동지들을 위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나윤경 회장은 자신의 결심을 낙관에 가득 찬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윤경 회장은 “우리 민족의 통일은 멀지 않았다는 낙관과 확신으로 함께 하는 동지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이창기 선배님의 삶을 따라 투쟁의 길을 걷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우리 민족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며 이 길, 동지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통일을 위해 온 마음 바치신 선배님처럼 우리 민족, 우리 민중을 아낌없이 사랑하겠습니다. 이창기 선배님이 가장 바라셨던 민족의 자주통일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가겠습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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