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속 조국분단] 9. 조선학교 동무들의 즐거운 꼬마축구 대회 이야기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12/16 [09:39]

[일본 속 조국분단] 9. 조선학교 동무들의 즐거운 꼬마축구 대회 이야기

박명훈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12/16 [09:39]

평화이음이 월간 '민족과 통일' 12월호를 발간했습니다. 

우리사회와 한반도 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조선학교 동무들의 즐거운 꼬마축구 대회 이야기

 

누가 누가 이길까? 조선학교 꼬마축구 대회 

 

지난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결전의 날이 밝았다. 바로 조선학교를 다니는 재일동포 학생들끼리 열띤 승부를 겨룬 꼬마축구 대회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따른 하루 확진자만 2000명이 넘어가는 일본. 심상치 않은 바이러스 확산세를 뚫고 동포 사회는 ‘꼬마축구 명승부 이야기’로 한창 들떠 있었다. 꼬마축구 대회라는 이름만 듣고 ‘에이 고작 동네 축구 아니야?’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다. 꼬마축구 대회는 재일본조선인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중량감 있는 대회다.

남녘에서는 흔히 꼬마라고 하면 어린이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생각하는데 동포 사회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꼬마는 어린이와 어른 사이 친근하고 정겨움 - 거리 없는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이다. 동포 사회에서 ‘제42회 재일본조선초급학교중앙축구’라는 이번 대회의 정식 명칭 대신 꼬마축구 대회라는 귀여운 별칭이 널리 쓰이는 이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워낙 기승을 부린 탓에 올해는 대회 규모 -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처럼 며칠에 걸쳐 일본 내 여러 지역을 오가는 ‘원정 경기’도 아예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재일본조선인축구협회를 이끄는 어른들은 어떻게든 학생들을 위해, 꼬마축구 대회를 열기 위해 묘수와 대책을 짜냈다.

우선 주최 측은 코로나 방역 대책을 엄격히 준수했다. 대회가 오사카 내 경기장 단 한 곳에서 이틀 사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 배경이다. 참가 인원도 사전에 제한돼 경기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꼼꼼히 이름을 쓰고 열을 재고 정보를 입력했다. 

상대 학교와 맞붙고 맞붙어 이기고 또 이기면 승리하는 단순한 경기 구조. 이 또한 빠르게 승부가 결정된 비결이다. 이런 노력과 성원에 힘입어 꼬마축구 대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바이러스야 물렀거라… 골망 향해 시원하게 ‘뻥’

 

이번 꼬마축구 대회는 페이스북 계정 ‘꼬마축구 이야기’와 유튜브 생중계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중계됐다. 

“우승하자!”라며 기세 좋게 주먹을 치켜드는 어린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참 즐거워 보였다. 한 ‘꼬마축구 선수’가 대표로 전하는 인사말도 굉장히 인상 깊었다. 사뭇 진지한 표정과 말투에서 웬만한 어른 이상 가는 듬직함을 느꼈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상을 휩쓰는 참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평화로운 조국과 동포사회, 자라나는 미래의 주인공답게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참가할 것을 굳게 결의합니다!”

 

동포 사회를 이끌 미래의 주역다운 호기로운 발언이었다. 경기 내내 꼬마 선수들을 응원하며 웃고 즐긴 어른들은 미래의 주역들을 향해 아낌없는 ‘사랑’을 전달했다.

 

“이 대회가 가능하게 된 것도 동포들의 사랑, 그리고 축구협회 여러 조직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감개무량합니다. 이 날을 맞이하게 된 것을. 열심히 연습해온 것을 100% 발휘할 수 있으면 이겨도 져도 추억에 남는 시합을 해줄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동포들의 사랑, 축구협회의 사랑’이라니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표현인가. ‘누군가를 밟고 너만은 반드시 1위가 돼라’는 식의 무한경쟁 - 개인주의 사고방식이 만연한 남녘에서는 좀처럼 생각할 수도 없고, 설령 생각한다 해도 입으로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다. 이처럼 우리 꼬마 선수들은 어른들의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실력을 키워 경기장에 섰다.

나란히 줄지어 선 선수들, 관람석을 향해 허리를 꾸벅 숙이는 정중한 인사. 그리고 ‘어른 심판’이 호루라기를 부는 ‘삑’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됐다. 신바람을 탄 번개돌이 마냥 모든 선수들이 내달리는 혼전 속 “골망을 뚫어라!”라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사방에 퍼진다.

순간 상대 선수를 제치고 골망을 뒤흔드는 결정타가 터졌다. 꼬마축구 대회는 관전하는 맛이 일품이었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이 어울려 열을 내고 한바탕 즐거운 모습에는 제대로 즐기고 놀 줄 아는 멋이 있었다.

신속하게 진행된 경기 내내 어린이, 아이 가리지 않고 왁자지껄 흥겨운 모습이 교차했다. 엄격한 방역 조치로 제한된 대회여서 여러모로 아쉬웠을 법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더라. 그렇게 모든 경기를 마치고 1등이 결정됐다.

 

“지바 우승!”

 

11월 14일,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호외로 “지바가 우승(千葉が優勝)”이라는 문구를 신문 1면에 큼직하게 실었다. 우승을 기뻐하는 지바조선초급학교 학생들의 표정과 몸짓이 확 눈에 들어왔다. 준우승은 동오사까東大阪조선초급, 3등은 서도꾜東京, 4등은 오까야마-시꼬꾸岡山-四国 합동 조 순이었다.

앞서 경기에서 이기고 지든 추억이라고 했지만, 역시 흘러넘치는 승리의 기쁨은 숨길 수 없는 법이다. 김유섭 지바 조선초중급학교 선생님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환희에 넘쳐 이렇게 적었다. “지바 우승은 솔직히 기쁘다. 지바가 기운을 내면 사이타마인은 투지가 끓는다! 치바초중 여러분 마음속으로부터 축하드립니다”라고. 

지바 조선초급학교의 우승은 38년 만이라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올해 승리를 이끌었던 주장의 아버지가 38년 전 꼬마축구 대회에서 승리를 견인한 주역이라는 것. 그렇기에 김유섭 선생님은 “앞으로도 긴 시간 동안 이야기로 후대에 계승될 새로운 역사를 만든 어린이들, 지도하신 교원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와 깊은 경의를 드린다”라며 양껏 감격한 것이리라.

페북에 소개된 홍보지를 보니, 대회가 열리는 격전지 중에는 ‘평양’도 있었다. 만약 코로나가 퍼지지 않았더라면 분명 북녘 평양에서도 대회가 열렸으리라. “동포 학생들이 얼마나 평양에 가고 싶었을까?”라며 감정을 이입하다 보니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이번 꼬마축구 대회는 아쉬움을 넘어 반짝반짝 빛나는 희망이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라는 대 위기 속에서 축구로 한데 뭉친 동포 사회의 모습에 ‘엄지 척’을 보내고 싶다. 이토록 즐겁고 힘찬 기세라면 일본 정부의 차별과 조국의 분단도 조만간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이듬해 우리 꼬마 선수들은 평양에도, 금강산에도, 백두산에도 가리라. 오는 2021년에는 선수들이 남녘에도 꼭 오면 좋겠다. 유튜브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벌어지는 동포들끼리의 즐거운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단언컨대 머지않아 그런 날이 오게 되리라 바라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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