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좋아라
-박금란
살픈 살픈 복실눈이 따끈한 아랫목같이 포근하게 오더니 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밭은 태고의 정적 울리며 짓밟힌 사람이 상처를 씻는 마음의 텃밭
고라니 노루 오소리 발자국 찍힌 산기슭 눈밭은 짐승들의 천진함이 하얀 거울에 반사되어 눈부시고
놀이터 눈싸움 하는 아이들 개구쟁이 어지러운 발자국에는 눈의 정겨운 마음이 꾹꾹 눌러져 후한 쌀됫박같이 수부룩하다
차들도 하얀 면사포 쓰고 엉금엉금 고생하지만 그래도 내심 좋아라
고생해도 눈이 좋아 미끄러져도 눈이 좋아 하얀 마음이 좋아 가장 천진하고 순수해지는 마음 눈 녹으면 없어질라 까치발 뛰는 사람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시인의 마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