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늘 갈등 상황입니다.
밥상을 한 번 차리는 것에도 시장에 한 번 나서는 것도 숱한 갈등의 반복입니다.
갈등이라는 것은 당장 하나를 온전히 취하면 하나는 온전히 포기해야 하는 것일 때 첨예화됩니다.
상생하고 싶으나 상생의 길이 막힌 곳에서 판단력은 길을 잃습니다.
적당히 취하고 적당히 잃을 수 있는 길에서 타협하며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지금 세계는 방역이냐 경제냐 두 가지 선택지점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방역을 택하자니 경제가 무너지고, 경제를 택하자니 방역이 무너집니다.
어느 쪽을 택하든 서민은 죽을 지경이고 민심은 흉흉해지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흘러올 수밖에 없었다 해도, 앞으로도 이렇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방역과 경제는 애초에 취사선택해야만 하는 것이었을까?
가난도 병마도 사람을 죽고 살게 하는 문제였고 인류 역사 중 상당 기간이 그것과 싸워온 시간이었는데 왜 오늘 우리는 그 두 가지 재난 앞에서 이렇게 생소한 기분으로 세상이 변했다고 아우성치는가.
‘코로나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 ‘이미 완전히 다른 시대가 시작되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는 여전히 모호합니다.
도래한 다른 세상을 그릴 수 있으려면 오늘 도달한 세상에 대한 성찰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그저 박제된 표어일 뿐입니다.
굳이 신종바이러스 대유행의 시기가 아니라도,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무한 증식되는 부의 대물림 밖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최소한 생존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휴식과 충분한 잠, 화목한 가정, 마음의 안식 등 건강의 기본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문턱에 이르러서야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질주해 왔던가?’ 잠시 고민해보지만, 이미 세상은 삶을 바로잡을 기회를 주지 않습니다.
바이러스는 물론, 숱한 물리적 위험조차 돈으로 막을 수 있다고 여겼던 우리는 왜 방역을 택하면 경제적 곤궁을 견뎌야 하는 상황으로 몰렸을까,
과연 방역을 완벽하게 하는 것이 돈과 상관없이 모두를 살리는 길과 통하는 그런 세상은 불가능했을까,
사람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자고 만든 돈이라는 물건이 어쩌다가 그것의 유무에 따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되었을까,
애초 인류가 꿈꾸던 미래가 오늘 우리 사회의 모습일까...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것은 사는 길이고, 돈을 포기하는 것은 약간의 불편과 고난을 감수하는 일이었다면, 이렇게 선택이 힘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돈을 벌지 않으면 죽고 마는, 아파 죽나, 궁핍으로 죽나 마찬가지 결말의 사회에서 건강한 몸과 정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아무리 확성기를 잡고 떠들어봤자 귀에 들어올 리 만무합니다.
결정장애는 갈등이 첨예화된 사회의 보편적인 증세입니다.
개인과 개인의 갈등, 개인과 집단의 갈등, 집단과 집단의 갈등, 이 모든 관계의 모순과 갈등이, 눈치를 보게 만들고, 상호 간 비판의 모호성 뿐아니라 정책의 모호성도 부추깁니다.
그러는 한편, ‘국민통합’이라는 오랜 꿈은 관성이 되었고 어차피 요원한 목표를 향해, 누구와 통합해야 하는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따위는 성가신 고민일 뿐입니다.
청산의 대상을 향해서는 통합을 말하면서, 일심단결을 자랑하는 동포사회를 향해서는 비웃음을 시전하니, 내면의 모순도 뾰족뾰족합니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 필요에 따라 모든 국경을 봉쇄해도 아무도 죽어 나가지 않는 사회가 이상하다면 우리가 이상한 것은 아닐까?
돈이냐, 건강이냐, 둘 중 건강이 먼저라고 고래로부터 쉽게 말해왔으나, 아무도 그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태로 되었다면, 우리 사회가 완벽한 자본의 노예사회가 아니고 무엇일까?
자본은 봉건영주보다 자애로운가? 가장 첨예화한 자본주의인 제국주의가 만들어 놓은 경계를 온몸으로 채찍처럼 받아내며 사는 우리 다수의 노예는 농노보다 자유로운가, 과연?
‘건강한 몸을 꿈꾸려면 세상이 건강해져야 한다.’ 이것은 진리입니다. 그러니 당장 최고의 의자들은 오늘도 건강한 세상을 위해 제 몸이 아니라 세상을 고민하며 거리를 떠도는 모양입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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