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청년 김 씨 | 기사입력 2021/03/15 [21:03]

[노동칼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청년 김 씨 | 입력 : 2021/03/15 [21:03]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 나비 담장 위에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도네 돌아가네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라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밤낮 할 것 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미싱을 돌려야만 했던 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노래입니다. 그리고 2021년 한 패스트푸드점 주방. ‘-’ 주문을 알리는 소리와 함께 토스터에 빵이 구워지고 맞춤한 채소와 소스를 뿌려 먹기 좋게 포장해서 손님에게 드리는 분초를 다투며 쉼 없이 튀기고 굽고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작업장이 있습니다.

 

이 패스트푸드점에서 알바를 한 지 어느덧 3개월이 지났습니다. 자조 섞인 말로 *노예라 부르는 패스트푸드 알바. 뭐가 얼마나 힘들기에 21세기에 노예라는 말까지 쓰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대기업이라 출퇴근 기록, 휴게시간, 각종 가산 수당 지급 등은 잘 지켜지고는 있지만 1분의 이른 출근과 1분의 늦은 퇴근도 허락되지 않는 매장, 휴게시간 30분은 보장되지만 노동자들의 충분한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30분이 아니라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최대의 효율을 내기 위한 휴게시간 30분이었습니다. 어떤 경우엔 30분 일을 하고 바로 휴게시간이 주어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엔 지칠 대로 지친 후에 휴게시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는 본연의 목적이 뭘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실시간 알바 노동자들을 감시하며 한시도 쉬지 못하게,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음식을 만들게 재촉합니다.

 

뜨거운 기름, 고온의 열판이 곳곳에 있는 주방은 특별히 안전에 더 유의해야 하는데 계속되는 재촉은 일하는 사람을 더 뛰어다니게 만들고, 화상을 입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만듭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 고온의 열판을 청소하다가 화상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같이 일하던 동료 노동자는 여기는 일 하다 보면 화상 입을 위험이 많다며 자신의 화상 자리를 보여주었습니다. 화상을 입는 건 당연한 것이 아님에도 당연한 일이 되고, 일하다 다치면 구급함의 연고를 바르고 또다시 일을 해야 하는 매정한 자본주의의 모습을 매 순간 마주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내가 기계인가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노동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기계를 만들고, 기계가 많은 일을 대신하면 사람은 힘든 육체노동에서 해방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 기계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는 자본의 탐욕은 사람을 기계만큼의 많은 일을 하도록 쉴 틈 없이 쥐어짜고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대가 지나고, 지금의 노동강도가 과연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몫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관리자님께 물었습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코로나19 이전에 더 바쁠 때에도 한사람이 다 했다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말투로 말입니다.

 

이윤의 극대화 속에 한명 한명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실력과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자기 시간을 더 투자하여 조금이라도 더 빨리 사람이 해야 할 일을 숙지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게 쉼 없이 돌아가는 이 구조에서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자기가 일하는 일터에 대한 애착과 자기 일에 대한 긍지, 자부심의 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매장의 노동자들은 정말 부지런합니다. 저는 이게 과연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인가 투덜거릴 때, 노동자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해냅니다. 두 몫, 세 몫 말이죠. 한번은 제가 마감 일을 제시간에 끝내기 위해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퇴근 지문을 찍고 다시 주방에 돌아와서 제가 일을 빨리할 수 있도록 더 도와주고 뒤늦게 퇴근한 선배 노동자도 있었고, 주문이 밀려 들어와 순간 일시 정지가 되어 있는데 다른 일을 하다가 도와주러 와서 또 자기 일을 하러 가는 선배 노동자도 있었습니다. 뜻대로 안 되거나, 노동 강도가 세면 투덜거림부터 먼저 나오는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더 헌신하고, 더 배려하고 이해해 주며 힘든 노동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고 격려해주는 노동자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던 3개월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안하다’, ‘고맙다’, ‘힘내라라는 가슴 뜨거워지는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 사람이 고귀하고, 노동이 고귀한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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