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의 군사 행동은 보류되었을 뿐 취소된 것이 아니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3/16 [22:21]

지난해 북의 군사 행동은 보류되었을 뿐 취소된 것이 아니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3/16 [22:21]

“남조선 당국은 스스로 자신들도 바라지 않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을 하였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6일 담화를 통해 이처럼 밝히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한 문재인 정부에 심각한 경고를 했다. 

 

또한 김여정 부부장은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 행정부에 충고를 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 이후 문재인 정부의 각 부처에서 내놓은 입장은 아래와 같다.

 

“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통일부

 

“군사합의는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북측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방부

 

“우리 정부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가 조기에 재개되어 완전한 비핵화와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 노력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외교부

 

남측 당국이 늘 했던 말을 반복했던 수준의 입장이다. 

 

남측 당국의 이런 반응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시작하고 북의 반응이 없어서 안심하다가 김여정 부부장이 갑자기 담화를 발표해 놀란 것인지, 아니면 사태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북이 왜 이런 담화까지 내놓았는지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진지한 성찰은 없어 보인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사태를 키울까 우려스럽다. 

 

북은 지난해 대북전단살포 문제로 대남관계를 대적사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히며 일련의 행동을 취했다. 

 

지난해 6월 13일 김여정 부부장은 담화에서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며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사흘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폭파되었다. 다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시켰다.

 

북의 군사행동은 취소된 것이 아니라 보류된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북이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파기까지 언급한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김여정 부부장은 “병적으로 체질화된 남조선 당국의 동족 대결의식과 적대행위가 이제는 치료 불능상태에 도달했으며 이런 상대와 마주 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고 짚었다. 

 

이는 남측 당국의 행태는 대화로 해결할 단계가 아니기에 아예 대화할 여지도 안 남기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 차원에서 남측과 관련된 관련 부서와 단체 폐기 검토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북은 한미연합군사훈련 강행, 첨단장비 도입 등을 지적하면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를 지키라고 남측에 요구해왔다. 올해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심각히 경고를 한 바 있다. 

 

그런데 남측은 올해 또다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강행했다. 

 

북의 입장에서 보면 한쪽은 계속 합의를 깨는데, 자기만 합의를 지킬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할 것이다.

 

북은 올해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남조선 당국에 이전처럼 일방적 선의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는 그동안 북이 남측에 보여줬던 ‘일방적 선의’를 중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여정 부부장이 담화에서 남북군사분야 합의서 파기 단계까지 가는 데는 다소 여지를 두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여지의 시간이 길지 않아 보인다.

 

당장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17일 한국에 온다. 이들은 한국에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3국 연합훈련, 한미일 동맹강화’와 미국의 새로운 대북정책 동참, 올해 안에 한국에 미사일 역량 배치 등을 요구할 것이다. 

 

북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행동하는 것을 또 다른 도발로 간주하고, 담화에서 언급한 조치를 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에 처했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의 길로 다시 들어설 것인가 고난의 시간을 갈 것인가. 이제 더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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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기회 2021/03/17 [16:13] 수정 | 삭제
  • 북은 우리 민족이 세운 합의서를 지키고 싶어한다. 남측의 불이행에도 인내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그 끝이 보인다. 정말 문재인 정부는 좋게 봐줄래야 좋게 볼 수가 없다.
  • 말은 고마하자 2021/03/16 [23:13] 수정 | 삭제
  • 말 만하면 문제 해결되나? 고마하자 내 얘기했자나 내 죽어도 괜차으니 그리가자 잔대가리 고마 굴리고 그리 하자 내가 설사 죽어도 안죽는다 용해 용원 결단해라 안죽는다 쫄지마라 내가 하늘에서든 땅에서든 지킨다 믿으면 산다 마지막이다 결행하라 안그러면 노동당 다 죽는다
  • ㅉㅉ 2021/03/16 [22:51] 수정 | 삭제
  • 조평통 정리까지 언급했다는 것은 사태가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의 통일노선이 완전히 바뀌게 된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군사합의서 파기까지 입에 담았다. 대화를 위한 기구가 없어지고, 군사합의서마저 휴지조각이 된다면, 그 다음 남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이번 김여정부부장의 담화는 북에서 나올 수 있는 남에 대한 최고수위의 경고일수 있다. 이 경고마저 통하지 않으면, 다음에는 오직 실력행사밖에 남지 않는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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