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절차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청년 김 씨 | 기사입력 2021/04/13 [15:39]

[노동칼럼] 절차와 규정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

청년 김 씨 | 입력 : 2021/04/13 [15:39]

아르바이트 노동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동료들과의 분위기도 풀어진 요즘 힘들어도 일할 맛 나게 일하고 있지만.. 이 안락함도 잠시 제가 일하고 있는 패스트푸드점은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4월부터 위생점검이 불시에 들이닥치는 기간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저는 동료들의 이야기만 들었는데요, 위생점검에서 낙제하면 1년이 우울하다고 합니다. 혹시 내가 실수하지 않을까 덩달아 저도 긴장 상태가 되었고, 매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그 때문에 손 씻기 절차와 장갑 절차를 비롯한 각종 절차에 대해 다시 상기하며 재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대규모 프랜차이즈 음식점인 만큼 위생과 절차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 패스트푸드점의 위생은 그래도 훌륭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운터에서의 절차, 그릴에서의 절차가 각각 나누어져 있는데 유통기한은 물론 2차 유효기간, 보관상태, 2차 오염, 조리된 제품별 보관 시간, 수건도 테이블용과 의자용으로 구분해서 사용하는 등 세부적으로 지켜야 하는 것들이 정해져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손 씻기도 30분마다 30초씩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절차와 위생이 잘 지켜지지 않는 시간이 있긴 합니다. 바로 손님이 몰리는 한창 시간입니다. 바쁘지 않을 때는 평균 90초대에 제품을 제공하는 반면 한창 시간에는 180초에서 늦으면 300초까지 제품 제공이 늦어지게 됩니다. 이때는 사실상 절차가 무시됩니다. 노동자들은 절차를 생각할 겨를이 없어지고, 시간이 생명인 패스트푸드점에서 절차로 인해 시간이 늦춰지는 걸 전산시스템도 고객들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이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실수와 안일함이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 동료가 패티(고깃덩어리)를 튀겨 건졌는데 겹쳐지는 부분이 잘 익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거 괜찮은 거냐며 물었지만 그 동료는 에이 괜찮아요, 제가 휴식 때 이거 먹을게요. 하며 그대로 보관했습니다. 저는 걱정스럽긴 했지만 태연한 동료의 반응에 더 말리지 못했습니다. 정말 민원이 들어올 것 같은 상태였거든요. 다행히 휴식을 끝내고 돌아온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그 패티를 발견하고 이건 못 나간다고 하며 폐기했습니다. 잠깐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그대로 제품이 나갔으면 어떻게 됐을지 정말 아찔했습니다. 조금 더 제품에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다고 모든 위생과 절차가 다 무시되는 건 결코 아닙니다. 그래도 꼭 지켜야 하는 것들은 바쁜 와중에도 잘 지키기 때문입니다. 조금은 봐줄 수 있는 것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하죠. 이럴 때면 이 절차가 정말 지켜질 수 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음.. 아마 본사는 이 절차를 다 지키면서 속도도 빠른 노동자를 원하는 것이겠죠? 정말 최저시급 주면서 노동자들의 최대능력을 바라는 이 자본가들이 어이없을 따름입니다. 

 

노동자들은 눈물 나게 바보같이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애씁니다. 바쁜 와중에 그 절차들을 지키려면 마음이 급해지고, 손이 꼬이고 그러면 허둥지둥하게 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그 한심한 자괴감을 한 번, 두 번,.. 익숙해질 때까지 느껴야만 노동자들의 실력이 높아집니다. 그냥 노동을 오래 해서, 많이 해서 높아지는 게 아닙니다. 자기의 민낯을 마주하고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세워 자기를 갈고닦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도 주위 동료들에게도 마음을 쓰고 고무해줍니다. 제가 이 어린 노동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현장에서는 이 위생점검에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본사의 정책과 규정은 사실상 그들의 이미지와 매출을 위한 것뿐입니다. 그들이 가져가는 몇 백 억이 누구의 손에서 만들어지는지 알게 되는 날이 올까요? 노동자들은 오늘도 울고 웃으며 내일을 위한 오늘을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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