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먹거리 문제를 이야기 하는데, GMO가 빠질 수 없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으실테고 관련한 전문지식 역시 많으실테니 저는 저의 관심사에 맞춰 생각을 나눠볼까 합니다.
DNA의 변화라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45억 년 전에 지구가 만들어지고 2•30억 년 전에 최초의 생물이 탄생해 오늘날까지 무수한 유전자들은 서로 결합하고 분리되고 적응하며 변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우리 인류 역시 원인기를 시작으로 오늘과같은 단계에 이르기까지 숱한 진화를 겪었습니다. 다른 동물과 달리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이용하며 가장 맑은 피를 두뇌에 공급해 끊임없이 개발해 온 인류는 인류 뿐 아니라 자연과 사회까지도 빠른 속도로 진보하도록 만들어 왔습니다. 인류의 진보는 갈수록 가속도가 붙었고 지구라는 행성을 넘어 우주 공간에마저 관심과 손길을 뻗쳐왔습니다.
가만히 우주의 기원과 지구의 역사 등을 돌아보면 사람이라는 존재가 한 없이 미약하게 생각되다가도, 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공간까지 해명해 한 권의 책 속에 정리해 담아놓는 그 위대한 지적능력에 대해 경이로운 마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사람을 세상의 주인이라 일컫는 것이 왜 당연한 명제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이 도구와 불을 사용하기까지 걸린 시간보다 그 이후의 역사는 비교할 수 없이 숨 가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일단 지적 해방을 맛보고 세상을 개조하는 것에 재미를 느낀 사람은 세상을 가만 두지 않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사람의 요구에 걸맞게 복종시킵니다. 간석기를 사용해 정착 농경생활을 하며 무리지어 살던 인류는 시기마다 필요한 생산방식의 변화와 그에 걸맞는 제도적 혁신을 도모해 왔습니다. 근현대에 들어서 더 많은 식량수탈을 위해 강대국들이 앞 다투어 식민지에 플랜테이션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GMO 식품의 개발 역시 인류의 본성인 혁신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듯합니다. 나날이 진화는 빨라지고 불필요한 부분의 퇴화 역시 가차 없이 진행됩니다. 그러나 긴 세월을 통해 차츰차츰 진행해온 유전자의 변화와 적응을, 무탈하게, 단 시간 내에 게다가 인위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 아닐까요?
특히, 인류의 인류를 위한 연구와 헌신이 돈이라는 목적 앞에 퇴색할 때, 당장의 풍요와 미래를 맞바꾸는 일은 너무나 쉬운 일입니다.
개인적으로 다국적 농업회사들이 유전자조작 식품 전문 농장, 상품개발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며 신뢰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단기간에 이루어진 인위적 유전자조작이 무탈할 리 없음에도 충분한 검증은커녕 투명한 표기조차 꺼리는 자본과 권력이 GMO식품을 적극 옹호하거나 비호하는 이유로, 너무나 박애주의적인 ‘인류를 식량난에서 구할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입니다.
사실 인류의 식량은 지금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유독 음식물쓰레기가 넘치고, 비만환자 당뇨환자가 넘쳐나는 사회가 있고, 유독 기아로 허덕이는 사회가 있을 뿐입니다. 교묘하게 수탈하는 나라와 수탈당하는 나라가 유엔이라는 이름으로 어깨 걸고 ‘We are the world’ 노래를 부르는 형국이지만, 현재 세계는 자본주의 모순의 정점에서 극단을 향해 몰려가고 있습니다. 이 분배의 문제를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는 물론, 우리 사회 내에서도 제대로 풀지 못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GMO식품의 난무는 결국 가난한 서민들의 허접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되고, 서민들의 몸뚱이는 부족했던 검증을 대신하는 실험실 쥐로 치부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유전공학이 인류의 미래가 되고 긍정의 신호가 되려면, 현재 기울어진 식량문제, 빈부의 문제를 바로잡는 세상이 되는 것이 우선입니다.
사람의 역사가 또 한 걸음 내딛어야 식량난, 빈곤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도의 혁신 없이 기술의 혁신이 인류에게 무한정 도움이 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제도의 혁신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도덕적 지향이 담겨야 함은 물론입니다.
결국 문제는 철학, 우리의 주식은 ‘철학’입니다.
밥그릇에도 그것을 담고서야, 위험한 과학을 제어할 능력이 생깁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건강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황선의 치유하는 삶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