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칼럼] 최저임금, ‘노동의 가치’ 속에서 새로운 답 찾아야

청년 김 씨 | 기사입력 2021/07/26 [21:32]

[노동칼럼] 최저임금, ‘노동의 가치’ 속에서 새로운 답 찾아야

청년 김 씨 | 입력 : 2021/07/26 [21:32]

시간당 9,160원.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최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가운데 금액이 결정되었지만 그 뒤에도 논쟁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다양한 목소리가 첨예하게 나올수록 최저임금의 기본 취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임금의 최저 수준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입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매년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 분석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는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해 필요한 금액을 판단하는데 참고하는 자료로 쓰입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2020년 기준 비혼 단신 근로자의 한 달 평균 생활비가 2,184,538원이라고 합니다. 내년 기준 시급 9,160원을 받는 최저시급 노동자의 경우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모두 채워 일해도 한 달에 27만 원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407만 명이라고 합니다. 이토록 많은 사람이 안정적인 생활을 누리기에 부족한 금액이 지금의 최저임금입니다. 

 

주 40시간을 채워 일하기 어려운 경우에 생활 불안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학생, 구직자, 프리랜서, 문화예술인, 가사노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낮은 최저임금 속에서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생활비를 채우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며 학업과 구직을 병행하며 무리하게 생활을 하거나, 생활비나 구직활동을 줄이는 것입니다.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사회에 나온 지 오래되었지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건강과 생계, 희망 사이의 아슬아슬한 균형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애쓰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해마다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오르지 않는 매출과 내릴 줄 모르는 임대료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자영업자들도 최저임금 노동자 못지않게 어렵게 지내는 것도 사실입니다. 최저임금은 낮은데 자영업자는 줄 돈이 없는 문제가 몇 년째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제는 다른 틀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할 것 같습니다.

 

몇 주 전 노동인권 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께서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31명이 수업을 듣는 교실에 의자가 30개밖에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자리에 같이 있던 사람들은 몸이 약한 학생부터 앉는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부터 앉는다. 등 화면에 보이는 예시에서 답을 찾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모두의 대답을 들은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정답이 없어요. 31명이 수업을 듣는다면 31개의 의자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양극화가 고착된 우리나라의 경제를 ‘동맥경화’에 비유하곤 합니다. 돈이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머물러있는 사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최저임금 노동자와 소상공인은 고작 몇백 원밖에 되지 않는 최저시급 인상액을 두고 치열한 싸움을 벌입니다. 이들이 나누어가질 수 있는 돈 자체가 적은 상황은 그대로 둔 채 누가 더 힘든지, 누가 더 목소리를 크게 내는지를 두고 해마다 최저임금을 정하는 모습은 검투장에 노예를 던져놓고 환호성을 지르던 시대에서 과연 얼마나 더 나아진 걸까요?

 

코로나 시국, 모두에게 아쉬움을 남기며 2022년 최저임금이 결정되었지만 한 가닥 희망은 보이는 것 같습니다. 국민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시작된 재난지원금은 보편적이고 상시적인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피할 수 없는 증세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은 공정한 소득과 분배의 정의에 대한 논쟁에 닿을 수밖에 없습니다.

 

마침 대선도 코앞입니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공약과 논쟁으로 쏟아져 나오게 되는 시기입니다. 이 속에서 최저임금도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 ‘생존의 권리’와 값싸게 치부되지 않을 ‘노동의 가치’ 속에서 새로운 답을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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