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연구위원 1심 재판 열려...“내 사건, 프락치 공작 미수 사건이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8/19 [15:28]

이정훈 연구위원 1심 재판 열려...“내 사건, 프락치 공작 미수 사건이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08/19 [15:28]

“나는 이 사건을 나와 내 동료들을 대상으로 정치공작 미수사건 또는 프락치 공작 미수 사건이라고 규정한다.”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8일 열린 첫 재판 모두 진술에서 이처럼 밝혔다. 

 

이 연구위원의 1심 첫 재판은 이날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8호에서 열렸다. 첫 재판은 검찰의 공소의견과 이 연구위원의 모두 진술 그리고 변호인의 변론 요지로 진행되었다. 

 

이 연구위원은 모두 진술에서 국가정보원이 자신의 사건을 조작했음을 주장한 것이다. 특히 이 연구위원은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공작원이라고 주장하는 페루 국적의 ‘고니시’란 인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페루 국적의 고니시라는 사람의 정체를 알 수 없으며 그의 신분을 특정할 수 없어 의구심이 든다.”

 

페루 국적의 고니시라는 인물은 2017년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물에 전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또한 “국정원에서 증거로 제출한 녹취록 내용은 나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며 내가 한 말도 아니”라고 했다. 국정원의 증거 자료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국가정보원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들에 대해서도 “지난 4년 동안 합법적인 연구 활동과 토론과 발표하면서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식 수사를 하여 국가보안법으로 기소한 이유는 국가보안법 수사권 이양과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같다”라며 수사 배경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 연구위원이 국가정보원에 체포될 당시는 한창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입법동의 청원’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국가보안법 폐지 여론이 높아지던 시기였다. 

 

이 연구위원의 변론을 맡은 심재환 변호사는 검찰 측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짚으며 ‘무죄’를 주장했다. 

 

심 변호사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이른바 북한 공작원과 네 번 만났다고 하는데 두 번의 만남에 대한 녹취록이 있으나 별 내용이 없다. 그리고 다섯 개의 암호 통신이 있다고 하는데 내용이 없다”라고 밝혔다. 심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이 이른바 간첩과 내통했다며 이 사건을 부풀렸지만 ‘소설’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의 재판은 두 번의 공판 준비기일을 거쳐 10월 6일 오후 다시 열린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에서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철폐 이정훈 연구위원 무죄 석방 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정훈 연구위원의 무죄를 주장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하는 한충목 4.27시대연구원 원장. [사진제공-이정훈 대책위]  

 

이 연구위원의 재판에 앞서서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에서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철폐 이정훈 연구위원 무죄 석방 대책위원회(이하 이정훈 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연구위원의 무죄 석방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방청 인원을 네 명으로 제한해, 방청하러 온 사람들에게 빈축을 샀다. 

 

재판부는 재판 하루 전인 17일에 갑자기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들며 방청 인원을 4명으로 제한한다고 통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훈 대책위는 “이정훈 연구위원에 대한 또 다른 형태의 공안탄압이다. 이후 재판을 형사 대법정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재판부에 요청하겠다”라고 밝혔다. 

 

아래는 이정훈 대책위의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아래----------------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 1심 재판에 대한 기자회견문

                                                          

지난 5월 14일 체포되어 구속기소 된 4.27시대연구원 이정훈 연구위원의 재판이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국가보안법폐지 국회 청원인단 모집이 한창이던 지난 5월 14일에 벌어진 이 사건은 국가보안법 폐지로 인해 존립의 근거를 상실할 위기에 처한 국가정보원이 벌여놓은 모략극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정훈 연구위원이 만났다는 고니시라는 사람을 국가정보원은 북한 공작원이라고 주장하나 실제로 그런지 그 정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난 10일 방영된 MBC PD수첩 ‘부당거래’ 편에서 국가정보원 해외 공작관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려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일본에서 활동하는 해외 공작관이 북한 여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MBC PD수첩 방송의 이 장면은 국가정보원의 해외 공작관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이라는 위조 신분을 얼마든지 취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정훈 연구위원은 국가정보원이 북한 공작원이라고 지목한 ‘고니시’라는 인물에 대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이며, 그와 나눈 대화의 내용 또한 국정원이 조작한 녹취록에 적시된 것과는 전혀 다르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어이없게도 국가정보원이 고니시란 사람이 사망했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로써 재판정에 그가 출석할 일은 없어졌으며, 국가정보원은 과거 다른 재판에서 했던 것처럼 전향한 북한 사람을 데려와 고니시가 북한 공작원이라고 증언하도록 할 것 같습니다. 과연 그의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 두 가지 사실을 볼 때 고니시라는 사람이 정말 북한 공작원인지 여부를 알 수 없습니다. 그의 신분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이상 이정훈 연구위원은 무죄입니다.  

 

다음으로 이정훈 연구위원을 기소한 소위 찬양고무는 그야말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기소될 사안조차 될 수 없습니다. 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그야말로 개인의 정치적 견해의 자유에 해당하는 영역입니다. 과거 많은 공안사건 재판에서도 개인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 글은 무죄로 판결 났습니다. 특히나 연구원의 연구위원이 통일부에서 누구나 빌려주는 북한 자료를 가지고 연구하여 책자를 낸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더구나 비공개 문건도 아니고 일반적 도서로 시중에 판매 중인 책 내용을 가지고 찬양고무 운운하는 것은 그야말로 7~80년대 낡은 냉전적 사고 이상이 아닙니다. 공공연히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맑스레닌주의 전집이 시중에 유통된 지도 수십 년이 되었습니다. 그런다고 한국 사회가 바뀌었습니까. 한국 사회가 과거에 비해 발전했다면 그것은 최소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할 자유가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북 사회를 좋게 보든 안 좋게 보든 그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 법률이 판단할 문제가 아닙니다.   

 

이렇게 볼 때 이정훈 연구위원을 기소한 회합통신이나 찬양고무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건은 무죄입니다. 이정훈무죄석방대책위는 이제 수명을 다한 국가보안법 폐지와 이정훈 연구위원의 무죄 석방을 위해 이 땅의 민주와 통일을 바라는 모든 국민과 함께 싸워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8월 18일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철폐 이정훈 연구위원 무죄석방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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