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 2.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기본 난방을

곽동기 박사 | 기사입력 2021/09/13 [15:15]

[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 2.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기본 난방을

곽동기 박사 | 입력 : 2021/09/13 [15:15]

본지는 곽동기 박사(카이스트 신소재공학)의 기고 글 ‘남북경협에서 기본소득 재원 마련하자’를 몇 회에 걸쳐 소개한다. 곽동기 박사는 현재 촛불전진(준) 남북경협과 기본소득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두 번째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기본 난방을’이라는 글이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기본 난방을

 

물가 오르는데 난방비 걱정

 

생활비 지출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월급 빼곤 모두 오른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부동산, 전세금 모두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세계 각국이 통화량을 늘린 데 따른 구조적 문제이다. 중국의 8월 생산자물가가 9.5%나 올라 1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그나마 소비자 물가지수가 0.8%로 막혀있어 아직은 물가대란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언제 튀어 오를지 안심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하고 있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올해 3월만 하더라도 LNG 1톤당 57.5달러 수준이던 것이 가파르게 상승하여 현재 112.9달러까지 거의 100%가 올라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코리아 PDS의 최은지 책임연구원은 최신 연구보고서에서 탄소배출량 감축이 최근 중요한 화두이지만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속도가 아직 더디다고 진단하였다. 이에 석탄, 석유보다 탄소배출량이 낮은 천연가스가 아시아권 국가들에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원래 천연가스는 코로나 사태로 수요가 줄어들었다. 일례로 한국가스공사는 2019년에 매출 25조 원을 기록하였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 사태로 매출이 20조 원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제 가을철부터 난방수요가 증대되고 탈탄소 이슈로 천연가스 수요가 증대된다는 기대로 가스 가격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탈탄소 행보를 다그치고 있는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올해 2분기 이후 세계 1위 구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스 수요 증대는 가스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수요가 증가할 텐데 서민들의 난방비 부담은 올해에도 무거울 전망이다.

 

이에 겨울철 난방자원 수급의 대안으로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남·북·러를 통해 육상으로,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목되는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지난 2010년 한·러 공동연구 검토 보고서에 의하면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앞으로 30년간 매년 750만t의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육상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겨레>는 2018년 10월 25일 기사에서 2015년 가스공사 의뢰로 삼정회계법인이 추산한 최단 노선은 북·러 접경에서 원산·철원·파주·인천을 거쳐 평택까지 총 1,202㎞에 이른다고 보도하였다. 북한의 천연가스 수요를 고려해 평양·개성을 경유하더라도 총연장은 1,505㎞면 충분하다고 한다. 

 

▲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 북한 경유 예산노선도. 1안 1,202km, 2안 1,505km면 가스관 연결이 완료된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현실성이 매우 높은 남북경제협력 사안이다. 

 

실제로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4일에는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대구에서 비공개 실무 접촉을 가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가스프롬은 “국제정세가 완화되면 남·북·러 가스관(PNG : Pipe Natural Gas) 추진이 가능하다”라며 사업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어 가스공사 실무진은 2018년 5월 15~18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가스프롬 직원들과 ‘남·북·러 PNG 사업 추진 타당성 검토를 위한 공동연구 추진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이 회의에서 가스공사는 사업 타당성 분석을 위해 가스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제공을 요청했고, 가스프롬으로부터 사할린 지역의 가스전을 원료창구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 2018년 6월 러시아 방문길에서 남·북·러 3각 협력을 제안하는 문재인 대통령. 가스관 연결사업은 남북경제협력의 시작이다.  

 

한국은 휴전선에 가로막혀 현재 천연가스를 배로 수송하는 액화천연가스(LNG : Liquefied Natural Gas)에 100% 의존하고 있다. LNG에는 액화, 기화설비와 LNG 수송선을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지속해서 이어져야 하지만 가스파이프라인으로 공급되는 PNG는 한번 시공하면 30년간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2010년 가스공사가 수행한 ‘한·러 PNG 공동연구’ 결과 PNG가 LNG보다 저렴하다는 게 입증되었다. 2018년 6월 경향신문은 이 연구결과를 보도하였는데 이에 따르면 PNG는 투자비 34억300만 달러, 운영비 13억9,500만 달러가 투입돼 톤당 수송원가가 7.13 달러로 추산됐다. 반면 LNG는 투자비 68억2,300만 달러, 운영비 158억2,000만 달러로 톤당 수송원가가 21.6 달러로 집계돼 PNG의 3배에 달했다.

 

시베리아 천연가스가 도입되면 남측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들여오게 되어 연료비가 경감된다. 톤당 14달러, 750만 톤 기준 연간 1,260억 원의 운송료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가스의 공급량을 늘리면 운송료 절감효과는 더욱 커진다. 게다가 러시아 측과 가격협상만 잘하면 연간 수천억 원의 경제적 이익도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한국경제의 질적 도약을 이룰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다만 PNG 사업은 휴전선을 경유해야 하는 만큼 사업이 추진되려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야 한다. 사실 PNG 사업은 1990년 한·러 수교 이래 역대 한국 정부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가졌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대북 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의 반대로 지금껏 성사되지 못했다. 가스관 통과료 지급과 북한 노동력 이용이 유엔의 대북 제재 대상에 속하기 때문이다. <한겨레>에 따르면 러시아 수출용배관 투자와 북한을 상대로 한 천연가스 제공도 각각 미국의 대러, 대북 제재에 걸린다고 한다. 

 

▲ 2019년 4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 중인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푸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경유지인 북한에서 일방적으로 배관을 차단하면 국내 천연가스 수급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남·북·러 가스관은 북한이 생산지가 아니라 경유지이기 때문에 만일 북한이 가스관을 차단한다면 북한도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 피해를 북한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사실 천연가스의 해외수급은 북한보다 한국이 훨씬 다양해서 가스관 폐쇄가 한국경제에 별다른 타격을 주지도 못한다. 북한 입장에서 가스관 차단은 이득도 없이 자신들의 에너지난만 더 가중시킬 뿐이므로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 

 

남·북·러 가스관 연결로 기본 난방 이루자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도 대륙철도연결사업처럼 남북경제협력 사안이므로 통일경제를 안착시키는 초석이 되어야 한다. 가스관 연결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가 전 국민에게 전파되면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남북경협을 더욱 늘려가자는 국민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남북 당국이 시베리아 천연가스를 남북의 주민을 위해서만 사용한다고 약속하면 어떨까? 

 

남측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만 있다면 ‘전 국민 기본 난방’을 제시할 수 있다. ‘전 국민 기본 난방’이란 국민 1가구당 최소한의 난방비는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그 이상의 비용은 국민이 감당하는 정책이다. 전반 국가재정 상태를 고려하여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겨울 난방만으로 출발해 그 기간을 더 늘리는 방법이 있고 아예 처음부터 전 기간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취약계층으로 갈수록 난방비 부담이 커지므로 ‘전 국민 기본 난방’은 민심을 받드는 정부가 마땅히 추진해야 할 과제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가스비가 없어 한겨울 냉방에서 얼어 죽거나 추위에 떠는 국민이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한국경제가 세계 선진국 대열을 넘본다고 하는데 겨울철 난방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북한도 천연가스를 북한 주민에게 공급한다면 북한 주민의 에너지난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연해주 천연가스 개발로 극동지역 개발이라는 경제발전과 남북한과의 관계 개선이라는 호재를 얻게 된다.

 

모두에게 이득인 남·북·러 가스관 연결이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것은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동북아에서 러시아가 부상하는 것을 꺼리는 미국의 묵시적 반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북·러 가스관 연결은 남북한 주민행복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다. 미국은 우리 민족의 이익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 

  

부디 우리 민족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후보가 남·북·러 가스관을 연결해 ‘전 국민 기본 난방’을 하겠다는 참신한 공약을 제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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