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유엔 나들이 결산

이흥노 재미동포 | 기사입력 2021/09/26 [11:10]

문 대통령의 유엔 나들이 결산

이흥노 재미동포 | 입력 : 2021/09/26 [11:10]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1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했다. 

 

여러 국제 현안들에 대해 발언했지만, 우리의 가장 큰 관심사인 북미·남북 관계 발전에 대해 함구한 것에 대해 우리 동포는 입을 모아 이해하기 어렵다며 실망하고 있다. 그래도 ‘종전선언’을 강조하고 국제사회에 호소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한반도의 휴전은 68년째로 세계 전쟁사에 가장 긴 휴전 기록을 세운 것이다.

 

오래전에 끝냈어야 할 걸 못 하고, 이제야 ‘평화조약’도 아니고 구속력도 없는 선언을 주장하고 나선다는 게 참 부끄러운 일이긴 하다. 그런데 도대체 왜 그토록 장구한 세월, 휴전체제를 고수하고 있을까? 

 

북한은 1970년대부터 초지일관 ‘평화협정’을 주장해왔으나 협정 서명 당사자인 미국은 이를 거부하곤 했다. 외국군 철수와 평화협정을 골자로 한 휴전조약이 초기에 이행됐다면 북핵이 불거졌을 리도 없고 북미 관계가 정상화됐을 것이고, 한반도에는 평화와 번영의 찬란한 꽃이 만발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통탄할 노릇이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발언 직후에 북측 리태성 외무성 부상과 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의 반응이 나왔다. 정치적 선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고 좋은 발상이라 평가했다. 하지만 대북 적대정책이 존재하는 한 종이쪽에 불과한 선언은 이르다고 했다. 

 

부시의 국무장관 라이스가 당시 반기문 외무장관에게 ‘종전선언은 부시의 관심사’라는 말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했지만 반 씨는 끝내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밀폭로 전문지 ‘위키리크스’가 밝혔다. 매국적 만행이다. 이번 문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유엔연설이라 많은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게 사실이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변화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 큰 결의와 결단을 내릴 걸로 믿었다. 눈앞에 제기되는 절박한 제반 문제들을 제쳐놓고 ‘종전선언’만 달랑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북에 조속히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생산적 제안은 없고, 그저 대화 타령만 하고 말았다. 

 

비틀거리던 미국식 민주주의가 트럼프 의사당 쿠데타로 완전히 거덜 났고 국제사회로부터 미국이 왕따 되고 있다. 아프간 20년 전쟁 대패로 미국의 위신과 권위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세계가 자연재해와 경제 파탄으로 대재앙에 직면하고 있다. 일국 지배시대는 가버리고 다자주의 시대가 왔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봉쇄를 위한 신냉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유엔을 통해 나라와 민족의 이익을 챙기는 데 소홀했다. 남북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로 우리가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유엔 무대에서 전 세계를 향해 선언했어야 옳았다.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전임자들의 약속과 선언을 존중한다는 합의에 따라 먼저 ‘개성공단’ 재개를 당장 이행하겠다고 내외에 천명했어야 했다. 그는 구체적 남북 간 교류 협력에 대해 단 한쪽의 구상이나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그저 미국을 따라 무작정 대화에 나서라는 대화 타령만을 복창했을 뿐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첫 유엔연설 (9/21)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진지한 외교와 구체적 진전을 추구하겠다”라고 했다.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 약속, 구체적 실천 방도를 연구하겠다고 했다. 

 

그의 발언 중 무엇보다 ‘북한 주민의 삶 개선’이라는 대목이 매우 흥미롭다. 구체적으로 밝힌 게 없어 예단키 어렵지만, 아마 인도적 지원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 만약 남북 교류 협력에 숨통을 터준다는 뜻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미국에 지나친 기대는 큰 실망으로 끝나곤 했던 과거를 잊어선 안 된다. 까놓고 말해, 바이든이 북한 주민의 삶 개선에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면 대북 제재 중 민생부문만은 먼저 해제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를 입으로만 지지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싱가포르 북미선언’을 즉시 이행하는 행동 개시가 먼저다.

 

문 대통령은 기조연설 전날 (9/20), 존슨 영국 총리를 만나 북한의 연속 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상황의 안전적 관리와 대화 조기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대북 관여 모색에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 눈에는 북한 미사일 발사만 우려로 보이고 남한 발사는 사랑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금단의 선’을 넘는 것이라는 한미연합훈련을 국내외 동포들의 결사저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문 대통령이 결과를 예측했을 것이라는 건 상식이다. 당연히 북한의 예민한 반응과 한반도에 긴장이 조성될 것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한미연합훈련은 다목적을 노린 것이다. 중국을 압박할 구실을 만들어내고, 남한 친미보수야당의 정권 교체에 힘을 실어주고, 미국 군산복합체를 안심시키는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쉽게 말해, 신냉전을 위해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한편, 그것은 북한에 대해 적대정책을 계속하겠다는 신호다. 한미가 입을 모아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에 무조건 나서라고 손짓하고 있다. 북한의 4년째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연장하려는 고차원적 지연작전술인 것 같다. 문 대통령과 같은 기간 방미한 송영길 여당 대표의 외교 행보가 눈길을 끈다. 

 

송 의원은 코쟁이 눈치나 보고 아부하기에 바쁜 기성정치인들과 차별화된다. 

 

그는 대중봉쇄를 위한 다국적 안보기구 참여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균형 외교를 주장했다.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에게 방북을 권유했고 국무부 부장관에게는 북미 실무회담을 평양서 개최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미 시민권자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의식한 듯 민간인들의 방북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은 볼턴과 폼페이오의 나쁜 조언 때문이라고 직격을 나릴 건 진짜 통쾌한 지적이다. 제재가 능사는 아니라며 옳은 행동에는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도 했다. 

 

문 대통령의 역할을 송 의원이 대신했다며 재미동포들이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송 의원의 미국 발언을 놓고 국힘당과 야당 대선 후보들이 연일 성토하고 있다. 국힘당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미군철수까지 주장하는 판에 ‘종전선언’이 웬말이냐며  격하게 분노하고 있다. 이준석 국힘당 대표는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폐기돼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다. 그는 통일부 폐지론자다. 유승민 후보는 안보와 북한의 인권엔 안중에도 없다며 문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고 대들었다. 윤석열 후보는 한반도 비핵이 아닌 북한의 비핵화를 주장했고 중국봉쇄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5월 내놓은 실질적이고, 융통성 있는 새 대북정책이라고 자랑하더니 한 치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공은 지금 평양에 가 있다’라고 한다. 근데 그놈의 공이 탈북자가 날린 풍선에 매달려 날다가 38선 철조망에 걸려 터진 게 아닌가 싶다. 유엔총회에서 할 말도 못 하고 민족의 이익을 챙기지도 못한 문 대통령은 겨우 체면을 살렸다. 방탄소년단 인기에 무임승차한 덕분이다. 거두절미하고 우리가 살길은 자주의 횃불을 앞세우고 자주와 주권을 쟁취하는 길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자주 속에 안보가 있고 평화와 번영이 있어서다. 이것이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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