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국가보안법 체제, 이제는 끝장내자”..전국대행진 제주에서 출발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10/05 [13:50]

“73년 국가보안법 체제, 이제는 끝장내자”..전국대행진 제주에서 출발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1/10/05 [13:50]

▲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이 5일 제주4.3평화공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을 시작했다. [사진제공-국민행동]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평화와 국가보안법은 함께 공존할 수 없다. 즉각 폐지해야 한다.”

 

이는 문정현 신부가 5일 11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탑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이날부터 15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이하 대행진)’을 시작했다. 대행진의 첫걸음을 제주도에서 뗀 것이다. 

 

문 신부는 기자회견 여는 말에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서 국가보안법 철폐될 때까지 수염을 깎지 말자고 했다. 그 이후로 계속 기르고 있다”라면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 기자회견 여는말을 하는 문정현 신부. [사진제공-국민행동]  

 

김재하 대행진 총괄단장은 “아름다운 섬이라고 하나 제주는 아픔을 가진 섬이다. 4.3항쟁의 고장 제주에서 출발하게 되어 뜻깊다”라면서 “이 악법의 폐지는 형식적으로는 국회의 소관이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자주평화평등을 원하는 시민의 힘에 달려 있다. 그 힘을 모아내는 행진을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임기환 제주민중연대 상임대표는 “4.3민중항쟁의 맨 앞자리에 있던 사람은 위패가 삭제되거나 내려져 있다. 왜곡된 이념으로 진실을 부정하고 외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한 4.3항쟁의 진상규명도 어렵다”라면서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투쟁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을 가로막는 국가보안법은 즉각 폐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영선 민변 국가보안법폐지 TF단장(대행진 공동단장)은 “사상, 양심, 학문, 예술의 자유를 가로막고 사전검열로 옭아매 온 이 악법을 이번 대장정으로 역사의 폐기물 저장소로 보내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김경민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대행진 공동단장)은 “냉전체제의 모든 질곡을 다 모아서 대한민국이 탄생했고, 그 상징인 국가보안법이 민중의 진출을 가로막고 학살해왔다.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대행진 참가자들이 제주4.3평화공원 위령탑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행동]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수많은 민주주의의 전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73년 동안 전혀 바뀌지 않은 것이 바로 ‘국가보안법 체제’라는 야만의 세월이었다. 이제 ‘국가보안법 없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서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심만 하면 되는 일”이라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이날 제주에서 시작한 대행진은 전국 각지를 거쳐 오는 15일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전체 일정 참가자는 김재하 총괄단장, 박미자 공동단장을 비롯하여 서효정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준) 사무국장, 김태임 615시민합창단 운영위원장, 장현술 민주노총 대협실장 등 10여 명이다. 

 

그리고 각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역 대행진에 결합할 예정이다. 

 

국민행동 홈페이지에서 대행진의 구체적 일정과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http://www.nonsl.org/)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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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 출발 기자회견문]

 

73년 '야만의 세월'을 넘어 '국가보안법 없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자!

 

오늘 우리는, 반민주·반인권·반통일 악법 국가보안법을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폐지하겠다는 굳은 결심과 의지를 모아 이 곳에 모였다.

 

1945년 해방 이래 우리 민중은, 켜켜이 쌓인 무수한 난관과 어려움을 헤쳐 오며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자주, 통일을 위해 전진해왔다. 폭압적인 군사독재정권을 기어이 종식시켰으며, 강대국들의 치열한 개입과 간섭 속에서도 한 발 한 발 남북관계를 전진시켜왔다. 또한 지난 '박근혜 퇴진 촛불항쟁'을 통해 부정한 권력을 심판하는 민중의 힘을 보여주었다. 1950년대의 대한민국과 2021년 지금의 대한민국을 '똑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연코 없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꺼풀 그 껍질을 벗겨냈을 때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것은 '지난 73년 동안 본질적으로는 전혀 바뀌지 않은, 거대한 야만의 시대'라는 장벽이다. 바로 '국가보안법 체제'다.

 

1948년 12월 1일 이승만 독재정권의 시작과 함께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잔인무도한 '국가보안법 시대'였다. 자주와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무수한 이들을 '빨갱이'로 몰아 죽음으로 내몰았던 '반민주 악법', 평화와 통일을 염원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짓밟았던 '반통일 악법',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 등을 무참하게 유린했던 '반인권 악법'인 이 국가보안법에 대하여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자유권규약위원회, 국제앰네스티 등 국제사회에서도 끊임없이 지속적으로 폐지를 권고해왔던 이유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시급한 시대적 과제다.

 

그럼에도, 스스로 촛불항쟁 정신을 계승한다는 이 문재인 정권의 막바지에 이르도록 여전히 책임과 역할을 방기하는 현 정권에 대하여 우리는 치솟는 분노를 감출 길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결단하면 되는 일이다. 우리는 '국가보안법 제정 73주년'이라는 그야말로 치욕스러운 역사만큼은 절대로 남기지 않도록 오는 12월 1일 이전에 반드시 시대착오적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이 곳은 4‧3항쟁을 기억하는 자리이다. 4‧3항쟁은 통일조국을 열망하던 민중들의 정당한 투쟁이었다. 그 투쟁을 빨갱이 폭동으로 덧칠하고 긴 세월 연좌제로 옭아맨 것 역시 국가보안법과 다를 바 없는 반인권적, 반통일적 국가폭력이었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전국대행진을 이 곳 4‧3평화공원에서 시작하는 이유다.

 

오늘부터 시작해 오는 10월 15일 서울 국회의사당에 당도할 때까지 전국 곳곳을 내딛게 될 우리의 발걸음이 '국가보안법 없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내는 마중물이 되리라 굳게 믿는다.

 

- 국가보안법을 즉각 폐지하라!

 

- 모든 양심수를 즉각 석방하라!

 

2021년 10월 5일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 대행진단 / 제주민중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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