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에 최근 친서가 오갔다는 게 밝혀졌다. 문 대통령이 임기종료를 불과 3주일 앞두고 먼저 친서를 보냈고 곧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답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수뇌들이 두 손을 맞잡고 한반도 평화 협력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고 회고하면서 퇴임 후에도 통일의 밑거름이 되도록 마음을 함께 할 의지를 피력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민족의 앞날에 희망을 안겨준 데 대해 회억하면서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 온 문 대통령의 노고와 고뇌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친서 교환에 미국의 대화 의지도 함께 전달됐던 것으로도 알려졌지만, 북측의 반응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남북 친서 교환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했다. 전반적으로 서울의 보수우익 세력은 친서를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유독 태영호 탈북 국회의원은 입에 거품을 물고 악담을 해댔다. 특히, 그는 정세가 악화되면 책임을 차기 윤석열 정권에 떠넘기려는 간교한 술책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아무리 생각과 당이 달라도 어찌 이임하는 대통령을 저렇게 사정없이 물고 뜯을 수 있을까…
명색이 금배지를 가슴에 단 국회의원이라면 최소한 예의와 절도는 지키는 게 상식이다. 미 국무부조차도 친서 교환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는데 태영호는 칭찬은 못 할망정 되레 비웃고 조롱하고 있다. 남북 합의 선언이 ‘쇼’라면, 그럼 ‘선전포고’라도 해야 직성이 풀린다는 말인가. 태영호 자신도 북녘땅이 고향 아닌가. 국가기관의 기획납치로 억울하게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는 북해외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더 큰 동정과 배려가 있어야 마땅하지 않겠나. 하지만 그는 눈만 벌어지면 떠나온 북한을 물어뜯고 전쟁을 벌이지 못해 환장하고 있다. 깡패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을 뽑은 강남 유권자들이 너무 원망스럽다.
문 대통령의 퇴임을 앞두고 주고받은 친서는 동방예의지국 면모를 세상에 과시한 모범적 본보기라 해야 맞다. 정상 간 그냥 편지가 오갔다고 치부할 게 아니다. 어려운 내외환경 속에서 이뤄진 친서 교환이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친서 교환은 우선 남북이 의기투합하면 무한한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다음으로 현 남북 수뇌가 예상되는 윤 정권의 대북적대정책에 경고성 주의를 주는 동시에 전임자들이 굳게 약속한 남북 합의와 선언들을 고수 이행할 것을 촉구한 것이라고 봐야 맞다.
남북 정상은 그간 윤 당선자의 도발적 대북 적대 발언과 행동에 대해 매우 우려하면서도 민족의 찬란한 앞날을 내다보고 인내심을 최대한 발휘해 대응을 자제해왔던 걸로 파악된다. 곧 들어설 윤석열 정권은 지금까지 해오던 대북 적대 발언과 행동을 과감히 중단하고 전임자들의 한반도 평화 번영을 위한 합의와 선언을 계승하겠다고 해야 한다. 지금의 현실은 사소한 실수도 화약 냄새를 풍기는 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잠시도 잊어선 안 되는 절박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번 남북 수뇌 친서 교환은 남북 간 신뢰와 희망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건설적 제안을 하면 바로 대화를 통해 성과를 내올 수 있다는 일종의 지침서라고 풀이해도 과도하지 않을 것 같다. 이번 친서에 관한 한 어떤 폄훼나 비판도 합리화될 수 없다. 그것은 비생산적 말장난이라고 잘라 말할 수 있다. 남북 두 정상이 오로지 민족 최대 숙원인 민족 통일을 염원하는 일념에서 차기 윤 정권에게 편안한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도록 비단길을 깔아놓은 것이라 해도 지나치질 않을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서 빠진 절박한 사연 하나가 있다. 그것은 ‘옥에 티’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지금 남녘땅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북녘 시민들이 본의 아니게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이들은 북녘 지척에 고향과 혈육을 두고도 오갈 수 없는 가장 억울하고 불쌍한 북녘 시민들이다. 몇 사람밖에 남지 않은 북송을 바라는 2차 비전향 장기수들, 10여 년 전 탈북 브로커에 속아 입국한 김련희 여성, 그리고 2016년 박근혜가 총선용으로 중국에서 납치한 북해외식당 종업원 12명이다. 바로 이들이 부모 처자와 강제로 생 이별된 이산가족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형기를 마친 비전향 장기수 리인모 종군기자를, 김대중 대통령은 2000년 1차로 신념의 화신이라 불리는 장기수 63명을 북송했다. 전임자들의 고귀한 인도적 조치의 전례를 굳이 따르지 않더라도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들의 북송은 매우 바람직하다. 너무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번 친서를 통해 문 대통령이 이들의 북송을 약속했다면 문자 그대로 ‘경천동지’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말이다.
김련희 여성과 12명 종업원의 억울한 사연은 국내외 매체들과 국제인권변호사 단체들이 남북을 오가며 조사를 끝내고 유엔에 보고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용단을 내릴 시간이 충분히 있다. 고향의 부모 형제 처자식을 그리며 피눈물을 쏟고 있는 북녘 시민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이들을 끝내 외면한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실패한 대통령이라 불릴 수도 있다.
주야로 원통해 가슴을 치고 울부짖는 불쌍한 북녘 시민들을 북녘 고향 땅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간곡하게 호소하는 바이다. 이것이야말로 인권을 준수하는 것이고 민족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의 징표가 아니겠나. 공권력에 의한 강제 이산가족들에 대해 미안한 마음으로 북송을 서둘러야 한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역사의 죄인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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