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한 가장 좋은 교재는 북한 헌법이다. 헌법을 분석하다보면 북한 사회의 기본 이념과 국가 정체성, 사회 구조와 작동 원리, 국가 정책과 노선을 잘 알 수 있다. 이에 nk투데이 편집부는 북한 헌법을 하나하나 파헤쳐보는 연재를 기획하였다. 분석할 북한 헌법은 현재 한국에서 입수할 수 있는 가장 최신판인 2019년 8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2차 회의에서 수정보충한 헌법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표기법은 한국의 맞춤법을 따르되 불가피한 경우 북한 표기를 그대로 두었다. 북한 헌법은 통일부, 법무부, 법제처가 공동 운영하는 통일법제 데이터베이스(https://unilaw.go.kr)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3)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국가건설 ‘업적’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사상과 위업을 받들어 우리 공화국을 김일성 동지의 국가로 강화 발전시키시고 민족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우신 절세의 애국자, 사회주의 조선의 수호자이시다. [서문6]
헌법 서문 6~8번째 문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다루고 있다.
[서문6]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크게 두 가지로 소개하였다.
하나는 김일성 주석의 “사상과 위업”을 계승하여 북한을 “김일성 동지의 국가”로 강화,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민족의 존엄과 국력을 최상의 경지”에 올려세웠다는 것이다.
북한의 후계자론에 따르면 후계자는 “수령의 대를 이어 그의 혁명 위업을 계승·완성하는 데서 최고의 책임을 지며 최대의 지휘권을 가지는 영도자”를 의미한다. (이교덕, 『북한의 후계자론』, 통일연구원, 2004.)
따라서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을 꼽을 때는 ‘후계자’로서 수령의 혁명 위업을 얼마나 잘 계승·완성하였느냐, 그리고 ‘수령’으로서 북한을 얼마나 잘 발전시켰느냐, 이렇게 2가지로 꼽는 것이다.
[서문6] 다음에 나오는 두 문장은 각각에 대한 구체적인 서술이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께서 창시하신 영생불멸의 주체사상을 전면적으로 심화 발전시키시고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의 기치 높이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분야에서 기적과 변혁의 새 역사를 창조하시었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수령 영생 위업을 개척하시고 주체의 혁명전통을 순결하게 계승 발전시키시어 조선혁명의 명맥을 굳건히 이어놓으시었다. [서문7]
여기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을 계승한 점을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는 김일성 주석이 창시한 주체사상을 “전면적으로 심화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북한은 1930년 6월 30일 중국 지린성 창춘의 카륜에서 열린 ‘공청 및 반제청년동맹 지도간부회의’(카륜회의)에서 김일성 주석이 「조선혁명의 진로」를 발표한 것을 주체사상의 창시로 본다.
정대일 그리스도교-주체사상 대화연구소 연구실장은 「조선혁명의 진로」에 주체사상의 원리, ‘주체의 혁명이론’, ‘주체의 영도방법’이 모두 들어있어 사상, 이론, 방법을 모두 갖춘 ‘전일적인 체계’로 창시되었다고 설명한다. (정대일, 「주체사상은 어떤 혁명을 이야기했나」, 에큐메니안, 2020.1.23.)
이렇게 창시된 주체사상은 6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의해 체계적으로 정립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66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서 활동하면서 김일성 주석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는 사업을 당 사업의 근본 문제로 제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몇 명의 사회과학자들을 모아 선행 노동계급의 혁명사상 100년사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 집단을 구성한다. (이찬행, 『김정일』, 백산서당, 2001.)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선행고전 가운데 30여 건을 선정하여 원문을 읽고 ‘주체적 입장’에서 ‘실천적 문제’와 결부하여 연구·토론하였다고 한다.
여기에는 『자본론』(마르크스, 1867·1885·1894), 『공산당선언』(마르크스·엥겔스, 1848), 『자연변증법』(엥겔스, 1883), 『반뒤링론』(엥겔스, 1878), 『유물론과 경험비판론』(레닌, 1909), 『국가와 혁명』(레닌, 1917), 『철학노트』(레닌, 1914) 등이 들어있었다.
선행 혁명사상사 분석은 1966년부터 1969년까지 4년에 걸쳐 진행되었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연구를 마치며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성과는 인정하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에 와서 나서는 문제에는 해답을 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참작할 것은 참작하되 만능의 처방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또한 주체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창조적 적용이라고도 하지만 그보다는 완전히 새롭고 독창적인 사상임을 강조하였다고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주체사상을 심화, 발전시켜 정식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974년 2월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동당 제3차 사상일꾼대회에서 한 결론 「온 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 사상사업의 당면한 몇 가지 과업에 대하여」에서 김일성 주석의 사상을 김일성주의로 정식화하였고 ‘온 사회의 김일성주의화’를 노동당의 최고 강령으로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일성주의는 한마디로 말하여 주체의 사상, 이론 및 방법의 체계입니다. 다시 말하여 주체사상과 그에 의하여 밝혀진 혁명과 건설에 관한 이론과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입니다”라고 정의하였다.
1982년 3월 31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전국주체사상토론회에 보낸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는 장편의 논문으로 주체사상의 체계와 내용, 원리와 방법을 전면적으로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북한은 「주체사상에 대하여」를 토대로 1985년 노동당 창당 40주년을 기념해 『주체사상 총서』(사회과학출판사) 10권을 출판하였다. (이상 김민준,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한의 지도사상을 정립하다」, 자주시보, 2022.4.11.)
김일성종합대학 철학부 부교수 리금옥은 2018년 4월 20일 자신의 글에서 주체사상 정립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업적’ 중 ‘가장 빛나는 업적’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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