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구 안 보이는 미국의 총기 사건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5/23 [10:25]

탈출구 안 보이는 미국의 총기 사건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2/05/23 [10:25]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뉴욕주 흑인 거주지역의 한 슈퍼마켓에서 10대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기 난사로 10명이 숨지고 3명이 총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리고 하루 뒤인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실버타운인 라구나우즈 교회에서 오전 예배 후 신도 30∼40명이 점심 모임을 하고 있을 때 60대 아시아계 남성이 총기를 발사해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은 일상다반사처럼 벌어지고 있다. 

 

2020~2021년 급격히 늘어난 총기 사건

 

미국 주류·담배·화기·폭발물단속국(ATF)이 지난 17일 발간한 ‘전국 총기 거래 및 밀매 평가발표’에 따르면 미국에서 허가받고 생산한 총기는 2020년 1,130만 정으로 20년 전인 2000년 390만 정에서 약 3배가량 증가했다. 이 기간 미국의 인구 증가율은 18%인데, 생산된 총기는 약 300%로 증가한 것이다.

 

총기 제조업체는 2000년에는 2,222곳이었으나 2020년에는 1만 6,936곳으로 늘어났다. 약 8배가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2020년 639만 8,149정의 총을 수입했다고 한다. 

 

그리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안에서 이른바 ‘유령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유령총’은 집에서 조립용 세트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만든 사제총이다. 온라인에서 총기 부품이나 제작 정보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사제총 제작 사례도 늘고 있다. 사제총은 구매자를 역추적할 일련번호가 없고, 신원 확인을 거치지 않고도 살 수 있어 ‘유령총’이라 불리며 범죄에 악용된다. 

 

미 사법당국은 2021년 범죄 현장에서 사제총으로 의심되는 총기 1만 9천 344정을 회수했는데 이는 2016년 1천 758정에 비해 10배 늘어난 수치다.

 

총기 판매량이 늘어난 만큼 총기로 인한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2020년 미국의 총기 판매는 2,235정으로 2019년 1,278정보다 68% 급증했다. 

 

총기 판매량이 늘어나자 총기에 의한 사망사건이 급증했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가 지난 5월 1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미국에서 총기 관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살인과 자살을 합해 4만 3,595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15% 늘어난 수치이다. 이중 자살 사건이 2만 4,245건으로 절반 이상으로 나타났다. 

 

2020년 총기를 이용한 살인사건은 1만 9,350건으로 2019년 수치보다 34.6%로 뛰었다. 이 수치는 1994년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 폭이라고 CDC는 밝혔다.

 

총기 관련 사건이 증가하면서 2020년 미국에서의 20세 미만 사망 원인 가운데 총기가 차량 충돌, 약물남용, 질병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미국 NBC방송은 지난 4월 22일 2020년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19세 미만 사망자는 4천 3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2019년에 비해 29% 증가한 것이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살인에 의한 것으로 2019년보다 33% 증가한 것이다. 

 

총기로 인한 사건이 증가하면서 미국의 살인사건 비율 자체도 2020년 급격하게 높아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2021년 9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살인사건이 2019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FBI가 살인사건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60년대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에서 총기 구매량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총기 구매량이 줄지 않으니 총기로 인한 사고도 끊임없이 발생한다. 

 

미국의 총기 판매를 추적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더 트레이스’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월에만 250만 정이 판매되었는데 이는 미국에서 월별 총기 판매량 가운데 역대 3위였다. 2021년 1분기의 경우 총기 판매는 534만 3,425정으로 2020년 1분기 대비 17.7% 증가했다. 

 

그리고 2021년 2분기에도 약 502만 2,097정의 총기가 팔렸다.

 

미국 비영리단체 ‘총기 폭력 아카이브(GVA)’가 2021년 6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21년 5월까지 미국에서 8천100명이 총에 맞아 숨져 하루 평균 54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이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1~5월의 하루 평균 총격 사건 희생자보다 14명이 많은 숫자다. 

 

GVA의 설립자 마크 브라이언트는 당시에 “2021년은 총격 사건에서 기록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브라이언트의 우려대로 지난해 9월 15일까지 총기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이 2020년보다 늘었다. 

 

미국의 CNN방송은 2021년 9월 21일 2021년 1월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총기 사건으로 사망한 사람이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9%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가 늘어난 데에는 총기 난사 사건의 증가가 원인으로 보인다. 총기 난사 사건은 가해자를 빼고 4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 총기 사건을 말한다.

 

GVA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510건이다. 하루 평균 1.92건으로 이는 2020년의 1.67건, 2019년의 1.14건보다 급증한 수치다. 

 

이에 대해 GVA는 “2020년 이전에는 한 달에 60건 이상의 총기 난사 사건을 기록한 적이 없었다. 올해(2021년) 5~9월 기간 사건은 그 전보다 4배나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당시 미 언론은 “미 전역에서 총기 폭력이 급증하고 있고, 올해는 미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해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시사한다”라고 보도했다. 

 

2022년도 총기 난사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GVA 자료에 의하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은 모두 202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205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2021년과 비슷하다. 

 

탈출구 안 보이는 미국의 총기 사건

 

미국에서 총기 사건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미국이 사회정치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CDC 지난 5월 10일 “코로나19 대유행이 사회경제적 스트레스 요인을 가중했으며 이러한 현상이 살인과 극단적 선택의 증가로 이어졌다”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미국의 민낯을 보여줬다. 

 

공공 의료 기능이 없는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도 엄청난 액수의 돈이 들어 많은 이들이 병원 치료를 포기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대확산하는 결과를 낳았다.

 

코로나19로 미국 국민이 일자리를 잃으며 급격하게 소득이 줄어들었는데도 상위 1%의 자산은 대폭 증가하면서 사회적 불평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됐다. 

 

여기에 극심한 정치적 불안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낙선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에게 폭동을 선동하는 발언을 했다. 결과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인 미 의사당 난입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의 ‘정치적 불안정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인 바버라 F. 월터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 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는 2021년 12월 미국이 내전에 가까운 상황이라고 미국 사회를 진단했다. 

 

사회가 불안해지니까 총기를 사지 않던 사람들도 총기를 구매하기 시작했으며, 총기 구매의 증가는 총기 사건으로 이어지고 총기 사건의 증가는 사회를 더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사회정치적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미국의 올해 경제 전망이 어두운 가운데 사회양극화 현상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혼란도 점차 가속화될 것이다. 

 

올해 11월 미국은 상·하원 의원, 주지사를 뽑는 중간 선거를 치른다. 중간 선거는 보통 현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평가가 치솟는 물가 여파로 좋지 않아 민주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지난 15일 공개된 미 NBC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39%로 나타나 동일 조사에서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주당이 패배하게 되면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공화당이 2024년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맹공을 펼친다는 것이다. 특히 공화당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 출마할 의사가 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출마하면 미국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남북전쟁 전문가인 티머시 스나이더 예일대 역사학 교수는 지난 1월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에 다시 출마하면 미국은 생존이 위협받게 될 것이며, 2024년 대선을 계기로 미국이 내전에 돌입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여기에 대외적으로 미국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미국에서 총기 사건은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사회정치적인 이유 말고 더 짚어 볼 점은 미국 국민의 인식이다. 

 

대부분 총기 사건을 저지른 범인은 인종주의자이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향해 총을 쏘고 있다. 

 

그리고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 나쁘다고 다른 사람을 향해 총을 쏘는 사람도 있다. 

 

이는 인디언을 학살하면서 피의 땅에 미국을 세운 것처럼 미국 국민은 자기의 생각, 이익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죽여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미국 국민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미국에서 서로를 향한 총기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할 것이다. 

 

미국이 과연 이런 문제를 해결해 총기 사건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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