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24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 중인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면 두 달 안에 평화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냉전 시기인 리처드 닉슨, 제럴드 포드 행정부 당시 국무장관을 지내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과거 미국의 대외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얻으려 하지 말고 조속히 협상에 나서야 한다”라며 “쉽게 극복하지 못할 격변이나 (군사적) 긴장이 일어나기 전에, 앞으로 두 달 안에는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전쟁 이전 상태의 국경선으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만약 우크라이나가 그 이상으로 전쟁을 추구하면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관련이 없는 러시아 존재 자체를 결정하는 새로운 전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와 합병한 크림반도를 러시아의 영토로 인정하고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간스크 인민공화국의 독립을 인정하는 것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포럼에서는 유럽에서 러시아가 얼마나 중요한 국가인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서방측에 평화협상과 휴전 지지를 촉구한 키신저 전 장관의 말에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격파하려는 서방의 시도는 유럽의 장기적 안정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서방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러시아가 지난 400년 동안 유럽 권력 구조의 균형을 잡아준 보증인이자 중요한 나라였다며 “서방이 순간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런 러시아의 지위와 역할을 잊어버리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키신저 전 장관은 “우크라이나의 역할은 유럽의 국경이 아닌 중립적인 완충국가가 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이 이미 보여준 영웅적 행동을 지혜와 결합하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월 28일 1차 평화협상을 시작으로 5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했다. 이후 3월 29일 터키의 중재로 이스탄불에서 열린 5차 협상에서 양국 간 쟁점이 좁혀지는 듯했지만 사실상 평화협상은 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추진 포기, 중립국 및 비핵화 지위 추진, 크림반도와 러시아 합병 인정, 친러시아 세력이 우크라이나 동부에 세운 공화국 분리독립 인정 등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는 제3국이 관여하는 안전 보장이 성사되면 ‘중립국’과 ‘비핵화’ 지위에 동의하겠다고 제안하면서도 부차 사건(이른바 ‘부차 학살’)을 이유로 협상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부차 사건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자작극으로 드러나면서 우크라이나가 협상을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부차 사건이 자작극인 이유에 대해선 이전 글로 갈무리한다. (http://jajusibo.com/59467)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복해 포로로 잡힌 우크라이나군 병사를 죽이지 않는 한 대화를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3일 기자회견에서 “아조우스탈의 투항병과 러시아군 포로의 교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상을 동결하고 모든 것을 중지하는 것은 우리의 목표가 아니다”라며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제안에 건설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최소한 어떤 반응을 보인다면 우리는 협상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앞서 19일 아조우스탈에서 투항한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는 마치 전쟁에서 이긴 뒤 포로 대우에 신경을 쓰는 승전국의 태도처럼 비춰진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전쟁의 분위기가 이미 러시아의 승리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를 볼 때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평화협상을 해야 한다’는 키신저 전 장관의 주장은 우크라이나와 서방이 러시아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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