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통틀어 북한을 가장 잘 모르는 나라, 바로 한국이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온라인 공간을 통해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북한만큼은 예외이다. 북한의 신문, 책, 방송, 영화, 음악 등에 자유로이 접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다. 전 세계의 사람들, 누구나 갈 수 있는 북한 여행 역시 갈 수 없다. 이처럼 분단은 같은 민족에 대해 아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가 접하는 북한에 대한 정보들은 국정원 등의 정보기관을 통해 제공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허락하고 선별한 정보의 파편만을 접할 수 있으며, 그 진위를 검증할 방법도 없다.
북한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표현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모든 나라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정치사회제도나 지도자의 긍정성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반대로 북한의 정치사회제도나 지도자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그 장점이나 긍정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가? 잡혀가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처럼 분단은 오로지 적대의 가치, 혐오의 표현만을 용인하고 장려한다.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상대인 북한을 향해 온갖 악다구니를 퍼붓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국가보안법상 ‘고무·찬양’의 범법행위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렇게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논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드는 것이 분단이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분단이 강요하는 시선을 넘어서도록 우리의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에도 읽을 수 있는 얇은 책 한 권. 그러나 이 책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고민과 질문은 전혀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책이 북한의 지도자와 관련한 일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 분야의 책 중에 통일의 방법론이나 남북 교류의 경험을 담은 내용은 많다. 그중 몇몇 책들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지도자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책은 드물며, 그 내용이 부정적이지 않을 가능성은 더욱 낮다. 오늘날 북한에 대한 악선전 중 가장 주요한 것이 지도자를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사, 인터넷 뉴스, 유튜브 등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넘쳐난다. 대개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내용이다. 그러니 이 책의 존재감이 유달리 클 수밖에 없다. 북한의 지도자를 악마화하지 않고 책의 주제에 알맞은 내용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에 오염되지 않은 책, 분단의 잣대를 강요하지 않는 책이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을 읽는 누군가는 생소한, 더 솔직히는 불편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생소함과 불편함의 원인을 좇다 보면, 그 너머의 새로운 것들이 보인다.
책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구들’이라는 제목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세 명의 친구들 사이의 일화와 우정이 소개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스위스 동창생 주앙 미카엘로, 코트 위의 악동으로 유명한 미국의 농구선수 로드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알려진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그 우정의 주인공이다.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 셋이 북한의 정치 지도자와 각별한 인연을 가진 것도 신기하게 느껴지지만, 더욱 신기한 것은 이들이 모두 하나같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인간적 우정과 의리, 굳건한 신뢰를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북한에 대해 특별히 우호적인 사람이었던 걸까? 아니다. 그들 역시 북한에 대해 처음부터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들에게 어떤 파장을 주었던 것 같다. 그것이 기존의 관점을 완전히 뒤바꾸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놀라움의 끝은 여기가 아니다. 한국처럼 국가보안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사회적 ‘논란’으로 취급되었으며 그들을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는 않았다. 책은 미국의 농구선수 로드먼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이런 고충을 토로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처럼 북한을 향한 세상의 부정적인 시선과 냉소가 자신에게 옮겨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느낀 바를 고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강한 의문이 샘솟는다. 과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무엇이었을까? 사상, 체제, 문화, 인종 등 무수한 차이, 아니 어쩌면 그보다 지독한 편견을 넘어서게 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궁금증이 인다. 한편으론 그들이 부럽기도 하다. 적대와 편견을 넘어 자신이 본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을 얼마나 자유롭게 하는지, 그의 세계를 얼마나 넓힐 수 있는지 느낀다. 반대로 이것이 억압당할 때, 인간의 사고는 얼마나 비틀리고 왜곡되는지도.
이 책을 덮는 순간, 스치는 질문. ‘같은 민족인 우리는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이며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한계, 억눌러진 표현의 자유, 적대라는 ‘정답’ 외에는 제한되고 금지된 상상력. 그 모든 것이 ‘자발적’으로 내면화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교묘한 구조. 이 구조에 갇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음이 무거워지고 고민이 깊어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모든 억압과 금기는 깨지기 마련이고 한 번 깨진 것은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깨질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이 얇은 책이 분단의 벽에 어떤 균열을 낼지 기대된다. (* 이 짧은 글 한 편도 부지런히 자기 검열하며 쓰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라는 것이 서글프다.)
덧)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친구들』은 문경환, 박명훈, 이형구의 공저로 도서출판 615가 출판했다. (책 구매하러 가기->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7675082)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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