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계에선 초파리를 이용한 흥미진진한 실험이 자주 진행됩니다.
초파리의 생이 열흘 전후로 짧고 한 번 번식에 500개의 알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더해 염색체수도 적어 생리적 유전적으로 여러 경우의 수를 확인하기도 용이할뿐더러 사육도 매우 간편하고 인간과 약 70% 이상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초파리를 이용해 단식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예도 있는데, 이것을 이해하기 위한 이론 중 하나가 바로 ‘오토파지’ 이론입니다.
2016년 노벨 생리학상을 ‘오토파지’ 이론의 전문가인 일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단독으로 수상하게 되면서 오토파지 붐이 일다시피 했는데 건강 서적뿐 아니라 다양한 건강 관련 상품에도 ‘오토파지’라는 말이 붙는 것을 오늘날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에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구성요소나 세포 소기관을 분해해, 다시 에너지원으로 재생산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그리스어로 ‘자기’를 뜻하는 auto와 ‘포식’을 뜻하는 phagein을 합친 말로 직역하면 ‘자기가 자기를 먹는다’라는 뜻입니다. 좀 섬뜩한 느낌일 수 있는데 ‘세포의 자기 정화 활동’ 정도로 이해하면 낯설지 않을 것입니다. 이를 학자들은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특히 외부에서 제공되는 영양분이 끊겼을 때 이런 세포 내 자가포식이 더 활발해져 해독과 재생, 치유에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습니다.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자가포식 현상을 진핵생물 중 단순한 효모를 통해 관찰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최근 미국의 연구진은 초파리를 대상으로 단식과 오토파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해 일정 성과를 확인하고 학술지에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초파리에게 ‘간헐적 단식’을 하게 한 결과 최대 18% 수명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습니다. 연구진은 초파리를 1. 24시간 제한 없이 섭식, 2. 낮 12시간 동안 섭식 후 밤 12시간 금식, 3. 24시간 금식 후 24시간 섭식, 4. 밤을 포함해 20시간 금식 후 28시간 섭식 등 네 개의 모둠으로 나누어 관찰했는데 그 결과 밤을 포함해 20시간 금식을 한 초파리 그룹에서 암컷은 18%, 수컷은 13% 수명이 연장되는 것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 실험은 간헐적 단식이 자가포식을 촉진하고 이를 통해 세포의 재생을 활발하게 하며 노화를 방지한다는 것과 밤 시간을 전후해서는 최대한 위장을 비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 등, 인간 생활에서도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했습니다. 자율신경계가 훼손되지 않은 건강한 개체의 자가포식 활동은 특히 밤 시간에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 낮에 금식하고 야식을 몰아 먹는 것은 자가포식이나 수명연장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밤을 전후로 단식해야 자가포식이 활성화되고 건강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라는 것은 당시 연구진이 실험을 시작한 지 40일 후 초파리의 근육을 관찰한 결과, 밤을 낀 시간에 간헐적 단식을 진행한 초파리 그룹에서 노화 관련 단백질의 응집이 눈에 띄게 적은 것을 확인해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또 노화의 정도를 가늠할 시금석이라 알려진 장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노화가 진행되면 장 줄기세포가 과도하게 분열하며 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종양을 만듭니다. 연구진은 밤 시간을 포함한 단식을 수행한 초파리의 장 노화가 다른 그룹보다 매우 낮았다고 밝혔습니다.
‘오토파지’나 ‘간헐적 단식의 시간과 기간에 따른 초파리 실험’은 최근 영양과잉의 식생활과 자율신경계를 고려하지 않은 현대인의 생활에 큰 울림을 준 흥미롭고 색다른 연구 결과로 여겨지지만, 사실 그 결론은 많은 지역에서 자연치유의 원칙처럼 전해져 온 내용입니다. 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이상이 있을 때, 얼마간의 단식을 통해 건강한 세포에 긴장감을 주고 세포들이 자체적으로 병 들거나 노화된 세포를 청소하게 하고 면역을 활성화하게 한다는 것도, 밤에는 최대한 몸을 비우고 잠을 자 치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어느 저명한 인사나 권위 있는 상을 빌지 않아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전통’과 ‘과학’을 폄훼하고 외면해 온 것은 건강마저 병원과 제약회사에 외주주고 욕망과 편리에 기대어 살고 싶었던 우리 자신 때문은 아니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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