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대만 방문, 미중 가운데 승자는?

김민준 기자 | 기사입력 2022/08/07 [23:37]

펠로시 대만 방문, 미중 가운데 승자는?

김민준 기자 | 입력 : 2022/08/07 [23:37]

낸시 펠로시 미연방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이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한 찬반양론부터 중국의 행동에 대한 다양한 평가까지 쏟아지고 있으며, 당장 대만에 전쟁이 발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상당하다. 

 

펠로시의 이번 대만 방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펠로시 대만 방문으로 미국이 노린 것

 

먼저 미국이 펠로시 대만 방문에서 무엇을 노렸을지부터 따져보자.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를 악마화하고 전 세계에 반러 동맹을 형성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 한 것처럼, 미국은 지금 중국을 악마화하고 전 세계에 반중 동맹을 형성해 중국을 고립시키고 싶어 한다. 

 

트럼프 정권 시기 미중 경제전쟁에서 미국이 패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반중 동맹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 미국은 오커스(AUKUS),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쿼드(Quad),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칩4(Chip 4) 동맹 등 다양한 반중 동맹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을 고립시켜 세계를 탈중국화, 이른바 ‘디커플링’을 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반중 동맹이 미국의 생각만큼 빠르고 튼튼하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을 반중 동맹에 줄 세울 뭔가 충격적인 계기가 필요하게 되었다. 

 

마치 9.11 테러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세계 각국을 ‘테러와의 전쟁’에 줄 세운 것처럼 말이다. 

 

비록 미국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세계 각국을 반러 동맹에 줄 세우려 한 것도 마찬가지 구상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비록 실패하고 있지만 미국은 펠로시 대만 방문을 통해 또 똑같은 방식의 반중 동맹 줄 세우기를 시도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미국이 이번에 가장 바랐던 것은 중국의 격한 반응이었을 것이며 그 가운데서도 펠로시가 탄 대만행 비행기가 격추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여러 언론이 격추 가능성을 언급하며 마치 중국이 당연히 격추 시도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미 하원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하는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이면 중국을 충분히 악마로 만들 수 있고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를 반중 동맹에 줄 세우는 것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테슬라, 애플, 삼성 같은 기업에 중국 공장을 철수하라고 강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동안에도 여러 기업에 중국 공장 철수를 압박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잘 먹히지 않았는데 이 정도 충격적 사건이 있다면 중국에 공장을 둔 많은 기업이 어쩔 수 없이 철수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은 일본에서 아베가 총에 맞아 죽은 후 군국주의화에 불이 붙은 것처럼, 펠로시의 희생이 반중 동맹 형성에 불을 붙여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다. 

 

만약 중국이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막지 않아도 미국에는 이익이다. 

 

이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사한 면이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는데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군사작전을 하지 않으면 러시아가 미국의 위력에 겁을 먹은 모양새가 되므로 그 역시 미국에 이익이라고 여겼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펠로시 대만 방문에 말로만 상대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중국이 미국에 머리를 숙이고 꼬리를 내렸다고 대대적으로 떠들었을 것이다. 

 

즉, 미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이 어떻게 대응하든 자국에 이익이라고 여겼을 것이다. 

 

펠로시는 대만을 방문해서도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타이베이 쑹산 공항에 내리자마자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라며 중국을 ‘독재’로 지칭하였다. 

 

또 공항 도착과 동시에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는 “시진핑 주석이 집권을 강화하면서 혹독한 인권 탄압과 법치에 대한 무시가 지속되고 있다”라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대만 곳곳을 다니면서 “중국의 무력 과시는 중국 지도자가 내부적으로 직면한 불안정의 결과인지 모르겠다”라며 중국을 자극하기도 했고, 대만에 있는 중국 반체제 인사와 면담하기도 했다. 

 

마치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가만있을래?’라고 도발하는 듯하였다. 

 

중국의 노련한 대응

 

중국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강력히 규탄하면서도 미국과 직접 군사 충돌하지 않도록 자제하였다. 

 

대신 대만을 포위하는 훈련을 하고 경제제재를 가해 대만 독립 세력을 고립·축출하는 전략을 썼다. 

 

지금 중국이 하는 대만에 대한 행동은 그 수준과 형식에서 전례 없는 매우 강력한 것으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물리적으로 실현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먼저 4~7일 나흘 동안 전례 없는 초강경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중국에게 ‘하나의 중국’ 정책은 대만을 ‘주권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한 나라의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행동으로 영토와 국경선을 인정하지 않는 걸 꼽을 수 있다. 

 

일단 중국은 이번에 대만을 포위하는 여섯 군데 훈련예정지역을 선포(이후 1구역 추가)하면서 대만이 해상 국경이라 주장하는 선 안쪽을 포함했다. 

 

즉, 대만 ‘주권’을 무시하고 대만 해상 국경 안에서 훈련한다는 것이다. 

 

또 중국에서 볼 때 대만 건너편 바다를 훈련지역으로 설정하고 미사일을 날렸는데 당연히 이 미사일들은 대만 상공을 통과했다. 

 

일부 미사일은 대만 수도 타이베이 상공을 통과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는 1955년 미군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중간선’이 지금껏 암묵적으로 경계선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훈련에서 중국은 중간선 너머로 전투기와 군함을 투입해 이 경계선도 허물어버렸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6일 중국군이 중간선을 넘어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일단 7일에 이번 훈련이 끝났지만 중국이 앞으로도 이런 훈련을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 독립 세력의 도발과 미국의 개입이 계속되면 군사 훈련을 정례화할 것이라고 미국과 대만을 압박했다.

 

앞서 6월 13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해협 관할권은 중국이 갖고 있다”라며 중간선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하였다. 

 

중국의 이번 훈련 성격이 통일전쟁 연습이었다는 점도 주목된다. 

 

중국 환구시보는 5일 중국 미사일이 “대만의 (미사일 요격용) 패트리엇 미사일이 밀집된 지역을 통과해 미국 이지스함의 눈앞에서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이것은 인민해방군이 이미 먼 지역을 탐지해 정확히 타격하는 문제를 해결했음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미사일 발사 훈련이 대만 유사시 미국 증원 전력의 핵심인 핵항공모함이 접근하는 것을 막는 훈련이었음을 의미한다. 

 

또 환구시보는 “이번에 장사정포로 이른바 ‘중간선’ 동쪽을 타격한 것은 대만 당국을 향해 과거와 달리 언제든 대만 전역의 어떤 표적이든 마음껏 대량 타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하였다. 

 

연합뉴스는 8월 5일 자 보도 「“대만 패트리엇도, 美이지스도 뚫었다”..통일전쟁 리허설한 中」을 통해 ▲미사일과 장사정포, 100대 이상의 군용기와 핵잠수함을 포함한 항공모함 전단이 훈련에 가세한 점 ▲처음으로 대만 전체를 포위하는 형태로 진행한 점 ▲대만과 가장 가까운 동부전구뿐 아니라 다른 전구의 병력도 참가한 점 등을 거론하며 이번 훈련이 통일전쟁 연습의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경제제재도 가했다. 

 

중국은 대만산 감귤류와 일부 생선, 100여 개 식품 공장 제품 수입을 금지했다. 

 

또 중국산 천연 모래 수출을 중단하겠다고도 하였다. 

 

대만은 무역 의존도(GDP 대비 수출입 비율)가 100%를 넘는 국가로 수출 없이는 지탱하기 어려운 나라다. 

 

특히 전체 수출의 45% 정도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이 경제제재를 강화하면 대만 경제에 치명타가 올 수도 있다. 

 

이런 중국의 고강도 행동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언론은 “대만을 때리고 싶은데 미국이 뺨을 때려줬다”라며 안 그래도 중국이 대만에 대해 초강경 행동을 하고 싶었지만 마땅한 명분이 없던 찰나에 미국이 명분을 제공해주었다고 해설한다. (「‘때리고 싶은데 뺨 맞은 격?’…중국, 대만 겨냥 군사훈련 더 확대한다」, 한겨레, 2022.8.7.)

 

만약 펠로시의 대만 방문이라는 커다란 계기가 없었다면 많은 나라들이 중국의 행동을 강력히 규탄하며 미국 주도의 반중 동맹에 동참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많은 나라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부 친미 국가들은 중국을 규탄하였지만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가까운 북한, 러시아는 중국의 입장을 지지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일 “미국의 파렴치한 내정간섭 행위와 의도적인 정치·군사적 도발 책동이야말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해치는 화근”이라며 중국을 지지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대변인도 5일 “중국은 자국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상당히 합법적인 조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만 외교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중국 지지를 규탄하며 특히 중국의 미사일 발사가 북한을 본보기로 따른 것이라고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는 160여 개 나라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펠로시를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승자는 중국, 패자는 미국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두고 중국 전역에서 반미 여론이 들끓고 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반대하는 시위가 중국 곳곳에서 일어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중국인의 분노가 쏟아져 나왔다. 

 

▲ 중국인의 펠로시 반대 시위.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5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자기 발등을 찍었다며 “중국 인민이 일치단결해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의지에 박차를 가하도록 촉발했다”라고 주장했다. 

 

중국과 달리 미국 내부는 펠로시 대만 방문에 대한 찬반양론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미국 언론은 100일도 채 남지 않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공화당에 밀리는 상황을 뒤집으려는 펠로시 의장의 도박이라며 펠로시 의장의 개인 욕심에 정세만 악화하였다는 비판을 하였다. 

 

CNN은 3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이 추후 미·중 관계에 미칠 결과를 인내할 만큼 가치 있는 행보였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정치적 욕심 때문에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한 펠로시가 불러온 파문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도 펠로시 방문으로 대만이 겪어야 할 정치·군사·경제 압박이 지나치게 크다고 진단했다. 

 

경향신문은 8월 4일 자 보도에서 “중국으로서는 이번 일을 민족주의 정서와 통일 여론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을 전망이다. 미국 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은 행보라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라고 소개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 낀 대만은 펠로시의 방문으로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대만 언론 연합보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펠로시 방문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응답자가 64%나 차지했다. 

 

펠로시 의장의 동선을 따라 펠로시를 환영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시위대가 맞불 시위를 벌이며 긴장감을 높였다. 

 

펠로시를 반대하는 대만 시위대는 ‘추악한 미국인’, ‘미국은 내정 간섭하지 말라’, ‘펠로시는 떠나라’ 같은 구호를 외쳤으며 차이잉원 총통 퇴진 목소리까지 나왔다. 

 

▲ 대만의 펠로시 반대 시위.     

 

현재 대만은 독립을 주장하는 민주진보당의 차이잉원 총통이 집권해있다. 

 

차이잉원 총통은 2020년 1월 대선에서 57.2%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잇단 실정으로 지난 6월 지지율이 36%로 폭락했다. 

 

올해 6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만인 중 독립을 이뤄야 한다는 응답은 5.2%에 불과했다. 

 

대만인들은 절대다수가 독립보다는 현상 유지를 바라고 있기에 차이잉원의 친미반중 행보가 극단으로 갈수록 여론은 친미반중에서 반미, 중국과의 협력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으며 차이잉원 정권도 위기에 처할 것이다. 

 

종합해보면 결국 이번 사건으로 중국은 얻을 것을 최대한 얻어냈지만 미국은 목표한 성과를 얻지 못했고 사이에 낀 대만은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중국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최대한 활용하여 중국 국민의 단결을 강화하고, 대만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고 독립 움직임에 엄중한 경고를 했으며, 통일전쟁 연습까지 제대로 하였다. 

 

그것도 미국에 빌미를 안 주면서 전격적으로 빈틈을 파고드는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해 국제 반중 여론을 최소화하였다. 

 

반면 미국은 중국 악마화에 실패했고 반중 동맹 강화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거꾸로 중국이 대만을 무력 통일 혹은 정치·경제적 압박으로 통일할 결정적 계기만 준 꼴이 되었다. 

 

대만은 제2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떠올리며 미국을 믿지 못하게 되었으며, 중국과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도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미국이 대만을 제대로 지켜주려면 중국의 나흘에 걸친 포위사격 훈련을 막아줬어야 한다. 

 

미사일 요격도 하고 대만해협에 군함도 들이밀어 중국이 중간선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줬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의 항공모함은 멀찍이 필리핀해에서 관망하기만 했다. 

 

마치 우크라이나를 지켜줄 것처럼 하고도 정작 전쟁이 터지자 무기 지원만 하면서 거리두기를 한 것과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 8월 3일 자 보도 「펠로시의 대만 방문은 아시아 동맹국과의 미국의 노력을 약화할 위험이 있다」(Pelosi’s Taiwan Visit Risks Undermining U.S. Efforts With Asian Allies)에서 하버드대 페어뱅크 중국연구센터의 이성현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한 미국의 대처는 우려스러웠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중국의 힘을 보여주었고 동맹국의 역할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그 지역 국가들은 워싱턴의 망설임을 이미 읽었다. 이는 워싱턴에서 그 지역의 동맹국들과 파트너들에게 매우 형편없는 외교적 신호를 보낸 것이다.”

 

이번 펠로시 대만 방문 사건의 승자와 패자가 누구인지를 잘 드러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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