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김순호, 역사의 심판받을 것”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2/08/12 [14:49]

“‘밀정’ 김순호, 역사의 심판받을 것”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2/08/12 [14:49]

▲ 12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영란 기자

 

“김순호가 10여 년을 함께 했던 오빠는 지금은 고인이 되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왜 고인이 된 오빠 이름을 거론하며 비겁하게 숨는지, 자신의 과오를 합리화하는지 묻고 싶다. 오빠에게 인간적인 마음의 빚이 없는지 묻고 싶다. (중략) 김순호는 오빠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하라.”

 

최동 열사의 동생인 최숙희 씨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말했다.

 

성균관대민주동문회(성대 민동),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강녹진),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추모연대),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서민동),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성균관대 재학생이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최숙희 씨는 김순호를 경찰로 특별채용한 홍승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숙희 씨는 “김순호의 뒤를 봐준 홍승상은 동대문 경찰서에서 근무할 때부터 오빠를 감찰했던 사람이다. 1989년 5월 홍제동 치안본부에 불법 연행된 지 며칠 만에 (오빠를) 면회했다. 거기에 홍승상이 있었다”라면서 “이 놀라운 관계를 무엇으로 설명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 최동 열사의 동생 최숙희 씨.   © 김영란 기자

 

김기홍 성대 민동 회장은 “경찰국 신설은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것이다. 경찰국 신설로 31년 전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 그 경찰국의 중심에 김순호가 있다. 김순호는 89년 인노회 사건 때 프락치 의혹을 받는 사람이다. 이런 사실로 봤을 때 윤석열 정부의 경찰국 신설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김순호의 사퇴와 경찰국 폐지를 주장했다. 

 

조성주 강녹진 사무처장은 “우리는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 학생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불법적으로 군대에 끌려가서 녹화 공작을 받았다. 경찰은 우리를 군에 끌고 갔고 녹화 공작은 국방부 보안사령부에서 했다. 녹화 공작의 마지막 단계는 ‘활용’이다. ‘활용’은 단순하게 표현하면 프락치다. 프락치 투입은 보안사가 독자적으로 했거나 경찰과 같이했다. 학교, 종교 단체, 노동운동 단체, 기타 정당 등에 침투해서 정보를 수집해서 보고해야만 했다. 거부하면 무자비한 고문을 당했다. 우리는 목숨을 걸고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고문과 협박의 고통에 못 이겨 소극적으로라도 협력해야 했다”라면서 “김순호 당신은 어느 쪽인가? 많은 자료가 당신을 적극적 협력자로 지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사무처장은 “프락치는 정보기관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밖에 있는 열 사람보다 안에 있는 한 명의 프락치가 훨씬 더 효과적이다. 우리가 군에서 제대하면 보안대는 군 밖에 있는 보안대에 ‘산 뻐꾸기 내려간다’라는 암호로 우리를 인수인계했다”라면서 “김순호, 당신은 보안대 프락치에서 치안본부 프락치로 갈아타게 된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 김영란 기자

 

장현일 추모연대 의장은 “추모연대는 과거부터 의문사 특히 군 의문사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나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일한 사람이 많다. 그분들을 통해 파악한 바에 의하면 김순호는 학생운동 시절부터 정보를 보고하는 등 프락치 역할을 해왔다고 한다”라면서 “학생운동 시절부터 김순호는 양심을 팔고 그 대가로 자기의 안위를 꾀했다. 그 씨앗이 배태되면서 결국 89년에 또다시 노동운동 동료를 팔았다고 추측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인숙 서민동 회장은 “동료를 밀고한 대가로 승승장구하는 것, 우리는 일제 침략기 경험을 통해 이를 밀정이라고 부른다. 밀정은 잔인했던 일제 순사들보다도 더 인간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말종 취급을 받았다. 배신으로 동지를 팔아넘기고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밀정과 고문 경찰의 망령이 경찰국을 통해 부활하는 현실에 매우 분노한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1학년인 노규원 씨는 “당신은 독립운동가들을 밀고했던 매국노 노덕술과 똑같다.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면서 “성균관대학교 재학생들은 당신 같은 배신자를 우리의 동문으로 두지 않았다. 한 치의 양심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이라도 경찰 견장을 내려놓고 당신이 욕보인 수많은 피해자 앞에 사과하라”라고 일갈했다. 

 

▲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동 열사의 가면을 쓰고 참가한 사람이 많았다.  © 김영란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동 열사의 가면을 쓴 사람이 많았다. 이는 최동 열사가 눈을 부릅뜨고 지금 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기자회견 주최 측은 설명했다. 

 

단체들은 공동성명서에서 “민주화의 흐름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치안본부’를 ‘공정과 상식’이라는 헛소리로 다시금 부활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그(김순호)는 또 얼마나 많은 순교자를 만들어 내려는 것일까? 5천만 국민의 진실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경찰 앞에 그는 또 어떤 밀정 역할을 하려는 것일까”라고 짚었다.

 

단체들은 “이번 경찰국 신설은 과거 망원(프락치, 밀정)을 이용한 공안사건을 만들고 조작했던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자, 반역사적, 반민주적 퇴행”이라며 ‘김순호 경찰국장은 사퇴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할 것, 경찰국 해체할 것, 군사독재 시절 정보기관 등의 망원을 이용한 공작 사건 전모 밝힐 것’ 등의 요구를 했다. 

 

 © 김영란 기자

 

아래는 공동성명서 전문이다. 

 

밀정 김순호 사퇴! 피해자 사죄 촉구!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이름을 어디에 올려야 할지를 결정할 때가 옵니다. 자신의 이름을 역사에 어떻게 올리시겠습니까?” 

 

영화 「밀정」에 나오는 의열단장 정채산의 말입니다. 경제 대국 10위, 군사 대국 6위에 오른 오늘의 대한민국은 자주독립을 염원하던 순교자들, 선진조국을 염원하던 순교자들, 문화강국을 염원하던 순교자들, 함께 살아가는 동료를 밀고하지 않고 그 어떤 폭압과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은 수많은 순교자에게 빚을 지고 있습니다.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쓰러졌다.’라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조작에 앞장선 홍승상이 인천부천노동자회(인노회) 사건으로 공을 세운 김순호를 ‘대공 특채’로 경찰에 입문시켰다고 하는데, 김순호는 ‘소설 같은 얘기’라는 둥 ‘확인이 어렵다’라는 둥 밀정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는 밀고로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최동 열사 일을 ‘수십 년 전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거나 자신도 볼 수 없는 소위 ‘존안 자료’를 어떻게 보았냐며 수사를 의뢰하겠다는 망언도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은 밀고를 했기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입니까? 

 

그런 그가 이제는 군사파쇼의 하수인이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1998년 과거와 단절하여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14만 경찰 앞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민주화의 흐름 속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치안본부’를 ‘공정과 상식’이라는 헛소리로 다시금 부활하고자 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그는 또 얼마나 많은 순교자를 만들어 내려는 것일까요? 5천만 국민의 진실한 친구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경찰 앞에 그는 또 어떤 밀정 역할을 하려는 것일까요? 

 

8월 10일 자로 윤석열 대통령은 윤희근 경찰청장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하며 경찰 장악 의도의 상징인 밀정 김순호도 경찰국장 유임으로 흘러가는 것이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김순호 경찰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 공작 대상자로 분류돼 군에 입대하였고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의 동향을 보고하는 정보원 역할을 했다는 증언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또한 1988년 대학 선배인 최동 열사를 따라 인노회 활동을 시작한 김순호 경찰국장은 조직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하다가 1989년 4월 돌연 자취를 감추었고 곧이어 경찰은 인노회 관련자 18명을 연행하고 15명을 구속하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해 8월 대공 특채로 경찰관이 되었으며 관련하여 포상받게 됩니다.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투신한 민주화운동 동지들을 배신하고 밀고한 자를 경찰국장에 임명한 것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에 김순호 경찰국장의 사퇴와 밀고로 인해 피해를 본 피해자들에게 사죄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나아가 이번 김순호 경찰국장 임명 사태는 단지 김순호의 밀정 행각이나 인노회 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과거 녹화선도공작 등 각종 인권유린을 통한 망원(프락치, 밀정)포섭과 그러한 망원을 통한 침투 공작으로 각종의 공안사건을 만들어 날조하며, 부정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다는 문제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노회, 최동 열사만이 아닌 수많은 조직사건과 이윤성 등 죽음으로 항거한 열사들이 있습니다. 

 

이번 경찰국 신설은 과거 망원을 이용한 공안사건을 만들고 조작했던 치안본부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자, 반역사적, 반민주적 퇴행입니다. 

 

이에 우리는 요구합니다.

 

하나. 역사의 배신자, 경찰 사유화 음모의 밀정, 치안본부가 양성한 경찰국장 임명을 14만 경찰의 이름으로 거부하고 김순호 경찰국장 사퇴하라! 

 

하나. 김순호 경찰국장은 독재에 부역하던 밀정 일을 낱낱이 공개하고 자신의 밀고로 피해를 본 피해자들에게 즉각 사죄하라! 

 

하나. 군사독재 시절 정보기관의 반인륜적 프락치 양성과 활동의 전모를 밝히고 윤석열 정부의 치안본부 부활 음모, 경찰국을 즉각 해체하라!  

 

하나. 망원을 활용한 모든 공작 사건의 전모를 밝히고, 부당한 공권력을 행사한 보안사, 경찰청, 국정원 등 공안기관의 진실 고백과 반성과 사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 공작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 회복과 구제조치를 실시하라! 

 

우리는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이를 관철하기 위해 관련 자료 공개를 위한 투쟁, 김순호 경찰국장 퇴출을 위한 1인 시위, 경찰국 해체와 이상민 장관 해임을 위한 전 국민 서명운동에 나설 것을 결의합니다. 

 

2022년 8월 12일 

성균관대민주동문회,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사건관련자모임, 강제징집녹화선도공작진실규명추진위원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서울지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민주사회를 염원하는 성균관대재학생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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