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중앙일보의 일본 바라기 ‘현대판 내선일체’‘한국군이 자위대에 도발’ 중앙일보가 쓰고 산케이가 받았다‘한국군이 자위대에 도발’ 중앙일보가 쓰고 산케이가 받았다
그런데 만약 윤석열 정권이 말만이 아니라 행동까지 일본이 바라는 대로 앞장선다면 어떨까? 이건 친일 논란을 뛰어넘는 굉장히 심각한 사안이다. 이를 보여주는 수상한 움직임이 있다.
8월 18일 중앙일보는 「文정부 “日초계기에 추적레이더 쏴라”…사실상 교전 지침」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를 냈다. 이 보도에서 중앙일보는 “추적레이더를 켜서 레이더 빔을 항공기에다 비추는 건 공격할 의사가 있다고 알리는 행위”라며 문재인 정권을 비난했다. 또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힘당 의원의 입을 빌려 “일본 해상초계기를 특정해서 별도의 지침으로 현장 지휘관에 군사적 대응까지 위임했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정말 중앙일보나 국힘당 의원의 말마따나 문재인 정권이 잘못한 걸까? 진실을 알자면 당시 상황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 2018년 12월 20일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 P-1이 독도 동북쪽 160킬로미터 해상에서 구조 활동 중이던 우리 측 광개토대왕함을 위협했다. 초계기는 150미터 상공에서 광개토대왕함을 따라붙어 500미터를 비행했다. 우리를 겨눈 직접적이고 명백한 도발이다.
이후에도 일본은 우리 해군 함정 근처로 초계기를 보내 여러 차례 도발했다. 그러자 문재인 정권은 2019년 2월 일본 군용기를 대상으로 한 ‘일 항공기 대응 지침’을 마련했다. 이 지침에는 일본 군용기가 우리 군의 2차 경고통신을 무시하고 가까이 접근할 경우 추적레이더를 조사(조준)하도록 하는 내용이 나와 있다. 일본의 거듭된 도발에 맞선 정당한 대응책이다.
위 기사에서 특히 주목되는 건 중앙일보가 신 의원의 입을 빌려 문재인 정권 당시 한국군의 레이더 대응이 잘못됐다고 ‘공격’한 점이다. 신 의원이 초선이고 비례 출신인 만큼, 신 의원의 말에는 윤 대통령과 국힘당의 의중이 실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일본 언론이 중앙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비난하는 논리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극우 성향 일본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중앙일보 보도가 나오고 이틀 뒤인 8월 20일에 레이더 대응 지침 폐기, 한국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국힘당과 중앙일보의 ‘친일 연대’가 일본까지 뻗어나간 모양새다.
산케이는 8월 20일 칼럼 「윤 정권의 대일정책 행동 없는 개선은 있을 수 없다」에서 중앙일보의 주장을 통해 다음과 같은 막말을 쏟아냈다.
“한국군이 일본 자위대기에 레이더 조준 등을 하며 강경한 대응을 한 지침을 작성했다고 한국 신문이 보도했다. 당국 측도 그 존재를 인정했다. 사실상 교전지침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씨는 일·미·한 안보협력 중시를 내걸고 대통령이 됐다. 15일 (광복절) 연설에서도 일본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윤 씨는 레이더 조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 문제가 된 지침을 즉시 폐기해야 한다.”
“(레이더 대응 지침이) 문재인 전 정권 시대의 폭거라고는 해도 이 문제를 우물쭈물해서는 안 된다. 이 조치 없이 일본과의 관계 개선도 안보 협력도 있을 수 없는 일임을 인식해야 한다.”
산케이는 과거 국정 구상을 밝힌 아베 신조 전 총리와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여러 차례 내보내는 등 사실상 일본 극우세력의 기관지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앞서 일본에서 보수 일간지 가운데 가장 영향력이 큰 요미우리신문도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나온 다음 날 8월 16일 사설 「한국 대통령 연설, 대일 개선의 실력이 요구된다」를 내놨다. 제목부터 명령조다.
요미우리는 “외교·안보 정책 추진에는 안정된 내정이 무척 중요하다. 윤 씨의 지도력이 요구되는 건 이제부터다”라고 윤 대통령에게 훈계했다.
이 같은 일본 주요 언론의 주권 침해, 내정 간섭성 막말에 윤석열 정권은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고 있다. 항의는커녕 문재인 정권 당시 만들어진 레이더 대응 지침이 잘못됐다며 일본 극우세력과 손발을 척척 맞추는 모습이다.
윤석열 지지율 폭락 걱정하며 한일관계 개선 명령하는 일본
일본은 친일을 노골화한 윤 대통령의 거듭되는 지지율 하락이 ‘한일관계 개선’의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8월 24일 일본 민영방송 니혼테레비(닛테레)는 「[심층뉴스] 일·한관계와 정권의 행방 - 한국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저조, 일·한관계의 영향은」이라는 방송(51분 분량)을 내보냈다.
닛테레는 먼저 “전후 최악의 일·한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며 질문을 던지고는 “윤석열 정권의 지지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국정운영에 지장이 되는 20%대에 머물고 있다”라고 ‘걱정’했다. 이와 같은 걱정은 앞서 언급한 산케이와 요미우리 등 대다수 일본 언론이 꺼내 들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일제의 잘못을 감추는 한일관계 정상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여기에 일본 정부도 노골적으로 가세했다.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 일본은 행정부와 당이 인사와 권력을 긴밀하게 공유한다. 정부의 방침이 곧 집권 여당의 방침인 셈이다. 방송에 출연한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외교부 회장은 “윤 대통령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반응”을 묻는 방송 진행자의 말에 아래와 같이 대답했다.
“모처럼 북한을 중시하는 좌파 정권에서 일·미를 중심으로 하는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부 보수층에서도 거리를 두게 되면 하고 싶은 일도 못 하게 돼 버린다. 지지율이 저조한 이유 대부분이 내정이다. 외교도 내정의 연장선상에 있으니까 일·한관계에서도 내정을 확실히 쥐지 않으면 모처럼 들어선 보수 정권이라고 해도 외교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조직을 정비해서 문제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일·한관계 개선은 많이 어렵다. 이런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이어 사토 회장은 법원에 주호영 국힘당 비대위 효력 정치 가처분 신청을 낸 이준석 전 국힘당 대표를 향해 “애송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이 전 대표를 눌러 내정을 다잡으라는 취지로 충고하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의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방안을 깊이 강구하고 있다”라고 해 논란이 된 윤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평가도 나왔다.
사토 회장은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긍정했다. 그러면서 “명확히, 확실히 말해버렸기 때문에 친일 망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라며 “아직 정해진 안이 나오기 전에 이렇게 정리해버리면 원고가 반발하는 건 당연하기 때문에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사토 회장의 막말은 윤 대통령에게 ‘지지율 떨어트리지 말고 일본이 하라는 대로 잘 좀 해!’라는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의 명령에 고분고분한 윤석열 정권
이번에는 일본의 ‘명령 같은 요구’를 고분고분 받아들이고 있는 윤석열 정권의 의도를 들여다보자.
산케이는 8월 17일 기사 「윤 씨, 오사카 총영사에도 지일파 기용」에서 윤덕민 주일대사에 이어 김형준 오사카 총영사를 임명한 윤석열 정권을 굉장히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산케이는 “도쿄와 오사카라는 2대 도시에 일본인 인맥이 있고 일본어 능력이 높은 두 사람을 보내는 것으로 문재인 전 정권 아래서 악화한 일·한관계 개선을 견인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윤석열 정권의 의도를 풀이했다.
위 기사에서 언급된 윤덕민 주일대사는 지난 7월 16일 일본에 부임하면서 “지혜를 모으면 한일관계는 다시 좋았던 시절로 회복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앞서 4월 아베 전 총리가 한일정책협의단에 건넨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말과도 일치한다. 이를 볼 때 윤 대사가 일본의 기대감을 한껏 충족시켜주는 인사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와 관련해 1965년 한일 기본협정이 체결되고 이듬해 박정희와 김종필이 한국을 찾은 고다마 요시오와 마치이 히사유키 같은 극우 인사를 극진히 대접한 사실이 드러난 점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단독] A급 전범·야쿠자가 육사생도 사열…‘국빈급’ 의전까지, JTBC, 2022.8.18.)
윤석열 정권이 강조해온 “좋은 한일관계”, “한일관계 정상화”가 과거 박정희 정권 당시 친일·굴욕의 과거를 부활시키려는 시도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드러난 윤석열 정권의 대일 정책을 보면 ‘박정희식 한일관계’에 가깝다고 평가할 만하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국제관함식을 둘러싸고 명령조가 강한 일본의 부당한 요구와 여기에 굴복하는 한국의 저자세도 뚜렷하게 대비되고 있다.
8월 23일 산케이 보도에 따르면 사토 회장은 문재인 정권 당시 만들어진 레이더 대응 지침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반일 목적으로 군을 악이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이 안건을 방치한 채로 가을에 있을 국제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이순신 기를 걸고 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8월 23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 대변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오는 11월 일본에서 예정된 국제관함식과 관련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실시하는 훈련으로 러시아 이외 서태평양해군 심포지엄의 모든 가맹국을 초대했다”라며 “거기에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일·한관계의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8월 26일에는 한국 대법원의 미쓰비시 국내 재산 강제 매각 판결 등 한일관계 현안을 둘러싸고 도쿄에서 한일 외교부 국장급 회의가 열렸다. 이날 교도통신은 「정부, 한국의 노력을 인정하다」라는 보도에서 “일본 측은 사태 수습을 위한 대처 상황에 관한 설명을 한국 측으로부터 받았다”라는 일본 외무성의 반응을 전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외무성 관계자는 기자단에게 “한국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여겨진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구에 철저히 맞추려는 노력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다.
8월 29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일본 욱일기는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사용해왔다”라며 욱일기는 전범기가 아니라는 일본의 주장을 적극 두둔했다. 또 일본에서 오는 11월 열리는 국제관함식 참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자리에서는 한기호 국힘당 의원이 “민족 감정보다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국제관함식 참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이 장관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일본 정부가 욱일기를 내걸고 주관하는 국제관함식은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을 특별히 기념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특히 해상자위대의 전신인 ‘대일본제국 해군’은 과거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의 주력군이었다. 한국 해군이 참가하는 그 자체로 일본의 무력 행사와 전쟁범죄를 지지하고 정당화하는 국방·외교 참사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를 인용해 ‘국제관함식 참가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점을 보면 윤석열 정권은 사실상 국제관함식 참가를 확정 지은 것으로 보인다. ▲함정에 이순신 기를 걸고 오지 말 것, ▲문재인 정부 시절 마련한 한국 해군의 레이더 대응 지침을 폐기할 것, ▲레이더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먼저 사과해야 할 것 등 일본의 부당한 3대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정권은 우리 국민, 우리 민족이 아니라 일본이 바라는 대로 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괜히 윤석열 정권을 향해 “현대판 내선일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이러다 머잖아 윤 대통령이 전범국·가해국 일본에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푹 숙이는 치욕을 보게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어쩌면 앞서 소개한 중앙일보의 보도는 시작일 수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일본 극우세력에 한국을 공격할 거리를 제공하고, 일본이 이를 근거로 한국에 ‘감 놔라 배 놔라’ 요구하는 자해 행위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친일·매국 속성을 거리낌 없이 드러낸 정권과 마주한 현실이다. 앞으로 윤석열 정권과 일본 극우세력의 ‘친일 합작’에 맞설 시민사회 각계와 진보진영의 단단한 연대와 대응이 무척 절실해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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