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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풍자 예술도 벌벌 떠는 사람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3/01/09 [17:18]

[논평] 풍자 예술도 벌벌 떠는 사람들

김영란 기자 | 입력 : 2023/01/09 [17:18]

▲ 김서경, 박재동, 아트만두, 이하, 정민주 등 3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굿바이 전’이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가 9일 새벽 설치된 작품들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사진은 8일 설치했던 작품 중 일부이다.   © 이호 작가

 

9일 새벽, 국회 사무처(사무총장 이광재)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였다. 

 

민형배, 최강욱, 윤미향 의원 등 12명 국회의원이 주관하고 김서경, 박재동, 아트만두, 이하, 정민주 등 30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굿바이 전’이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작가들은 지난 8일 작품 설치를 끝내고 9일 오후 2시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국회 사무처가 느닷없이 전시회 주관 의원들에게 8일 오후 7시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냈다.

 

국회 사무처는 ‘국회 의원회관 회의실 및 로비 사용 내규’를 그 근거로 “국민 통합과 공동체의 화합을 저해하는 작품을 자진 철거하라”라고 공문에 기재했다. 

 

의원들이 9일 오전에 답을 하겠다는 의견을 국회 사무처에 줬으나, 국회 사무처는 작품을 기습적으로 철거했다. 

 

국회 사무처는 국민 통합과 공동체의 화합을 저해하는 작품이라고 그럴싸하게 표현했지만 한 마디로 윤석열 정권을 풍자하는 작품은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해 ‘윤석열차’ 사건을 떠올리고 작품을 철거한 것이 아닐까.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을 풍자한 ‘윤석열차’가 전시돼 관심을 끌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열차’에 상을 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 경고’를 했다. 

 

전시회와 관련해 국힘당이 항의하자 국회 사무처는 무서워서 바로 철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풍자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진짜 1980년대로 대한민국이 돌아갔다. 

 

2013년 세상을 떠난 고 박용식 배우는 전두환 정권 시기 전두환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텔레비전에 출연하지 못했다. 노태우 정권 때도 고 박용식 배우는 영화 포스터에 얼굴이 검게 칠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외모가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밥줄을 끊는 40년 전의 전두환 시대와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릴까 두려워 죽자고 달려드는 지금의 시대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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