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시 「봄 마중」

황선 | 기사입력 2023/03/10 [20:44]

시 「봄 마중」

황선 | 입력 : 2023/03/10 [20:44]

▲ 대학생들은 10일 용산미군기지 안의 한미연합군사령부 앞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폴 러캐머라 한미연합군 사령관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김영란 기자

 

봄 마중

 

-황선

 

청춘이여 그대들이.

저 음흉하고 육중한 문을 막아선 미군들을 

바람처럼 지나쳐

너무나 오래도록 밟아보지도 못한 우리 땅

그곳으로 훌쩍 날아갔을 때.

 

미제 군용차거나 혹은 그들의 가랑이를 

기꺼이 기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었던 

기지 깊숙히 자리한 구중궁궐

한미연합사 앞에 마침내 다다랐을 때.

 

우리도 그대들과 똑같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확신했다

이 긴 전쟁도 분단도 이렇게 끝이 나는구나.

가장자리를 헤매며 더듬거리던 분노들

이토록 절절히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이들로 인해

과녁의 중심으로 중심으로 가고야 마는구나.

 

머리 위 마름들의 갑질을 

그 마름의 주인의

그 주인의 원청의 갑질을 견디느라

그간 무겁게 억눌린 얼룩진 무명옷 어깨며

눈물과 한숨 스민 흰 옷고름이여,

치욕을 강요하는 저 첩첩의 갑질을 

이렇게 벗어나는구나.

 

전 세계의 양심있는 손가락도

자존 높은 무기들도 모두 

하나의 과녁을 향하고 있다. 

도처에서 불을 지르던 ’죽음의 천사-아메리카‘

거대한 제국 안팎에서 무너지는 소리. 

 

그래, 마침내

봄 오시는 길목. 

먼저 봄으로 핀 꽃이었다, 청춘이여.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