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발언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인사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104년 전 바로 이곳에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자는, 이름 없는 백성들의 만세 함성이 가득했습니다. 자주독립을 향한 그 뜨거운 열망은 일제의 그 잔혹한 탄압에도 절대 식지 않았습니다. 만주와 연해주를 떠돌면서 풍찬노숙하는 그 어려운 지경에도, 자주독립을 향한 꿈은 점점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런 꺾이지 않는 마음들이 모이고 자라서 마침내 자유롭고 평등하고 세계만방에 당당히 내세울 자주독립의 나라,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만들었습니다, 여러분.
그런데 국민 여러분, 김구 선생이, 유관순 열사가, 그리고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가 피 흘리고 목숨 바쳐 만들어냈던 이 나라가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윤석열 정권의 치욕적 강제동원 배상안이 다시 일본에 머리를 조아리는 그런 굴욕적 모양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죄도 없고, 배상도 없고 전쟁범죄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말이 되겠습니까, 여러분? 합의문조차 하나 없습니다. 우리만 일방적으로 일본의 요구를, 아니 요구하는 것 그 이상을 받아들였습니다.
대통령은 이 굴욕적인 배상안이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한 결과라고 합니다. 피해자 할머님들의 말씀을 제가 이 귀로 똑똑히 들었습니다. “그따위 돈은 필요 없다”, “굶어 죽어도 그런 돈 받지 않겠다”. 이것이 피해자들의 살아있는 목소리인데, 이 굴욕적 배상안이 어떻게 피해자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일 수 있습니까, 여러분? 국민들은 기가 막히는데 대통령은 귀가 막힌 것 같습니다. 피해자들의 상처에 다시 난도질을 했습니다. 국민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았습니다. 대한민국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에게 묻겠습니다. 대통령 부부 초청장 말고 일본이 양보한 것이 대체 단 한 개라도 있습니까? 간도 쓸개도 다 내줬는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도, 전범 기업들의 배상도, 그리고 수출규제 제재 조치 해제도,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오죽하면 일본에서 “일본의 완승이다”, “이렇게까지 양보하다니 참으로 놀랍다”, 이런 조롱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세계에 자랑할 이 대한민국이 일본에는 ‘호갱’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한다고 해도 현실은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은 일본에는 최대의 승리이고 대한민국에는 최대의 굴욕 아닙니까, 여러분!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2023년 계묘년 ‘계묘국치’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하지만 무도한 이 정권은 국민에게, 그리고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과 고통을 안겨주고서도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생각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곳곳에서 아예 대놓고 친일파들이 커밍아웃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40년 지기라는 사람이 “배상하라고 악쓰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냐” 이렇게 말합니다. 충북지사는 아예 대놓고 “나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고 이렇게 합니다. 참으로 이완용이 울고 갈 일 아닙니까, 여러분?
참으로 기막힌 일이지만, 그런데 바로 이런 망언들이야말로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진짜 심정 아니겠습니까? 바로 친일 본색, 이것이 바로 그들의 진정한 내심입니다, 여러분!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유사시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정부 출범 이후에는 일본과의 합동 군사훈련을 하필이면 독도 인근 동해상에서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다케시마의 날’을 콕 집어 바로 그날에 독도 인근 동해에서 한일 연합 군사훈련을 강행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공식 보도 자료에서 훈련장소를 동해가 아닌 일본해라고 표기해도 시정하기는커녕 제대로 항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 도발에는 강력하고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넘어서 한반도가 대중 봉쇄 전선의 전진기지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 군사대국화 지원을 하거나, 한반도에 일본군의 영향력 확대를 용인해서는 결코 안 된다, 동의하십니까, 여러분? 과거사를 부정하고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이 세계평화를, 한반도 평화를 과연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군을 군사 훈련의 이름으로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일, 북·중·러 밀착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일, 한반도가 진영대결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게 하는 일,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거세지는 중국 봉쇄 참여 압박 속에 일본 전쟁범죄에 대해서 면죄부를 주고 나면 그 이후에는 어떤 청구서가 날아오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과거에 경험한 것이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 ‘일본군 위안부 졸속 협상’이 곧바로 지소미아 체결로 이어졌고, 다시 사드 배치로 이어졌습니다.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이 이대로 강행된다면 다음은 바로 한일군수지원협정 체결이 기다리고 있고, 그 뒤에는 한미일 군사동맹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연합훈련을 핑계로 자위대의 군홧발이 다시 한반도를 더럽히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군사·외교적 자율권이 제약된 상황에서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이, 이번 강제동원 배상안을 절대로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 이렇게 동의합니까, 여러분! 절대로 묵인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함께 막아 가겠습니까, 여러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전쟁범죄 피해자들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너무도 짧습니다. 이분들의 상처와 고통은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 없이는 치유될 수 없습니다. 일본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과거를 대충 덮고 넘어갈 권한은 아무에게도 없습니다. 국가가 국민을 대신해서 민간기업의 인권침해를 용인하고 면죄부를 줄 권리는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영원한 권력은 없습니다. 국민을 이기는 권력도 없습니다. 윤석열 정권에 촉구합니다. 지금 당장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을 철회하고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죄하십시오. 역사의 정의를 배신했다가 몰락해간 박근혜 정권의 전철을 밟지 마십시오.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이 나라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고 모든 권력은 국민을 위해서 행사되어야 한다, 맞습니까, 여러분? 나라가 지켜주지 못했던 피해자들에게, 더 이상 나라 때문에 울게 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진실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함께 싸워야겠지요? 그렇습니다. 국민 여러분. 모두와 함께, 자주독립의 민주공화국을 굳건하게 지켜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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