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국과 ‘북한 인권’
올해 초, 바이든이 북한 인권 특사를 지명했습니다. 무려 6년이나 공석이었던 자리입니다. 미국이 ‘북한 인권’ 공세를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최근 있었던 일만 살펴봐도 미국이 ‘북한 인권’을 문제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는지 드러납니다.
먼저 18일,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 회의에 북한 인권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북한에 대한 공세를 펼쳤습니다.
20일에는 미 국무부가 ‘2022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해당 보고서의 48면이 북한의 인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선전하는데 할애되었습니다. 기자회견에 나선 미 국무부 장관은 해당 보고서가 “전 세계 인권 상황에 대해 사실적이고 객관적이며 엄격하게 설명”한다며 신뢰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24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정권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부”라며 북한이 인권 유린을 통해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 미국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이 공개 석상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거론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칭 세계 경찰이니 이제는 세계 인권의 수호자라도 되려는 것일까요?
2. ‘인권’ 타령의 본질은 적대, 종착지는 전쟁
미국은 아무 의도 없이 ‘인권’을 운운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특정 국가의 인권을 집요하게 문제 삼을 때에는 그 뒤에 반드시 전쟁의 그림자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인권’과 전쟁이라는 이질적인 단어가 연결되어 있다니 아리송할 수도 있지만,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라크입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는 것 같다는 이유였습니다. 확실한 사실도 아닌데 의혹만으로, 생기지도 않은 위협을 제거하겠다고 ‘예방’ 운운하며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미국이 이 전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꺼내든 명분이 바로 ‘인권’이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의 지도자 후세인 악마화에 열을 올렸습니다. 언론에는 후세인이 얼마나 잔혹한 독재자인지, 이라크의 인권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선전하는 내용이 연일 흘러넘쳤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행동을 취하지 않았더라면 독재자의 대량살상무기 계획은 오늘날까지 계속됐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고문실은 아직까지 공포에 질린 무고한 희생자들로 가득 차 있을 것입니다. 수십만 명의 남녀가 사막의 모래 속에 사라져 버린 살육의 현장은 여전히 살인자들에게만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자유와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겐 사담 후세인 정권이 없어진 오늘의 세계가 더 안전하고 나아진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2004년,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했던 말입니다. 참혹한 인권 유린이 일어나고 있는 이라크를 미국의 정의로운 전쟁이 구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진실은 어떻습니까? 이라크에는 대량살상무기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애초에 그런 무기가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안심하고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미국의 석유와 패권을 위한 반인륜적인 전쟁이었습니다.
미국이 그토록 문제 삼던 이라크의 인권 상황은 더 좋아졌습니까? 셀 수도 없는 이들이 전쟁으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군은 이 과정에서 민간인 폭격, 고문, 학살, 성범죄 등 잔혹한 전쟁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이라크인들을 발가벗겨 목줄을 달아 끌고 다니는 모습, 군용 개를 풀어 사냥하는 모습, 알몸 상태로 성고문을 자행하는 모습, 팔다리가 잘려 죽은 이의 시신 옆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고 웃는 모습 등 미군의 조직적인 잔혹 행위 사진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당시 성고문을 받았던 피해자는 “할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는 시늉을 해야 했다. 미군 병사는 얼굴을 뒤집어씌운 보자기를 잡아당기며 ‘호루라기를 불면 개처럼 짖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라며 “이게 미국이 말한 민주주의와 자유냐”고 절규하기도 했습니다.
미군에 의해 쑥대밭으로 짓밟힌 이라크에서 이라크인들은 최소한의 기본권도 보장받기 어려운 열악한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행한 ‘인권’ 공세의 잔혹한 결말입니다.
‘인권’ 타령의 본질은 적대이고 종착지는 전쟁입니다. 빈부격차, 남녀 차별, 장애인 차별 등 세계 여러 나라에는 다양한 인권 문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꺼내 들어 압박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의도적인 도발이며 엄연한 내정간섭입니다.
특히 이러한 인권 공세는 해당 국가의 정권과 체제를 겨냥해 이뤄집니다. 심각한 ‘인권 유린’을 행한다며 대상을 악마화하고 그 대상을 ‘정의’의 이름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명분’을 만듭니다. 미국의 인권 공세가 긴장과 위기를 고조시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자행하는 ‘북한 인권’ 타령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라크를 상대로 진행했던 것과 놀랍도록 유사한 방식의 선전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인권의 외피를 쓰고 표출되는 것입니다.
미국이 북한 주민의 인권을 진실로 걱정한다면,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강도의 대북 제재 먼저 해제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주삿바늘 하나도 들어가기 어려울 정도의 제재를 가하며, 인권을 말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는 ‘북한 인권’ 문제를 의제로 삼은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제안한 (북한) 인도주의 관련 결의안이 한반도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는 데 의미 있고 건설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며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3. 미국의 ‘인권’
여기서 근본적인 의문이 듭니다. ‘인권 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말입니다.
미국 내 인권 문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마약 좀비’라고 들어보셨나요? 마약에 취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좀비처럼 배회하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켄싱턴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되고 1년이 지났는데 상황은 훨씬 심각해졌다고 합니다. 미국의 마약 중독 문제는 개개인의 도덕성 때문에 생겼다기보다는 국가가 마약을 통제하지 않고 제약회사의 이익을 보장해주다 보니 생긴 것입니다.
총기 난사 사건도 심각합니다. 보통 총격범을 제외하고 4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할 경우를 총기 난사 사건으로 규정합니다. 2023년 현재까지의 총기 난사 사건은 129건(2023년 3월 27일 기준)으로, 역대 최고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29번째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테네시주의 초등학교에서 발생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서도 총기 규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숙자 문제도 심각합니다. 집이 없는 이들이 지하도, 해변, 공원, 지하철 등 곳곳에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20대가 4m 땅굴을 파고 숙식을 해결하다 체포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말하는 인권입니까? ‘마약 좀비’ 거리에, 총기 난사 사건에, 노숙자들까지 여기에 인간 존엄성이 존재합니까? 미국의 행보대로라면, 유엔 안보리가 미국의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도 하고 결의안도 채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심각한 인권 유린을 방치하는 미국의 ‘부패한’ 정권을 국제 사회의 이름으로 규탄하고 제재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러나 미국의 ‘인권’ 타령은 자국에 한없이 관대합니다.
미국의 이중잣대는 친미 국가들에 대해도 적용됩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입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해서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의 동북아 패권 전략 실현에 있어서 일본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 문제 등의 심각한 인권 유린에 대해서 인정도, 사죄도 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미국은 오히려 일본의 편에 서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윤석열이 매국적인 ‘한일 위안부 합의’와 ‘강제 동원 해법’을 내놓았을 때 대통령, 국무부, 주한 미 대사 등을 앞세워 가장 발 빠르고 격한 환영을 한 것이 미국입니다. 이중잣대도 이런 이중잣대가 없습니다.
미국은 한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인권’이라는 수단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 미 국무부는 인권 보고서(2021)에 “공직자들은 때때로 처벌받지 않고 부패 관행에 관여했고, 각급에서 정부 부패에 대한 수많은 보고(numerous reports)가 있었다”라고 기재했습니다. 이는 한국과 비슷한 수준 국가들의 인권 보고서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강도 높은 비난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조국 전 장관의 문제를 정부의 대표적인 부패 사건으로 다뤘습니다. 또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다며, 가짜 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을 규제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문제시 삼았습니다.
한반도에 긴장과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대북 전단의 살포를 금지한 법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라고 규정했습니다. 접경 지역 주민들의 만류에도 전단을 계속 날리려 시도해 마찰을 겪은 탈북자 박상학을 인권 탄압의 피해자인 양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 내용은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는 극우 보수의 목소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결국 미국의 ‘인권’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미국에 중요한 것은 ‘인권’ 아니라 자기 ‘패권’입니다.
4. 윤석열이 반인권, 전쟁이 반인권
미국을 따라가는 윤석열의 ‘인권’ 타령도 심상치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후원한 것이 바로 한국과 일본입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지난 6년간 공개하지 않았던 북한 인권과 관련한 보고서를 공개한다고 합니다. 통일부 장관의 자문기구인 ‘통일미래기획위원회’의 김영호 위원장은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해서 다뤄야 북한 지도부가 위축되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국정원은 산하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북한인권연구센터’를 설치하고 북한 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 대북 압박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3월 28일, 통일부의 ‘북한 인권 보고서’ 공개 발간 계획을 듣는 자리에서 윤석열은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 퍼주기는 중단하고,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는 상황에서는 단돈 1원도 줄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또한 “북한 인권의 실상을 공개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도 매우 중요하다. 국가의 정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주창하는 ‘북한 인권’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자 무기임이 분명합니다. 과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의 돌격대답습니다.
북한은 ‘인권 공세’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계속해서 경고하고 있습니다. 3월 12일에는 외무성 성명을 통해 “인권은 곧 국권”이라며, 인권 문제를 내건 적대 행위에 “초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국과 윤석열의 ‘인권’ 타령이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전쟁이야말로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최대의 반인권 상황 아닙니까.
윤석열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틈만 나면 전쟁을 부르짖고, 69시간 노동으로 국민을 노동자가 아닌 노예로 만들려고 하고,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어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야당의 대표와 노조, 시민 단체를 가리지 않고 압수 수색 하고, 공안 몰이를 이어가는 검찰 독재자가 윤석열입니다. 급기야는 일제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존엄을 짓밟고 모욕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가 인권을 말하니 그것처럼 우스운 일도 없습니다. 윤석열이야말로 존재 자체가 반인권입니다. 윤석열과 미국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지금 우리 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북한 인권’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의 ‘반인권’입니다.
“(북한에) 1원도 줄 수 없다”는 윤석열을 향해 국민은 “일본에 다 내주고 돌아와서 무슨 소리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나라의 주권은 송두리째 팔아넘기고 와 쓸데없는 ‘인권 타령’으로 가장 참혹한 반인권 사태를 초래하는 윤석열을 국민이 나서 몰아냅시다. 그것이 우리의 ‘인권’을 지키는 최고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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